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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빈조 Jun 13. 2023

자뻑은 나의 힘       

[일기] 그리고 서울생활 (11)

프리랜서라서 좋은 점은, 출퇴근길과 시간이 없고 곤욕스런 조직생활의 감정노동과 해도 티 안나는 잔일거리들이 없다는 것이 역시 최고로 좋은 점일테지만 또 하나를 꼽자면 자율적인 시간조정이다. 갑자기 처리할 일만 아니라면 업무 효율이 가장 좋은 시간, 몰입도가 좋은 장소를 선택해 일을 할 수 있고 부지런하다면 개인적 활동 시간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나의 지위적 속성 때문에 순천에서의 간헐적 살이도 가능해지는 것일거다.


서울로 돌아오고 이번 주말까지로 마감이 정해진 일의 하루 목표량을 설정해두고 한정된 시간 내 나의 개인적 루틴을 지켜내 생활할 수 있는데엔, 아마도 이 생활이 나름 익숙해져서도 있을 것이다. 물론, 연일 하루 대여섯시간씩 책상머리에 앉아있음에도 진도가 썩 나가지 않는 것을 보면 몰입적 시간은 아마도 두어시간 정도 밖에 안되는, 이런 걸 효율로 따지면 채 50%로가 되지 않는 비효율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지만, 경제적 불안정성에도 여전히 프리랜서 지위가 나에게 현재 최적이라고 생각되는 점은 단연 시간 배분의 자율성이다. 나는, 이 대여섯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제일 먼저 개인적 글쓰기와 책읽기 포기하였고, 그럼에도 포기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매일의 산책과 7시간의 수면시간, 주 3일의 홈트, 그리고 월,금의 저녁예능시청이 있다. (요즘 나의 최애 예능이라면 지구오락실과 최강야구이고, 최근 한 친구와 글릴레이를 준비하며 둘이 즐겨보는 최강야구로 감상기를 써보고 있는 중이다. 이 글은 브런치에 게시할 예정) 내가 글쓰기를 우선순위에서 제외한데는 단조로운 일상에서 소재가 마땅치 않아서도 있지만, 예능시청을 포기하지 못한 탓도 크며, 개인 루틴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나의 몸과 정신건강에 좋은 것이었다.  


그러다 어제는,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면서 불현듯, 지금 내가 일을 너무 열심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은 일대로 쌓이고 개인적 글쓰기와 책을 읽지 않는 것에 대한 조바심은 조바심대로 늘어나고 있는 중에 일에 대한 압박과 스트레스가 조금씩 생기면서 든 생각이었다. 이 일의 의뢰인으로부터 기대이상의 평가를 받고 싶은 인정욕망이 스물스물 피어오르고 있던 모양이었다. 뭐에라도 홀린 듯 결과물에 매진하고 있었다. 퀄리티에 스트레스 받으며. 이래나 저래나 내가 만드는 거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인데, 왜 새삼스레 부담을 느꼈는지, 꽤 긴 시간 앉아 퀄리티를 다듬는데 많은 시간을 소요하고 있었다. 왜 이럴 때는 좀처럼 부리지 않던 책 욕심은 또 그리도 나는지, 한동안 집에 못읽은 책들을 읽자는 마음으로 주문하지 않았던 책들을 한꺼번에 시켜두고 쌓아놓고 있던 차였다. 엊그제 배송온 책들을 식탁 위에 그대로 올려두고 꼭 그림을 관람하듯 매일 매일 보고만 있었다.


오늘 아침엔 널브런진 책들을 정리하고 그 중 하나를 시작해봐야지 했고, 더불어 손 놓고 있던 브런치의 글도 쓰고 있다. 나의 유일한 동료인 나 자신에게 주문을 외워주며.   


충분하다, 이대로 충분하다.

그렇다 나 너무 열심히 살지 않아도 된다.


결과물이 좋아도 추가 보상이 없는데 적당히 평타 이상하면 된다!

그러고보니 프리랜서의 기본 자세는 자뻑이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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