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중이었다. 그날도 내내 미팅이 있어서 개인 업무를 저녁 늦게 시작했다. 9시가 넘었을 즈음, 맞은편에 앉은 J님이 짐을 정리하셨다. 그날은 J님에게도 벅찬 하루였을 것 같다. 전사 미팅을 내내 준비하고, 많은 사람 앞에서 발표하느라 긴장도 되었을 거고. 화장실 나오다가 마주쳤을 때 고생하셨다는 말을 좀 건넬걸. 후회하던 차에,
“S님 얼마나 더 해야 돼요? 너무 늦지 않게 들어가요.”
J님이 말을 건넸다. 지친 하루였으니까 말 한마디 건네는 것도 귀찮을 수 있었을 텐데. 사실 말이라는 게 아무리 외향적인 사람이라도 에너지를 쓰는 것 아닌가. J님은 본인도 9시 넘어 퇴근하면서 앞자리 동료를 모른척하지 않고 다정한 말을 건넸다. 괜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작은 다정한 인사가 그날 지친 마음을 잊게 했다.
야근하는 동료의 뒷모습을 방해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이유로 지나쳤던 때가 많다. 사실은 내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였던 걸 안다.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아 졌다. 고생했다고, 조심히 들어가라는 인사를 건네야지. 그날 내가 느낀 기분처럼, 작은 다정함이 건네고 건네져서 언젠가 세상을 구할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