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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빈조 Jun 16. 2023

지역문학 기행중입니다만

[일기] 그리고 서울생활 (12)

요즘 나는 어느 지방자치단체가 설치 예정인 문학관의 실행계획안을 마련중이다. 애초에 이 일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최근 나의 관심분야로 부상한 '문학'이라는 키워드 때문이었고, 그 때문에 나는 자발적 자료 찾기와 읽기를 한동안 반복하였다. 그건 관련 보고서와 논문을 읽고 가끔 책도 사 읽는 등의 노력 같은 것이었고, 이 과정은 원초적 앎의 욕구를 채우는데 꽤 큰 즐거움을 주었다. 어느 정도 나의 관심사와 일치된 일을 하는 즐거움일거였다. 그와 더불어 보고서 작성을 위하여 4명의 연구진이 대전과 대구, 인천, 제주의 문학관을 나눠 돌던 시간이 또한 매우 즐거웠는데, 이건 너무 당연하게도 훌륭한 지역해설사를 동반하고 압축적으로 관광을 한 것 같은, 그 지역을 조금더 깊이 알게 된 기억때문일거였다. 지역을 돌때야 내가 지역문학을 기행하는 기회를 얻은 것이란 걸 깨닫기도 하였다. 물론, 중간보고를 앞두고 드디어 '일'의 고된 속성을 마주하고 있다. 이때는 관심사고 뭐고 얄짤없는 것이다.  일은 일, 덕업일치라니 세상에 그런 게 있을리 없었다. 쩝..       

 

거기다 파면 팔수록 한 지역의 문학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광대하고 유구하여 한동안은 지역문학에 대한 어설픈 언급을 되도록 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이었는데, 어째서인지 중간보고(그 지역의 내노라하는 문학인들이 오는)를 코 앞에 두고는 생각이 바뀌어 꼭 이 지역문학에 대한 언급을 하고 넘어가봐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호기롭게 다시 책들을 꺼내읽고 있다. 심지어 그 장의 제목은 "OO문학의 스피릿"으로까지 정했다. 이 까마득한 이야기를 꺼낼 땐 결과적으로 판판히 깨지더라도 그 속에서 무언가 뾰족한 걸 얻겠지, 하는 마음이렸다. 불현듯 우회하지 않겠다는 도전의식이 생긴 것은, 역시 그 지역의 문학을 탐색하던 중에 얻은 어떤 감화같은 것 때문이었다. '요즘 이야기'의 보고와도 같은 이 브런치에서도 소위 잘나가는 소재라는 것이 있고 대략 그 방향으로 쏠려가는 경향이 보이고, 콘텐츠를 선택하는 알고리즘이라는 것이 점차 나의 한정된 관심사 안으로만 점점 좁혀 들어가고 있는 와중에(내 유튜브는 온통 최강야구와 지구오락실과 가끔 댄스가수유랑단의 이효리고, 편안, 고요, 모닝이라는 키워드로 장식된 클래식 또는 유에이지 음악들 뿐이다) 그 지역 출신 작가들의 도시공간에 대한 공감각과 변화된 고향에 대한 개별의 기억과 감정이 담긴 글들을 읽으며 오랜만에 사고가 확장되는 감각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러고보니, 중앙집권적이고 탑다운식으로 기록되는 서사에 대항하는 민간기록의 욕구가 지역문학계에서 쭉 있어왔던 것이었다. 수도중심의 사고체계에 반대되는 정체성 개념으로 만들어진 "남도"는 문학인들이 제일 먼저 꺼내든 언어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마침내, 이 일을 최종보고서 라는 형태의 일의 결과로만 끝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중간보고서를 불나게 작성하는 와중에 딴 생각중) 포부가 좋게 그 제목은 OO문학기행기 정도가 되겠다! (이 호기로운 마음처럼 결과물도 짠하고 나오면.. 좋겠는데..^^;;)   

 

이건 나는 앞으로 무엇을 쓸 것인가 라고 나에게 묻는 기행기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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