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청탁와서 쓴 것. 어딘지는 나중에.
나는 노래 짓기를 좋아하는 초등교사다. 3년 전,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이가현 선생님과 수요일밴드라는 어쿠스틱 밴드를 만들었다. 직접 작사, 작곡해서 만든 노래를 교실에서 홈레코딩으로 녹음해 싱글앨범 6장을 내기도 했다. 사람들은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평범한 내가 어떻게 영감을 얻는지 궁금해한다. 나는 주로 소소한 일상생활 속에서 영감을 얻는다. 예를 들면 이렇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위험하게 비비탄 총 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발견하고는 불러서 한참 잔소리를 했다. '이 비비탄이 눈에 맞으면 얼마나 위험한데 여기 사람도 많은데 함부로 쏘고, 너희끼리도 고글도 쓰지 않고 막 쏘고 하면 어쩌니…. ' 한참 동안 잔소리 후 주눅이 든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굳이 학교도 아닌데 왜 내가 동네 아이들에게 잔소리했는지 의아했다. 목욕탕에서도, 식당에서도 이런 일이 종종 있었다. 잔소리를 노랫말로 담았다.
'식당에서 운동장처럼 시끄럽게 구는 / 목욕탕 냉탕 다이빙하고 시끄럽게 구는 / 사 차선도로 아무 데서나 무단횡단하는 / 비비탄 총을 사람 많은데 아무렇게나 쏘는 / 아이들 볼 때면 뜨겁게 꿈틀대는 나의 직업병 / 아무 때나 아무 데나 나오는 소리 안 해도 되는 소리 직업병 잔소리' (수요일밴드 싱글앨범 '직업병' 중)
또 이런 식이다. 학교에서 매일 급식으로 나오는 우유를 안 먹는 아이들이 많다. 여러 방법을 써 보았지만, 꼭 남은 우유가 있었다. 어떻게 우유를 잘 마시게 할까? 고민하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래 재미있게 우유를 마시는 노래를 만들어 쉬는시간에 들려줘야지!' 쉬는 시간 아이들과 우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들과 나눈 이야기와 흔히 하는 잔소리를 노래로 만들었다.
'선생님 제티 타 먹으면 안 돼요? 안돼 / 옆 반은 된다는데 왜 안돼요? 옆 반 가 / 초코우유 딸기우유 안돼요? 안돼 / 같은 가격인데 왜 안돼요 / 마트에 가면 700원 편의점 가면 900원 남기지 말고 먹어라. 흘리지 말고 좀 / 우유 가져가 좀 마셔라 좀 우유갑 던지지 말고 잘 포개 넣어 좀' (수요일밴드 싱글앨범 '우유 가져가' 중)
아이들에게 만든 노래를 들려줬더니 재미있어한다. 잔소리를 노래로 만들었더니 잔소리는 줄었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커졌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솔직한 마음을 쓰면 작사가 된다. 그 가사를 흥얼거리면 작곡이 된다. 생각보다 쉽다. 선생님의 잔소리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