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불호 없는 연말 선물을 찾는다면
#1. 크리스마스 카드 쓰기 루틴의 시작
어느새 연말이다. 평소보다 보고 싶은 사람과 보고 싶은 마음이 배가 되게 하는 시즌. 번화가마다 수놓아진 크리스마스 장식과 조명 덕에 현생 살기 바빠 뒤로 젖혀둔 몽글몽글함이 튀어나와 버리는 때! 연말이 주는 특별한 힘 덕분인지 꼭 이때쯤이면 손 편지를 쓰고 싶은 마음이 올라온다.
편지 쓰기는 교환학생 시절 만난 홍콩 친구 덕분에 입문하게 되었다. 가을의 스톡홀름을 친구와 함께 쏘아 다니던 도중 친구는 'Greeting from Sweden'이라는 문장을 시작으로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편지를 써내려갔다. 그런 친구를 보며, '나도 저 문장을 쓰고 싶다! 멋져 보여!'라는 마음이 생겼다. 어쩐지 감성적이고 쿨 해 보이지 않나?
그렇게 처음으로 여행지를 돌아다니다 1유로짜리 엽서를 사고 그 위에 나의 근황과 상대에 대한 그리움을 왕창 써 내려간 다음 2유로 정도 하는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넣었다.
'먼 타국에서 너를 생각하며 적어 보내.' 그때도 낭만파에 속했던 나에게는 이보다 서정적이고 감동적인 선물은 없어 보였다. 그 이후 여행지를 갈 때마다 선물을 보낸다는 마음으로 그때그때 생각나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부쳤다.
한국에 돌아와서 연말에 편지를 쓰게 된 건 그때 만난 외국 친구들 때문이었다. 연말에 편지를 보내준다며 주소를 물어보는 친구 덕에 나 또한 크리스마스 카드를 쓰기 시작했고 그렇게 한 해 두 해가 지나니 어느덧 연례행사처럼 굳어졌다.
어떤 해에는 좋아하는 한국 과자와 손 편지를 함께 보내기도 했다. EMS 항공으로 소포를 보내면 과자값보다 택배값이 더 나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배편으로 보냈는데, 코로나 물류 대란 때문인지 3~4달이 지나도록 도착하지 않았다. '도대체 왜! 배가 인천항에서 출발하지 않는 거야!!' 분노와 함께 과자 유통기한이 지날까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그렇게 크리스마스 카드의 힘을 빌려 멀리 떨어진 누군가와 연을 이어갔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는 평소에는 하지 못했던 낯부끄러운 응원을 건네기도 하고, 받아보기도 했다.
24시간 컨택이 가능한 환경에서 굳이 아날로그 방식으로 쓰고, 보내고, 읽는 일련의 수고로움은 지인에게 줄 수 있는 선물 중 가장 값진 것 같아서. 이벤트는 시작한 지 7년이 넘어가는 지금도 꼭 지키고 싶은 루틴으로 남았다. 그렇게 올 해도 펜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