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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대현 Sep 17. 2015

승진점수는 안 모을 거야, 그런데 승진 기회가 있으면?

뭐? 왜? 그럼 안돼?

내가 최근에 승진 이야기만 엄청 많이 한 것 같다.

그래도 좀 들어줘

지겹지? 그래도 좀 들어줘.


승진.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승진을 하고 싶은 이유는

나이가 들어서 좀 몸도 마음도 편하려고 하는 거야.


다는 아니라도 대부분 그렇다고 생각해

더 힘들려고 승진하려고 애쓰는 선생님이 몇이나 되겠니?


애들은 말 안 듣지 그나마 젊을 때는 힘이라도 있지


나이가 들었다고 상상해봐

나이 들어서 힘 빠지는데 애들은 말 안 듣고

학부모들은 늙었다고 싫어하고

동기, 후배 교장 교감들은 

편하게 교장실 교무실에 앉아서 결제하고

학교 운영하는데

나는 교실에서

애들이랑 지지고 볶고 기안올리고...


솔직히 교장, 교감 선생님이

더 폼나고, 편하고, 더 멋지잖아

아니가?

맞잖아.


그런데 승진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

연구점수 쌓고, 연구/실습학교에서 근무하고

벽지 학교 가려고 표창, 이것저것 점수 모아서 벽지를 가야 하잖아


지금 승진 룰이 그렇잖아.


그런데 그 룰이라는 게 지금 초등교사 담임교사로서

잘해야 하는 일

그러니까 학급 운영 잘하는 거랑

상관이 없어. 그렇잖아? 

아니가? 나만 그렇게 생각하나?


지금 룰은 지금 자기 역할에 충실한 선생님

그러니까 학급 운영 잘하고, 교육철학이 투철한 선생님


그런 선생님이 승진이 되는 게 아니란 말이야.


교육철학이 뚜렷하고 학교 운영 능력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오히려 반대도 있잖아. 그렇지 않나?)


승진은 알다시피
점수야 점수
0.1점(학교폭력 가산점 1년) 
0.2점(라 벽지학교 근무 1년)
0.12점(준벽지학교 근무 1년)


이런 걸 모아서 승진하는 거라고


내가 생각하기엔 이 잘못된 승진 룰 때문에

많은 선생님들이 나이가 들어 교실을 탈출하기 위해

학급 운영과, 교육철학에 쏟아야 할 에너지를

딴짓에 쓰고 있다고...  그렇게 생각해


잘못된 승진 룰이 우리 교육에 도움이 안되고

내가 생각하기에 잘못된 점수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느끼는데...

그 점수를 위해 내가 애쓰는 건 나한테 거짓말을 하는 거고

(좀 오그라드는 표현이지만) 참 되지 않아.


내가 이상주의자라고 생각해?

아니.. 난 현실주의자야..

내 삶과 내 행복을 누구보다 현실적으로

누리고 싶어.


이런 생각을 안 했던 때

당연히  승진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작년까지도


승진 점수를 안 모은다는 선생님들에게


선생님~ 준비하세요~

나중에 비참해질 거예요~

저는 무슨 짓을 해도 꼭 점수모아서 승진할 거예요


이렇게 이야기를 했었어


그때는 점수 모으는 게 맞았어

점수 모으려고 애 썼다고.

연구점수 1등급 1개, 2등급 5개, 3등급 1개 모아놓음
연구학교 6년 있었음


그때 생각에 최선을 다했어. 그랬으니 지금만큼 모아 놓은거야.


그런데 지금은 마음이 바뀌었어

내 마음이 달라졌어.


승진 점수 룰이 잘못된 거라고 생각하면서

점수를 모으는 건 나한테 내 삶에 거짓말하는 거야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거야.





그런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데

나중에 내가 학급운영에 탁월하고 확고한 교육철학을 세웠을 때

학교 운영 기회 / 장학사가 되는 기회가 온다면 어쩔까?

내부형 교장 공모가  일반화된다면 어떨까?

고민했지


늙어서

아이들과  우락부락하는 열정이 예전보다 식고,

몸이 편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면.... 어쩌지?

나 같은 선생님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그때도 평교사를 찬양하며 남을까?


고민되더라고


결론은 내렸어.


내가 떳떳하게 내가 생각하는 불합리한 점수를 모으지 않고

나중에 관리자나 장학사를 되길 원하는 마음이 생긴다면

내 스스로에게 떳떳하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페북에 이미 "평교사"로 남는다고 공언은 했지만..

삭제하면 되지 뭐

그때는 이 상황속 점수대로라면

어쩔수 없이 평교사로 남아야하니... 그랬던 거라고

점수 룰 시스템이 바뀔지 모르고 "당당한 평교사로 남겠다는거고....."

(말바꿈??ㅋㅋ)


그런데 뭐!

점수 모으려고 애쓴 것도 아니잖아.

마음이 크게 바뀐 것도 아니잖아? 그렇지 않아?


박대현 너 말바꾸고 실망이다. 하는 친구가 있으면


뭐... "어쩔?"

이럴래


결론은 이래


지금 승진 제도의 문제성을 느끼면서 승진을 위한 점수를 쌓지 않겠다.
그 에너지를 교육철학을 확고히 하며,
교사로서 능력을 탁월하게 하는데 사용하겠다.
다만, 세상이 바뀌고 승진제도가 바뀌어 나 같이 점수가 없어도 학교 관리자/ 장학사의 기회가 온다면 누구보다 열심히 애쓸지도 모른다.


손에 흙 안 묻히고 뭐하려는 욕심 아닌가?
할 수도 있는데
흙 묻히느니 아무것도 안 할 거고
흙 안 묻히고 뭐라도 할 수 있으면 안 묻히고 애쓸지도 모른다고!
라는 게 내 생각이야.


이기적이라고?
아니 솔직한 거야.
이 녀석 미쳤나? 왜 이렇게 변했나? 생각이 들면 이 책을 꼭 읽어줘. 나도 이 책때문에 이렇게 변해버렸어. 매트릭스 영화속 '빨간약'같은거야.


그런데


나중에 마음이 변해서 막 승진하고 싶으면 어쩌지?

근평 받으려고 학교 찾아다니고

벽지 학교 가려고 애쓰고 그러면 어쩌지?

항상 고민을 하는데

몰라

수요일밴드가 이렇게 될줄 몰랐던것처럼

세상일이 생각한 것처럼 안되잖아 그지?

그때 그때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지.

진실로 스스로 부끄럽지 않았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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