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올해 기억에 남는 소비

크꾸의 맛이란!

by soo

코로나 때부터였던 걸로 기억한다. 의사들의 신발이었던 크록스가 길거리에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 유행을 크게 실감한 것은 올해부터다. 날이 더워지면서 길거리 절반은 각양각색의 지비츠를 꽂은 크록스를 신고 있었다. 저 못생긴 신발을 왜 신는 걸까, 매력이 뭘까, 약간의 홍대병 기질이 발동해 버려서 사고 싶지 않았다. 6월까지는.


날이 더워지면서 신발 선택지가 줄어들고 있었다. 운동화를 신자니 답답하고 샌들은 발가락이 신경 쓰이고. 그때 크록스가 떠올랐다. 이래서 신는 건가? 발가락은 가려주면서 구멍이 나 있어서 답답하지 않은. 그야말로 여름에 최적화된 신발. 그래! 속는 셈 치고 사보는 거야!


배송을 기다리면서 꾸밀 생각에 괜히 들떴다. 그래서 크록스가 도착한 주말, 바로 동대문으로 향했다. 직접 부자재를 사서 지비츠를 만들고 싶었다. 정신없는 동대문 부자재 시장에서 이것저것 고르고, 만들고, 끼우고 나니 (뻔한 말이지만) 정말 하나뿐인 나만의 크록스가 만들어졌다. 아 이 맛이구나. 내가 몰랐던 크꾸의 재미! 못생겼다고 생각했던 크록스가 귀여워 보이기 시작했다. 역시 사람의 생각은 변하고 변한다.


꾸미는 재미도 있지만, 크록스 자체로도 참 매력 있는 신발이다. 투박하지만 편안한, 부담 없이 신을 수 있는 그런 신발. 얼마 전 한 가방 브랜드의 소개가 떠오른다. ‘가장 좋은 가방은 매일 드는 가방이다.’ 신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가장 좋은 신발은 매일 신는 신발이다. 크록스처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