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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빈조 Jan 31. 2023

친밀성

문학동네 2022 겨울호 중 옮긴 글  

"가족을 구성할 권리는 결코 사적인 영역의 권리에 대한 요구가 아니다. 가족을 구성할 권리는 낯설고, 불온하고, 문란한 신체들이 공적 영역에 출현하고, 관계 맺고, 일상과 사회를 함께 점유할 권리를 말하는 것이며, 이는 곧 불온한 정치의 현장이다" 


문학동네 2022 겨울호에 실린 글 <무해함의 법정과 망명자들의 증언석>에서 신현아는 사실상 이 글의 중반을 한참지나 결론 부에 다다라 김순남의 글 <가족을 구성할 권리-혈연과 결혼뿐인 사회에서 새로운 유대를 상상하는 법>의 일부를 인용해 그녀가 하고자 하는 말을 시작한다.   


"그러니까 내가 상상한 친밀성의 세계는 사실 이런 것이다. 너무 가깝지 않으면서 너무 멀지도 않은 세계 그래서 서로 간 적절한 거리를 지킬 수 있는 세계이자 서로 불쾌해질 일 없는 세계이며 서로의 무해함을 보장받을 수 있는 세계, 하여 아름답고 다정하고 무해하고 따뜻한 세계이다....(중략)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선량한 이웃이 될 것이고,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을 것이며, 정치적으로 올바른 대화를 나누고, 세련되고 산뜻하고 중산층적이고 도시적인 익명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친밀함을 주고받을 것이다" 


초반부 그녀는 그녀의 상상 속 친밀성의 세계에 대하여 적당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한 채 상대가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온정과 다정함으로 훈련된, 각자 독립된 개체로서 기대고 의지할 필요 없는 완벽한 사람들이 나누는 따뜻하고 산뜻한 관계로 경유하다가 그러나 그것은 상상 속 관계일뿐이며 실상은 그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어그러지며 유해하고 도저히 제정신인 상태로 직면하기 어려울만큼 아찔한 순간들과 맞딱뜨리게 되기가 일쑤라고 그렇게 한참을 돌아서 다다라 가족 혹은 오염된 공동체속에서 유대할 권리에 대하여 이야기 한다.      


"그는 도시의 익명성을 매우 소중히 여기고, 거기서 만났던 많은 문화, 생각, 차이들을 즐겼지만, 동시에 나무들, 강, 험준하고 조용한 시스키유와 그가 자라났지만 상실할 수밖에 없었던 시골 백인 노동계급 문화가 그의 몸에 새겨놓은 감각들이 그를 도시의 삶에 부대끼게 만든다...(중략) 도로가 포장되지 않아서 겨울 우기에는 우편배달부가 오지 못하는 마을의 풍경을 웃으며 말할 수가 없다"


"끝까지 우리는 아름답고 무해한 세계를 살 수 없는 지긋지긋한 존재들이라는 점을 마주하는 것.. (중략) 난감한 친밀성이자 오염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종반부에 치달아 친밀적 관계란 태고적이자 사회문화적으로 습득된 자신의 몸의 총체, 집과 같은 것, 그러므로 벗어나기 어렵고 아무리 떼어내려 해도 떼어내기 어려운 본질적인 것으로 돌아가, 쿨하고 세련된 관계로 포장하고자 하는 과장된 몸짓과 다르게 친밀성의 세계를 구성하게 되는 우리의 몸은 지긋지긋하고 불편한, 오염된 공동체 안으로 뚜벅뚜벅 걸어갈 수 밖에 없는 존재들임에 분명하다라고 말하고 있는듯 하다. 친밀성의 세계란 기브앤테이크라는 비즈니스 거래방식으로 점철된 실리적 관계들이 맺는 것이 아니라 상호교환 불가능한 여전히 미지의 세계이자 물리적 몸과 존재만으로도 민폐와 실례를 착장한 인간들의 상호작용으로써 끊임없이 반응하고 유동하는 세계라는 점 그리하여 대환장 파티의 카오스적 세계라는 것. 


* 최근 '폐를 끼치며 살아가기'에 대하여 훈련이 필요하다는 고민하다가 읽게된 글로 고민과 맞닿아있어서 옮겨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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