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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대현 Mar 31. 2017

재미있고 싶은데.. 뭐부터 뭘 해야 할까요?

그 : 재미있고 싶은데.. 뭐부터 뭘 해야 할까요?


나 : 왜 재미있고 싶은데요?


그 : 재미있게 살면 좋잖아요. 좀 지루하고, 뭔가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래요.


나 : 지금은 좀 답답하니까... 뭔가 심장을 뛰게 하고, 뭔가 열정을 갖고 싶은 그 무엇인가를 갖고, 막 열심히 도전해서 성취하고 그러면서 사람들도 만나고 함께 놀기도 하고 그러고 싶다는 거죠?


그 : 네 맞아요. 당신은 보기에 뭐 엄청 재미난 것들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나 : 솔직히 이야기하면 재미난 것들을 많이 해요. 수요일밴드, 뻘짓, 옆반 TV, 박 PD 시리즈, 승진안행, 매년 큰 콘서트, 실천교육 교사모임... 여러 가지 일들을 하죠.


그 : 어떻게 그렇게 재미난 일들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나 : 이 모두가 수요일밴드부터 시작되었는데요. 수요일밴드로 유명해지니까 이런 일들이 많이 생겼어요.


그 : 유명해져서?


나 : 네. 예를 들어 뻘짓만 생각해봐요. 제가 수요일밴드를 안 했다면 전국에 끼 많은 선생님들을 이렇게나 많이 모을 수 있었겠어요? 수요일밴드로 그나마 유명하고, 페이스북 친구도 이삼천 명은 되니까 이런 사람들 모여라 하니까 홍보도 되고 퍼질 수 있었죠.


그 : 그러네요. 어떻게 그렇게 유명해졌대요? 수요일밴드는 어떻게 만들어졌대요?


나 : 수요일밴드 인터뷰 기사나, 다큐를 보면 되는데.. 

MBC다큐 여기 이 사람 이거 좀 봐요.


그 : 귀찮아요.


나 : 흠...수요일밴드가 생긴 이유는 모두 승진 제도 때문이에요.


그 : 승진제도? 선생님이 그렇게 까던 승진제도 때문에?


나 : 하하. 뭐 그래요. 그런데.. 음... 이야기 하려면 긴데..

이런 이야기도 제 인터뷰나... 뭐 다큐나 예전 글들 보면 되는데..

아는 사람들 지겨울걸요.

KBS다큐 문화산책 이라도 봐요.


그 : 귀찮아요.


나 : 유명해지고, 많은 선생님들을 만나게 된 이야기들을 짧게 정리할게요. 

아무리 짧게 정리해도 좀 길 겁니다. 그래도 다 읽을래요?


그 : 네


나 : 좀 깁니다. 준비되었나요? 그래도 좀 재미있긴 할거에요.


그 : 네


나 : (호흡을 가다듬고)

발령 나서부터 한 8년 차 정도까지는 승진 점수가 내 교직생활의 가장 큰 판단기준이었어요. 

모든 것이 승진 점수 있느냐 없느냐로 모든 것을 판가름했어요. 연구학교 점수 따려고 제가 교생 실습학교에 근무했었는데, 아무래도 실습학교다 보니 승진하려는 선생님들이 모여 있었어요. 그런데 2012년에 학교폭력 가산점이 생겼어요.

교직원의 40%만 0.1점을 주는데 20년 채워야 만점을 주는 점수였어요. 그런데 근무하는 학교에서 제가 경력이 적어서 40% 안에 들지 않는 거예요. 당시에 연구학교 점수가 6년 채웠으니까 학폭 0.1점을 먼저 따야 빨리 승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학교를 창원에서 함안으로 옮겼어요. 나중에 벽지 점수를 따러 의령에 가야겠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런데 미리 이야기해둬야 하는 게.. 예전에 저는 밴드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2008년도에 '쌤통'이라는 밴드를 만들고 좀 활동을 했었는데 둘째 낳고 나서 밴드를 할 수가 없어 해체가 되었어요. 우연히 곡 쓰는 요령을 터득하면서 써 놓은 곡이 좀 있었답니다.


2013년도에 학교를 옮겼어요. 그랬더니 시간이 많았어요. 학교폭력 가산점 따는 것 외에 따야 할, 딸 수 있는 점수가 전혀 없었죠.

그래서 뭘 할까 생각하다가 밴드를 하고자 생각했어요. 같은 학교에서 보컬 이가현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죠. 또 마침 인근 학교에 후배 교사들이 함께 하고자 해서 의기투합해서 수요일밴드를 만들었죠.

수요일밴드 카페 공연 모습

그런데 유명하지 않으니까 불러주는 데가 없잖아요.

마침 창원의 공연 기획하는 형님이 우리를 섭외해 주셨고 그 기회로 창원의 클럽, 카페, 축제 등에서 공연을 하면서 2013년을 보냈어요.


그러다 2014년 여름 카톡 폭탄을 받았어요. 다음 사이트 1면에 실시간 검색어 1위가 수요일밴드라면서..


이거 뭐지? 했는데 진짜 다음에 수요일밴드, 에어컨 송이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국민일보에서 에어컨을 안 틀어줘서 더운 학교 기사를 내보냈는데 그 기사에 선생님들이 이런 노래까지 만들었더라 하면서 수요일밴드 에어컨 송 뮤직비디오를 링크시켰던 거예요. 


2013년도에 만든 노래인데 2014년도에 빵 터졌어요. 그렇게 수요일밴드가 선생님들 사이에서 이름을 좀 알렸어요.

그러다 2014년 겨울에 인디스쿨에서 매년 하는 행사인 '인디스쿨의 날'에 초대를 받았어요. 처음으로 서울에서 한 공연이었어요. 우리를 불러준 인디스쿨이 참 고마웠어요.


거기서 포츈쿠키 이벤트를 했는데 제가 상품에 당첨되었어요. 에듀니티 김병주 대표님도 오셨는데, 에듀니티 책을 한 권 골라서 가질 수 있는 이벤트였어요.

저는 여러 책 중에 제목이 눈에 띄는 '교육과정에 돌직구를 던져라'라는 책을 골랐고, 책을 받은 지 한참 지나서 그 책을 읽었지요. 그런데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어요. 너무 좋았죠. 페이스북에서 친구에 친구였던지라 제가 서평을 올린 것을 정성식 선생님이 보시고 정성식 선생님도 저를 만나보고 싶어 하셨고, 정성식 선생님과 창녕 우포에서 만날 수 있었어요. 그게 2015년 봄이었어요.

정성식 선생님을 만나고 용기가 생겼어요. '교육과정에 돌직구를 던져라'를 읽고 느낀 점을 저 나름대로 노래로 만들었어요.

그 노래가 '나쁜 선생님(feat. 정성식)'이었어요.

책을 보고 노래를 만들었으니 선생님에게 부탁드렸죠. 피처링도 해주시고,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해 주시고, 앨범 커버도 해주시라고 부탁드렸죠. 형님도 흔쾌히 좋다 하셨어요.

밀양 교육지원청 건너편 초등학교에서 촬영한 나쁜 선생님 앨범커버

아싸 하고는 정성식 선생님이 밀양에 강의를 왔을 때 뮤직비디오, 앨범 사진을 찍을 수 있었어요.

제주도에서 뮤직비디오를 찍는데 평생 친구가 될 에듀니티에 영상팀장 박종서를 만날 수 있었어요.


그 후에 권재원 선생님의 '학교라는 괴물' 책 저자 토크콘서트를 했었어요. 거기서 정성식, 정유진, 차승민 선생님이 '실천교육교사모임'이라는 모임의 시초인 '괴물과 고물의 학교 이야기'라는 페이스북 그룹을 만들었고, 더 큰 토크 콘서트를 만드는데 대현이 네가 도와줘라 해서.. 저도 참여하게 되었죠.

거기서 저의 영원한 스타 정유진 선생님을 만나 뵐 수 있었고, 2015년 여름에 실시한 '교사가 만들어가는 교육 이야기' 1회에 공연을 할 수 있었어요. 여기서 나쁜 선생님 노래를 처음 발표했는데, 여기서 나름 전국구 공연을 할 수 있었던 인지도를 쌓을 수 있었어요.


나름 정리를 하는데도 이렇게 기네요. 아직 남았는데 갈까요?


그 : 네. 재미있어요. 계속 가요.


나 : 거기서 좀 유명해졌어요. 그리고 다음 앨범으로 '우유 가져가', '에어컨 송'이 담긴 앨범을 발매했어요. 

우유가져가를 편곡 잘하는 친구에게 의뢰하고, 뮤직비디오를 지금 뻘짓의 메인 감독인 정재성과 함께 찍을 수 있었어요. 이게 뻘짓의 시작이기도 해요.

'우유 가져가'가 '나쁜 선생님'만큼 알려지고, 수요일밴드가 많이 더 유명해졌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승진 점수 모으는 게 당연하고, 난 두 마리 토끼 다 잡을 거야 뭐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그러다 한승모 선생님을 만났어요. 음.. 그때는 뭐 저런 성인군자 같은 사람이 다 있어? 했죠.

이후에 이 인연으로 한승모 선생님이 멤버로 있는 아카펠라 그룹 '별의별'과 2015년 수고했어 올해도 창원, 춘천, 서울 투어 콘서트

2016년엔 '별의별', '티보이스'와 함께 '노래로 토닥토닥'콘서트를 할 수 있었어요.

콘서트 영상


승모 샘이 저를 좀 이상한(?) 애로 봤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이해는 되지만

아무튼....

이성우 선생님의 '교사가 교사에게'책을 봤어요.

2015년 가을 즈음에 승진 문제에 대해서 제 나름대로 확실한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승진 문제에 대해서 아주 솔직한 이야기를 쓸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 페이스북 친구가 많이 늘었어요. 

이성우 선생님을 구미에서 뵐 수 있었는데 어마어마한 충격이었어요. 

이런 선생님 정말 멋지다. 나도 저런 선배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만든 게 '승진안행(승진 점수 안 모아도 행복할 선생님)' 페이스북 그룹이었어요. 이후에 2016년 봄엔 승진안행 멤버들과 첫 엠티를 정성식 선생님과 처음 만난 우포에서 할 수 있었죠. 그래서 2016년 가을에 "교사직썰 #승진" 책도 공동집필로 쓸 수 있었어요.


2015년 겨울방학 그러니까 2016년 1월엔 제가 기획한 '누구나 곡을 쓸 수 있다'는 '곡 짓기 연수'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어요.

곡쓰기 연수 다큐


다시 2016년 봄으로 돌아와서 승진안행 엠티에서 이동민 선생님을 처음 만났어요.

연극 놀이를 지도를 참 잘하더라고요. 

그런데 연극하는 선생님과 영화 찍는 정재성 감독 같은 사람들을 모으면 선생님들끼리 영화를 찍을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페이스북에서 영화를 찍을 건데 뭐든지 영화를 할 사람들을 찾았죠. 그게 뻘짓의 시작이에요.

2016년 여름방학 때 뜨겁게 만나서 영상들을 많이 찍었는데 그게 '뭣이 중헌디' 시리즈와 '아이러니 스쿨' 시리즈이었어요. 반응이 어마어마했죠. 

이후 뻘짓에서 나온 콘텐츠들이 좋아서.. 뻘짓 멤버들과 원격연수도 만들고 영화를 올해 여름에 찍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뻘짓 뭣이 중헌디 1편


그 후로도 수요일밴드는 공연도 많이 하고 여러 행사에도 참가하면서... 지금처럼 좀 이름이 알려지면서 올해는 인터뷰, 이상한 선생님을 할 수도 있었네요. 김지훈을 만나서 옆반 TV도 만들 수 있었고요.

옆반TV 김차명편


큰 일들을 정리하면

2013년 수요일밴드를 시작

2014년 에어컨 송 실검 1위

2015년 나쁜 선생님, 우유 가져가 히트, 별의별과 콘서트 시작, 곡 쓰기 연수 성공

2016년 승진안행(교사 직설 책 발매), 교사 영상제작단 뻘짓 시작

2017년 인터뷰, 이상한 선생님(옆반 TV), 뻘짓 영화 제작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네요.


아 여기에 못 적은 것들도 있는데... 큰 줄기는 이래요.


그 : 어마어마하네요.


나 : 음... 그래요. 생각보다 이런저런 것들이 다 연결되어있네요.

생각보다 몇 년 되지 않았네요. 이렇게 많은 일을 한 게요.

덕분에 정리를 할 수 있었어요. 하하 고마워요.

그.. 그런데 질문이 뭐였더라?


그 : 재미있고 싶은데.. 뭐부터 뭘 해야 할까요? 였어요.


나 :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요. 제가 수요일밴드를 하지 않았다면.. 제가 뭐가 제일 재미있었을까요?


그 : 술 좋아하니까 술 마시고 뭐 그렇게 재미있게 놀았겠죠.


나 : 뭐 역사는 돌릴 수 없으니까 뭐라 말은 할 수 없지만 아마도. 제가 수요일밴드 안 했으면 그랬을 거예요.

그런데 수요일밴드는 왜 생겼을까요?


그 : 승진하려고 어쩌다가 수요일밴드가 생겼죠. 승진하려다가 뻘짓에서 영화도 찍고, 승진안행도 되었네요.

승진하려다가 유명해지고, 재미있는 일도 생겼네요. 승진하려다가 승진 안해야지 하는 마음을 먹게 되었네요?


나 : 그래요.


그 : 흠...


나 : 인생은 알 수가 없어요.


그 : 음... 뭐 어떻게 살아라. 혹은 뭐부터 해라. 이런 이야기를 바랐어요.


나 : 제 경험에 빗대서 이야기를 하자면... 승진점수를 모으려고 노력해라. 이러면 되나요?


그 : 음.... 제가 바란 이야기는 아니네요.


나 : 그러니까요. 저도 뭘 말해줄 수가 없네요. 운이 많이 작용한거라서... 그렇다고 가만 있으라 할 수도 없고...

뭘~ 하세요 이것도... 좀 그래요. 제가 한건 승진 점수 모으려고 했던 것.

시간이 남아 시간 떼우며 놀려고 시작한 수요일밴드고..... 


다른 책이나 무슨 동기유발 영상에선 당장 습관을 바꾸세요 뭘하세요... 하는데..

전 그런 이야기는 못하겠네요. 


제가 막 노력해서 제가 원한걸 성취한게 아니고 어쩌다가 지금의 것들을 얻을 수 있었던거든요.

재수가 좋으면 뭐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겨요.

사람들은 재수도 실력이라고 하지만, 준비해 놓았으니까 니가 지금만큼 되었지 하지만...

제가 지금처럼 되려고 원하긴 했었는데 크게 노력한 건 없었어요. 

그냥 재미있게 즐겼지.


그래서 힘들게 뭘 노력해라 말은 못하겠어요.


그 : 흠.... 재미있게 즐겨라?

생각보다 허무하고 간단하네요.

재수가 좋을 뿐이네요?


나 : 네


그 : 좀 허무하네요. 많이. 


나 : 그렇네요.

그런데.. 저 공연하는데 홍보 좀 해도 되나요?


그 : 그러든지요.


나 : 2017년 4월 5일 수요일 식목일! 저녁 6시 30분

경남교육청 제 2청사 1층 북카페 '지혜의 방'에서 콘서트를 합니다. 많이들 오세요~


그 : 멀어요.


나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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