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걷는 길에 마주친 한국인 분이 추천(?) 해주셔서 길가에 자주 보이는 블루베리를 몇 개 따서 먹어보았다. 새콤하고 신선했는데 아직까지 괜찮은걸로 보아 먹어도 되나보다.
2.
며칠 걸어보니 오전에 1~2시간 걸은 후 첫번째 만나는 바에서는 높은 확률로 쉬어가게 된다. 잠시 휴식겸 에너지 보충이 필요하기도 하고 배낭을 풀고 따끈한 커피를 한잔 마시면 비로소 몸이 풀리는 기분. 사람 마음이 다 비슷한지 첫번째 바는 늘 사람이 많다. 들어가고 나가며 비슷한 여정을 걷고 있는 익숙한 얼굴들을 많이 보게 된다.
3.
오늘의 길은 중간중간 물길을 많이 보면서 걷는 코스로 대체로 무난했다. 엄청난 경치까지는 없었고 대체로 평범하고 무던무던하다. 그래서 그런가 조금 속도를 내서 왔더니 발이 살짝 아프다.
4.
고 며칠 걸으면서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았다고 아침녘에 길에 보인 공사판의 소음이나 현대적 풍경이 살짝 생소하고 거부감이 느껴졌다. 사람 마음이란게 참 간사하구만.
5.
산티아고 카미노 프랑스길은 길이가 긴 만큼 스페인 북부의 몇 개의 주를 지나게 되는데, 지금 걷고 있는 주는 론세스바예스부터 만나게 되는 첫번째 주로서 나바라Navarra 다. (이어 리오하, 까스띠야 이 레온, 갈리시아를 거친다)
팜플로나는 나바라의 주도로서 카미노에서 만나는 첫번째 대도시(?)라고 할 수 있는데 인구 20만에 고성의 느낌이 많이 살아있는 도시다. 가끔 여행프로그램에서 도시에 소를 풀어놓고 도망치는 광경으로도 볼 수 있는 산 페르민이라는 소축제로 유명한 도시라고 한다. 대성당이 멋지고, 골목 골목 관광객과 핀초스 바들이 가득하고, 밤에는 왠지 사람들이 길바닥에 앉아 술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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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초스 바는 스페인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선술집으로 맥주나 와인 등 술 한잔에 두어가지 안주를 곁들여 간단히 먹을수 있는 곳이다. ( 타파스 바라고도 하고 타파스와 핀초스는 거의 비슷한데 무슨 차인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팜플로나, 특히 우리가 머물고 있는 구도심같은 곳은 관광의 중심인 만큼 구석구석 많이 찾아볼 수 있고 핀초스 바가 모여있는 거리도 있다. 가게의 유리 진열장에 조리된 음식이 보이기 때문에 음식 이름을 몰라도 적당히 가리키면서 이거 주세요 하고 주문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술자리를 1차 2차 하듯이 핀초스 바도 한군데서 계속 있지 않고 여러군데를 옮겨다니며 먹는다. 가게마다 다른 메뉴와 분위기를 즐기는 맛이 있다. 나도 동행한 외국인 친구 (라기보다 형님누님들이지만) 들과 두어군데 다니면서 살짝 맛보았다. 요즘엔 우리나라서도 워낙 글로벌한 음식이 많아서 대부분 그리 낯설지는 않은 맛이다. 술한잔 + 안주2개정도가 대략 10유로가 채 안나오는데, 간단하게 가성비가 참 괜찮은 기분이다.
7.
오늘 묵는 팜플로나 공립 알베르게는 굉장히 크고 많은 순례자들이 머물 수 있는 곳이다. 아무래도 관광도시라 숙소 값이 꽤 비싼 편이라 팜플로나만큼은 공립 알베르게에서 묵는게 좋다고 하여 열심히 일찍 와서 체크인을 했다. 숙소는 꽤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것처럼 보이고, 개방된 2층 형태의 공간에 사람들이 와글와글하다. 자리에서 짐정리를 하면서 옆에 있는 순례자들이며 저쪽에 보이는 무리들과 인사를 나눈다. 스페인 사람 실비아 부부와도 인사를 했는데 한 5~6명 정도의 그룹으로 보인다. 저쪽 구석에서 씨끌버끌하다. 친구들이랑 수학여행을 온 듯한 조금은 설레는 기분이 든다.
여기서 하루 더 쉬어갈까 했으나 일기예보에 조만간 비가 온다는 소문이 있어, 비오는 날에 쉬어가기로 했다. 이제 도시보다 시골이 좋은 순례객은 한적한 시골마을서 쉬어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