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뮤직비디오 만들기
A6 배구화 노래의 작사 작곡은 내가 했다.
하지만 편곡을 하고 연주를 하고, 녹음을 하고, 음원을 만드는 고된 과정은 트레바리, 특히 트레바리의 이충만이 대부분 했다.
음원이 제작되는 동안 내가 한 일은
충만이가 음원을 잘 만들게 밥을 사주는 것,
보컬 가현이가 노래를 잘할 수 있게 응원하는 것,
유루시아 선생님에게 앨범 커버를 부탁하는 것,
김현희 선생님에게 앨범 리뷰를 부탁하는 것,
음원 사이트에 등록할 서류를 만드는 것이었다.
음원 만들기 과정에서 내 역할은 뮤지션이 아니고 기획자에 가깝다.
하지만 내게 큰 과제가 있었으니 바로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것이다.
데모 버전이 나오고부터 노래를 수시로 들으면서 뮤직비디오에 어울리는 그림을 상상했다.
생각날 때마다 에버노트에 하나씩 적어가며 내용을 보충했다.
시나리오의 큰 줄기대로 촬영은 했지만 많은 내 작품이 그렇듯 이번 뮤직비디오의 많은 부분이 즉흥적으로 촬영되었다.
콘티는 초반 몇 신 그리다가 포기했다. 그냥 그때 그때 즉석에서 구도를 잡고 촬영했다.
미리 이야기하자면 연출에 있어 남자 주인공 이동민의 도움이 컸다.
부족한 신을 만들어 촬영을 원하기도 했고, 설명이 부족한 연출에도 불구하고 연기를 정말(!) 잘했다.
뮤직비디오 내용
하이큐를 좋아하게 된 교사 이가현
신규 교사로 발령이 났다. 새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배구를 열심히 가르치겠다고 생각함.
하지만 자신이 배구를 못함. 배구를 잘하는 이동민에게 배구를 배움. 이동민과 이가현 썸 탐.
이동민과 행복하고, 새 학교 선생님들과 행복한 시간, 행복한 배구를 하는 이가현.
배구화가 없는 이동민에게 배구화를 선물하려는 날
하지만 이동민은 박수경과 사귀는 사이였음을 알게 됨.
이번 뮤직비디오에는 특히 우연과 운이 많이 작용했다.
우연을 중심으로 뮤직비디오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연 1. 촬영 장소 - 모아초등학교 & 고장섭 선생님
고장섭 선생님과의 인연에서부터 시작한다.
곡 쓰기 연수를 통해 2016년에 처음 뵈었던 고장섭 선생님은 작년 12월 뻘짓 영화 상영회도 오셨다. 영화도 궁금하였지만 아마도 모아초등학교에 강사로 초빙하고 싶어서 오신 게 아닌가 추측한다.ㅋ
(모아초등학교에서는 연극과 영화를 중심으로 예술꽃 씨앗학교가 운영된다. 고장섭 선생님이 주무이시다.)
서울까지 뻘짓을 보러 오신 고장섭 선생님의 마음에 뻘짓 단원들은 감동했다. 바로 날짜를 잡았다 5월 둘째 주 금토일. 그렇게 모아초등학교에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게 되었다.
그런데 학교가 구석구석 어찌나 예쁜지 매우 매우 만족스러웠다
우연 2. 출연 학생들
이 모아초등학교에서 하는 2박 3일의 캠프에는 20여 명 학생들이 참가했다. 뻘짓 단원들은 4개 조로 나누어 아이들과 단편영화를 찍었는데, 나는 단편영화 대신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것이다.
아이들은 4개 조로 나누었는데 가위바위보로 팀이 나누어졌다.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아이들 이유란, 최은별,
김선, 이현민, 최율, 이아영 학생들은 촬영 바로 직전에 자신이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는 줄 알았다.
촬영 전에 한 명 한 명 영상 촬영을 허락받았고, 영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삭제하거나 뒤에서 나온 것들을 넣기로 했다.
아이들이 연기를 적극적으로 해주었다. 즐겁게 참여해 주어서 고마운 마음이다.
우연 3. 드론 항공 촬영
마침 올해 우리 학교에 드론 동아리가 생겼다. 학교에서 드론 동아리 담당 선생님이 나와 동학년이다. 드론이 뮤직비디오 촬영하는 주에 학교에 도착했다. 촬영 전날 강당에서 드론 사용법을 배웠다. 다행히 촬영 당일 오전에 비가 오지 않아서 드론 촬영을 할 수 있었다.
드론으로 촬영한 뮤직비디오 첫 장면이 참 마음에 든다.
화창했다면 좀 더 좋았을 텐데 뭐 이 정도로 만족한다.
우연4. 교사영상제작단 뻘짓
촬영 전날 모두 모인 자리에서 대부분이 분량 욕심을 내었다. 또 원샷을 원했다.
모아초에 아이들 캠프, 교육을 위해서 왔건만 무엇보다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뽐내고 싶어 하는 뻘짓이었다.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는지라 모두들 각자 개인 분량을 주기로 결정했다.
이가현 선생님이 학교에 처음 오는 장면에서 손뼉 치는 장면과 잔디밭에서 배구 포즈를 취하는 장면을 좀 길게 느껴지지만 모두 원샷으로 넣었다. 왜냐면 뻘짓은 소중하니까. ㅎㅎ
우연 5. 춤
뻘짓 단원 양인선이 춤을 잘 춘다.
후렴부에 어울리는 안무를 부탁했다. 노래에 어울리게 잘 준비를 해주어서 멋진 춤 장면을 만들 수 있었다.
양인선의 춤도 촬영 전날 볼 수 있었다. ㅎㅎ
우연 6. 하이큐 소품들
원래는 유튜브에서 하이큐 영상을 보는 정도로 생각했다. 한데 윤정이 누나가 자기 집에 있는 하이큐 만화책과 소품을 사진 찍어 카톡방에 올렸다.
부탁을 드리고 급하게 빌렸다. 촬영 전날 택배가 왔다.
또 이가현이 입은 하이큐 배구복은 촬영 날까지 배송이 안되길래 CJ 택배 분배소에 들려서 직접 택배를 받았다.
미리미리 준비했더라면.... 이렇게 급할 건 없었는데... 또 막 이렇게 급박한 맛이 있다.
옷도, 하이큐 소품들도 정말 운이 좋게 잘 받을 수 있었다.
우연 7. 비가 옴
그런데 촬영할 수 있는 토요일 오후에 비가 왔다.
원래는 경주 바닷가로 가서 선생님들과 배구 장면, 다 같이 춤추는 장면을 찍으려고 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여기서 이가현, 이동민 썸 타면서 춤추는 것을 찍지 못했다.
또 아이들과 물풍선을 던지며 이가현 이동민이 썸을 타는 장면도 찍지 못했다.
이런 썸 타는 부분들을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이동민이 썸 타는 부분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렇게 어쩌지 하면서 만들어진 장면이 학교 벤치에서 데이트하는 장면
아이들이 얼레리 꼴레리 하는 장면이다.
이 두 장면 모두 이동민이 제안해서 찍었다.
이 장면 없었으면 어쩔뻔했나... 아찔하다.
동민이가 살렸다. 땡큐
이렇듯 나는 영상 만들 때 같이 작업하는 게 참 좋다 ㅎㅎㅎ
우연 8. 고장섭 선생님의 24-105L 렌즈
내 장비는 캐논 6D에 50mm 단렌즈 하나가 전부였다.
줌렌즈가 없어서 하나 살까 하다가... 그냥 구입하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줌렌즈가 필요할까 해서 슈퍼 줌 렌즈가 달린 똑딱이를 준비를 하긴 했다.
어랏 그런데 고장섭 선생님이 24-105L 렌즈를 사용하고 있었다.
고가의 렌즈라 빌려달라고 말씀드리기 뭐했지만..... ^^말씀드렸고, 흔쾌히 빌려주셨다.
대부분 24-105로 촬영했다.
줌렌즈가 필요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사..야겠다. 흑.
그렇게 운으로 완성된 뮤직비디오.
한 번 더 보자!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