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 허무해졌어요.
나 : 왜요?
그 : 다 운이라면서요. 다 운이면 대충 살아도 되겠네요?
나 : 한동안 나도 자괴감에 빠져 있었지요
그 : 왜요?
나 : 내가 이룬 것들이 다 운 같은 거에요
예를 들어서 학폭 가산점이 안 생겼으면 수요일밴드가 없었고, 이후에 벌어질 일들도 없었겠지.
그리고 설사 수요일밴드가 만들어졌다 해도,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이만큼 개발 안 했으면 수요일밴드가 유명해질 일도, 뻘짓을 만날 일도 없었겠지.
그 : 흠... 그렇네요.
나 : 그렇게 거꾸로 계속 들어갔더니... 어머니와 아버지가 만나지 않았다면....
한국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삼국통일이 되지 않았다면...
단군이 고조선 건국을 하지 않았다면...
그 : 너무 극단으로 가는데요..
나 : 태양계, 지구가 생성되지 않았다면..
빅뱅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 : 뭐예요 정체가?
나 : 그러니까. 빅뱅이 일어나서부터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것들이 모두 운이라면?
지금 뭔가 싶은 거예요.
그 : 흠.. 논리적이에요.
나 : 그러니까 좀.. 삶에 의욕 같은 게 없어지더라고요.
그 :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나 : 인터스텔라 봤어요?
그 : 네
나 : 인터스텔라를 저는 한 다섯 번을 봤어요. 시간의 왜곡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궁금해서요.
상대성원리를 공부했어요. 그리고 양자역학도 공부했어요.
그 : 별걸 다 공부합니다.
나 : 공부했더니... 예를 들면 우주의 어느 공간에서의 한순간이 지금의 내 평생의 시간이 될 수 있고, 태양계의 생성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이 될 수 있더라고요.
시간이라는 게 지금 내가 지구의 위에 있어서.. 내가 시간이라고 느끼는 것뿐이지..
우주의 어느 공간에서는 내 하루가 내 수백 년이 될 수도 있고
내 평생이 0.01초가 안될 수도 있는 거예요.
아무튼.... 말하니까 더 헷갈리는데...
시공간에 대해서 공부하니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게 뭐랄까 다 부질없달까?
또 양자역학도 공부했어요.
그러니까 뭐 다른 건 아니고 내 피부 세포들도 분자와 원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분자와 원자도 중성자와 전자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러니까 나는 우주, 지구의 원자 분자 덩어리들 중 일부분이라는 거죠.
내 신체 구성 그러니까 뼈 피 내 생각들도 다 내가 먹은 동물과 식물들의 세포들로 만들어진 거라는 것.
또 내 생각들과 기억은 그저 내가 먹은 것들이 내 뇌세포와 뉴런이 되고 그 뉴런들의 전기 신호일뿐이라는 생각까지 가더군요.
거기까지 가더니..
불교의 반야심경이 다시 보이더군요. 부처님 이해할 뻔.
반야심경의 뜻을 헤아리려고 공부도 했습니다.
그 : 하하. 우주 끝부터 뇌세포 뉴런 간의 전기신호까지...
별것 다 생각하네요.
나 : 매트릭스 영화 봤죠?
그 : 네
나 : 그러니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
더 나아가서... 지금 내가 존재하고, 내 뇌세포 간의 뉴런의 전기신호라는 게 나만의 사고와 나만의 세상인데
과연 똑같은 생각, 똑같은 상황이라는 게 존재하는 것인가? 과연 당신과 나는 같은 우주에 살고 있는 것인가?
모두가 다른 생각의 우주에 살고 있는데 과연 우리는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인가?
실제로 당신이라는 사람은 존재하는 것인가?
아무튼 뭐 이런 생각들...
그 : 운이라고 생각하는 게 별 별것들까지 다 생각하게 만드네요.
나 : 이렇게 심각하게 생각하니까... 염세주의, 허무주의로 변하더군요.
그냥 다 필요 없어. 그냥 뭐 내 맘대로 살 거야. 혹은
내가 열심히 하면 뭐하니 어차피 분자 원자가 나눠지고 그냥 지구의 티 끝이 되고 우주로 봤을 때는 그냥 전자 하나쯤도 안되는데 뭐...
이런 생각까지..
그 : 거기까지는 생각 안 해봤네요
나 : 아무튼 뭐 그렇게 별별 생각을 하다가. 결국엔 내 육신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백날 내가 우주를 생각하고 분자 원자를 생각해도 내가 느끼는 육체적인 고통은 존재하고 내가 느끼는 거잖아요.
어쩔 수 없이 살아야 하는구나 이런 생각도 하게 되었죠.
그 : 흠 결국엔 건강인 가요?
나 : 건강.. 건강은 챙겨야 하겠다 생각은 드는데 열심히, 재미있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좀 다 부질없다고 생각했어요.
그 : 그래서요?
나 : 한동안 그런 생각에 빠져 살았어요. 다 부질없다. 그냥 사는 게 다 그런가? 뭐 이런 거.
나는 존재하는가? 뭐 이런 거?
그 : 결론은 어떻게 났어요?
나 : 인천에 최현주 선생님이라고 있어요. 아세요?
그 : 아니요
나 : 페이스북에서 처음 알게 되었고,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연수 때문에 만나고,
그 선생님이 활동하는 단체에 교수님이 쓰신 책이라고 '프레임'이라는 책을 선물 받았어요.
그 책을 보고 좀 그런 염세주의, 허무주의에서 좀 빠져나올 수 있었어요.
그 : 어떤 내용의 책이에요?
나 : 프레임에 관한 책인데 술술 읽히는 보통의 인문서인데... 딱 한 구절이 그냥 딱 와 닿았어요.
그 : 어떤 내용이에요?
나 : 정확하게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지금의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환경이다.
라는 구절이었어요.
그러니까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운이 될 수 있구나.... 하면서...
머리를 띵 맞은 듯이 염세주의, 허무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좀 더 능동적인 삶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좀 생기가 돌았어요.
그러니까 최현주 선생님 입장에서 본다면 내게 좋은 영향을 주신거잖아요.
다 운인데 최현주 선생님 덕분에 내가 이런 깨닳음을 얻을 수 있었잖아요.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최현주 선생님 같은 사람이 될 수도 있잖아요.
그 : 그러니까 당신이 느낀 운이라는 게 다른 사람들의 영향이고
당신도 그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야기예요?
나 : 정확해요.
그러니까 내가 느꼈던 염세주의 허무주의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다 운이네? 뭐 이런 생각이었는데
내가 다른 사람들의 환경이고 운을 만들 수 있는 사람? 혹은 운을 나쁘게 만들 수 있는 사람?
이렇게 생각하니까...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왕이면 많은 사람들에게 운을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고요.
뻘짓도 그렇고 옆반TV도 그렇고... 승진안행도 그렇고
콘서트도 그렇고... 요즘은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작업을 많이 하잖아요.
요즘 여러 선생님들에게 기회를 주고, 다양한 경험을 줄 수 있는 기획을 자주 하는데
이 기획들이나 제 말과 글과 행동으로 최현주 샘이 내게 줬던 운처럼
수요일밴드가 내게 줬던 운처럼
저커버그가 페북으로 내게 줬던 운처럼
내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운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만나는, 만날 사람들에게 운 좋은 환경이고 싶어요.
그 : 그래요. 그럼 허무하게 기다리지만 않고, 좀 살면 좋겠네요.
나 : 네 맞아요. 질문이 다 운이면 대충 살아도 되겠네요? 였죠?
질문의 답이 되었나 모르겠어요.
그 : 음.... 네가 다른 사람들의 좋은 운이 될 수도, 나쁜 운이 될 수도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 되도록이면 좋은 감정 갖게 좋은 운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라.
그렇게 노력하며 재미있게 살아라?
나 : 아이고. 기특하네요.
그 : 흠.. 결국 이렇게 교훈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네요?
나 : 괜히 그래야겠다는 생각도 조금 들고요.
왜냐면 혹시 나 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내 글을 읽고
혹시나 생기를 찾을지 모르니까...
누군가...
이 글을 보고 무언가 느끼고 즐거운 일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그냥 세상이 운이다~ 라고 끝낼 수는 없었어요. 하하
그 : 네. 재미있는 이야기 잘 들었네요.
그런데 결국엔 운이네요?
나 : 큭. 네. 운입니다. 그런데 당신도 다른 사람의 운이에요.
**콘서트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