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누구나 노래를 만들 수 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2008년 1학기 어느 월요일 오후 3~4시 쯤 일입니다.
4년차 초등교사였던 저는 학교 컴퓨터실 청소를 하고 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머릿속에서 멜로디가 떠오르더군요.
전담도 없는 월요일 오후
목이말라 연구실에
마실거리를 찾는데
유통기한 지난 우유와 말라버린 사과 껍질 뿐
학교에 정수기가 없었는데 물을 찾으러 다녔던 경험이 정말 문득 노래가 되어서 흥얼흥얼 불러지더군요.
얼른 떠오르는 가사를 앞에 있던 이면지에 적었습니다.
통기타로 반주를 할 수 있을까?
흥분한 저는 궁금해서 통기타가 있는 교실로 뛰어 갔습니다.
멜로디를 잊어버릴까 흥얼흥얼 하면서 뛰었습니다.
기타를 잡고 아는 코드를 연주하면서 흥얼거린 멜로디를 불러보았습니다.
F 코드를 연주하니 첫 소절에 어울리더군요.
흥얼거린 노래를 부르며 F 코드 다음은 어떤 코드일까?
제가 아는 코드들을 모두 연주해봤습니다.
F-C코드.. 이상합니다. F-Am코드.. 이것도 아닙니다. F-G코드.. 오 맞습니다.
그 다음은? 그 다음은? 해서 한땀 한땀 노래에 어울리는 코드를 찾아 가사 위에 적었습니다.
F G C C 코드 진행이 반복되는 구조더군요.
F G C C
전담도 없는 월요일 오후
F G C C
목이말라 연구실에
F G C Am
마실거리를 찾는데 유통기한 지난 우유와
Dm G C C
말라버린 사과 껍질 뿐
이렇게 흥얼거린 16마디 노래의 코드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노래가 너무 짧죠. 노래라고 하기엔 좀 부족함이 있습니다.
가사도 상황만 있고 줄거리가 없더군요.
그래서 계속 노래가 이어지게 가사를 이었습니다.
노래가 재미있게 후렴부도 만들고, 2절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한두시간만에 저의 첫 자작곡은 완성되었습니다.
전담없는 월요일에 연구실에 물도 없어 이사람아
작사, 작곡 : 박대현
전담도 없는 월요일 오후
목이 말라 연구실에
마실거리를 찾는데 유통기한 지난 우유와
말라버린 사과 껍질뿐
많은걸 바라는게 아닌데
시원한 생수면 되는데
미라네 연구실에 가볼까
시원한 물을 찾으러
전담도 없는 월요일 오후
아무도 없는 교무실에
냉장고를 열어보니 먹다남은 롤케이크와
시원한 칡 엑기스
아무래도 주인은 있을텐데
하지만 너무 목이 마른데
주위를 살피고는 나도 모르게
원샷을 해 버렸네
전담도 없는 월요일 오후
시원한 칡 엑기스
어때요? 괜찮은가요? 인디 어디 인디 노래 가사 같나요?
작사, 작곡이라는 경험이 전혀 없었던, 통기타 기본 코드 정도만 연주 할 수 있었던 저였습니다.
어쩌다 소 뒷걸음질 치듯 이렇게 우연히 노래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음알못도 노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에이~ 설마. 어떻게 아무나 노래를 만들어?’ 하는 당신도 노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미 노래를 만들기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추측이 아닙니다. 경험으로 말씀드립니다.
당신도 노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제가 교육한 성인, 학생들 모두 노래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요령을 좀 가르쳐 주고 ‘언제까지 노래를 만들어내라’ 라고 부담을 주고 기다린 것 뿐입니다.
길게는 2박 3일 곡 쓰기 연수에서도, 하루동안 진행 되는 6시간 연수도 해봤습니다.
거의 모두 노래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저는 우연히 운좋게 스스로 노래만들기를 터득했습니다.
앞서 이야기 했지만 작사, 작곡을 따로 배우지 않았습니다.
통기타도 거의 독학으로 홀로 기본 코드만 연주를 하는 수준입니다.
제가 터득한 요령대로 지도했더니 저를 만난 선생님과 학생들 거의 대부분이 노래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노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악기를 배우지 않아도 노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악보를 못 읽어도 노래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마음만 내면 누구나 노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제 노래 만들기 경험을 살려 노래 만들기를 할 수 있는 요령을 간단히 안내하고, 여러분이 노래를 만드는데 생기는 여러 질문들을 해결해 줄 것입니다.
지방에 살고 있어 배울 곳이 마땅치 않아 유튜브와 구글링으로 좌충우돌 독학으로 익혔습니다.
노래만들기와 관련된 여러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예정입니다.
제 글로 단번에 좋은 노래를 만들 수 없을겁니다.
하지만 무엇을 더 공부해야 하는지는 알 수 있으실겁니다.
많은 분들이 노래 만들기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길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