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짓 이야기 #01
나는 아직도 초등학교 5학년? 6학년 즈음의 한 장면이 생생하다.
우리 집은 푸세식 화장실이 있는 한옥집이었는데, 화장실에서 내가 똥을 싸고 있다.
바닥에는 검정, 하얀색 타일이 깔려있고, 나는 그 울퉁불퉁한 타일에 수첩을 놓고 연필로 글을 쓰고 있다.
제목은 버킷리스트
나는 그 버킷리스트에 무엇을 적었는지 가물가물하지만
정확하게 세 가지는 기억이 난다.
'(음악) 앨범 내기', '책 쓰기'
또 하나가 '영화 만들기'였다.
거의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
나는 수요일밴드를 2013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미니앨범이나 싱글을 8개나 음원 발표했다.
또 공저로 책을 2권을 썼고, 책을 쓰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허참.
적어도 2가지 버킷리스트를 이뤘다.
그런데 한 가지가 남아있네?
바로 영화 만들기다.
그런데 이 영화라는 게 아무나 만드는 게 아니지 않은가? 교사로서 음반이나 책은 어떻게 했지만 영화는 정말 넘사벽이었다. 내가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내가 음반 내고, 책 내고하면서 간이 커졌나 보다. 뻘짓을 계획하기 전부터 영화 교육전문가 차승민 선생님에게 영화를 만들 것이니 도와 달라고 이야기를 했다. 이런 걸 보면 영화 만들기에 대한 꿈을 놓지는 않았었던 것 같다.
막연한 버킷리스트 '영화 만들기'가 잘 하면 되겠다는 희망을 준 이가 있다.
정재성, 이동민이다.
정재성은 2015년 8월에 미니앨범 우유 가져가 뮤직비디오 촬영 때문에 처음 만났다.
참콘스에서 영상 담당을 하던 정재성을 김차명의 소개로 만났는데 정재성의 감독으로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아이들과 영화를 꾸준히 찍고, 자기 돈으로 독립 영화도 찍었다고 한다. 책임감이 강했고, 성실했고, 센스가 있었다.
그런데 그 때만 해도 뭐 이런 선생도 있구나 했다.
그때가 2015년.
이동민은 페이스북에서 처음 만났다.
승진안행(승진점수 안 모아도 행복할 선생님) 그룹에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2016년 3월 승진안행 페스타에서 실제로 처음 만났다. 승진안행 페스타에서 연극놀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정말 잘 놀고, 센스가 대단했다.
나중에 알았는데 동민이는 대학시절부터 연극을 했고, 교사가 되어서도 연극을 계속했다. 실제로 교사와 연기자의 갈림길에서 큰 고민을 했었다고도 한다.
차승민, 정재성, 이동민 이 셋을 만나니 괜히 용기가 생기더라.
영화 교육 전문가가 있고, 아이들과 영화 찍고 독립영화 만드는 영화감독이 있고, 연기자가 있는데... 잘~ 하면 영화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셋에게 영화 만들기를 해보지 않겠냐는 메시지를 보냈고 이 셋은 함께 한다는 약속을 했다.(차승민 선생님은 초특급 작가로 일정이 빠듯해 계속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영원한 바지사장으로 남아주시기로 했다.)
2016년 겨울방학 때 해 보면 어떠냐고 6월쯤 페북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는 사이 나는 미리 숙식비를 어떻게 조달할까 걱정을 했더랬다. 마침 세종의 김현진 선생님(나랑 동갑)을 알게 되었고, 세종의 마당발 김현진에게 문의하였더랬다.
그랬더니 마침 자신이 참여하는 연구회에서 도울 수 있다고 하는데 겨울 방학은 어렵고, 여름 방학 때는 숙식비를 조금 도와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급히 모두가 일정이 가능한 2016년 8월 10일~12일로 날짜를 잡고 홍보자료를 만들어 함께 할 사람들을 페이스북을 통해 모집했다.
그랬더니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다는 의사를 보였고, 뻘짓 네이버 밴드를 만들어 이들을 가입시켰다.
그렇게 뻘짓 사람들이 모였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더라.
승진안행 페스타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또 왔더라.
아래 승진안행 페스타 단체사진에서 뻘짓 단원들을 찾아보시라~
다음편 예고 - 뻘짓 참가자에게 주어진 미션, 그리고 사전 모임
교사영상제작단 뻘짓의 장편 영화 만들기 텀블벅 펀딩에 참여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