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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빈조 Sep 22. 2023

K-신화, 그게 뭔대?   

[우리들의 글루스:글쓰기연습] (3)-KBO드래프트 첫 시청에 대한 단상

이번주 JTBC 예능 <최강야구>에는 지난 14일 진행되었던 2024 KBO 리그 신인드래프트 결과와 그 비하인드 스토리가 초반 번외편 형식으로 다뤄졌다. 프로야구 은퇴선수들로 구성된 몬스터즈 야구단의 현역 아마추어 선수로 영입된 영건 4인방이 이번 FA에 신청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14일 유튜브를 통해 거의 동시간대로 소식을 접한 후 당일(인지 그 다음날인지) JTBC 예능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이 번외편 영상을 이미 보았던 터였다. 예능을 통해 야구를 알아가고 있는 야구입문자인 내가 드래프트까지 찾아보게 된 이유는, 당연하게도 최강야구를 통해 알게 된 어느 선수에 대한 소극적 팬심 때문이었고 그의 프로입단 여부가 궁금해서였다. 내가 응원하고 있는 선수는 다행히 초반부에 지명을 받았고, 안타깝게도 몬스터즈 선수 4명 중 3명만이 프로입단에 성공하였다. 유튜브 영상에 예고되었던, 지명받지 못한 한 선수에 대한 뒷소식이 궁금해 나는 본방도 사수하여 보았고, 다행스럽게도 그 선수는 드래프트 이후 모 구단의 입단테스트 제의(육성선수 라고 한단다)를 받았다고 전해졌다. (이게 이렇게 내 일처럼 기쁠 일인가.. 이보다 덜 치열하지만 이것저것 나름의 도전 중인 나의 감정도 풍덩 이입된 것이겠거나 했다)   


10개 구단이 각 11개씩의 지명권을 행사하는 2024시즌 KBO 신인드래프트 행사장에는 지원선수 중 지명이 확실시 되는 선수 일부와 그들의 부모들이 초대되었고 생중계 영상에는 이들의 줄지어 앉아 있는 모습이 항공샷으로 자주 비춰졌다. 이날 자리는 발군의 신체적 조건과 오랜 시간 투여해온 각자의 노력, 그에 따라 개발된 역량을 바탕으로 그 노고와 결과, 향후 미래가치가 선반영되어 특정 자격이 부여된 인재들이 모이는 영광된 자리였고, 1라운드부터 11라운드까지 차등적 대우와 등급별 정찰로 정해진 영입조건에 따라 프로 무대에 진입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인지 생중계에서 비춰지는 대다수의 선수들에게서 꽤나 여유가 느껴졌고 또 늠름해 보이기까지 했다. 안타깝게도 이들 대다수가 주목을 받는 것도 아닐 거고, 극소수만이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거였다. 프로란 야멸찬 그러나 그만큼 몰빵된 영광을 용인한 세계이니. 그러니 더더욱 진심을 다해 이날까지 달려온 모든 선수에게 찬사와 축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날 드래프트 과정을 지켜보며 한편 이와 같은 방식(FA)이 최근 화두로 등장한 공정한 시스템과 룰의 전형 같은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아주 잠깐 했다. 누구의 아들 등의 뒷배 따위가 작동할 수 없는 오로지 발군의 실력으로 발탁되고 1등부터 110까지 능력에 따라 차등적으로 대우되는, 그리하여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은 욕망의 동기부여가 확실히 되는 상대적 무한 경쟁 시스템. 정치적 입장 따위 개입될 여지가 없이 오직 실력과 결과로만 성패 여부가 갈리는, 그래서 다소 비인간적일 수 밖에 없는 기계적 공정의 시스템. 이론의 여지 없이 합리적이고 그래서 편리하고 말끔해보였다. 이런 것이겠구나. 요즘 회자되는 공정한 것이란.  

     

한편으론 야구를 통해 재확인되는 것도 있는데, 이날 이 영광의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가진 자원을 쏟아부어 꿈에 투신했으나 결국 프로 무대에 서지 못한 그보다 훨씬 많은 선수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걸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또 다른 무대와 세계가 없는 공정한 시스템과 룰이란 차라리 허구에 가까운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국제 경기를 치를 때마다 캐스터들이 지겹게 하던 소리, 어느 나라의 아마야구단 수와 규모에 비해 초라한 우리의 현실을 언급하며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 참 야구 잘한다고 자랑스럽게 읖조리던 그 근거 없는 신화(사실상 특출난 개인을 갈아넣어 만들어지는)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통하고 있는 것인지다. 더불어 선수들을 발굴하여 각본 없는 드라마와 버라이어티를 만들어내고 그리하여 소위 시장의 파이가 지속적으로 확장되는 것을 지상과제처럼 작동하고 있을 지극히 자본주의적이고 그래서 기계적일 수 밖에 이 공정의 시스템이 정녕 그 목적하는 바의 결과에 가까워지고 있는지다. 나는 이날 작년 드래프트에서 육성선수로 발탁되었다가 방출되었다는 선수의 요즘 근황을 찾아보았다가 그 선수가 카페 창업을 준비한다는 뜻밖의 소식을 접하기도 하였는데, 로또와도 같은 자원 그리고 영광의 몰빵과 그 외 나머지(사실상 거의 전체에 해당하는)의 패배적 승복이라는 비효율과 극심한 자원(?) 낭비를 묵인하는, 오로지 공정의 뼈대만 남은 시스템과 룰이 초래하는 임팩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니 딱 한 줄 남는 말이 있긴 했다.


"아 이제 한국 야구 못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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