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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수돌 Nov 17. 2020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명확하고도 간결한 차이

쓸모가 없는 사람은 없다. 


단 하나의 쓸모도 없는 사람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직장에서는 일머리가 없어 쓸모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혔을지라도 다른 영역, 예컨대 취미와 관련된 분야에선 두각을 나타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나같이 요리를 못하는 사람이 엉겁결에 식당에서 주방 보조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면, 쓸모없는 사람 1이 되어 다른 동료들 뒷담화의 단골 소재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대로 다른 방면에서는 제법 사람 구실 할 줄 아는 나의 진면목을 보여주지 못한 채, 얼마 못가 그만두거나 해고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렇듯 쓸모 있음과 없음을 그 사람의 한 면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직장에서 그 혹은 그녀가 보여주는 모습만으로 그들의 쓸모를 판단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과 같이 일하는 정도가 클수록, 그들이 쓸모없는 사람일수록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내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쓸모'만'있는 사람에 대한 고찰


쓸모없는 사람보다 더 가까이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바로 쓸모'만' 있는 사람이다. 일머리는 있는데 인성이 올바르게 형성되지 못한 사람, 그런 사람이 내가 가장 경계하는 대상이다. 


대학시절 홍보대행사에서 인턴생활을 시작했을 때, 그런 사람을 경험한 적이 있다. 일은 잘한다고 소문나 클라이언트들이 좋아하는 홍보 AE였지만 후배나 동료들 사이에선 평가가 매우 나빴다. 그녀의 인성 때문이었다. 


당시 나는 매일 아침 한 시간 일찍 출근하곤 했었다. 디지털 AAE였던 만큼 아침마다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클라이언트들의 부정적 이슈가 온라인상에 없는지 모니터링하는 것이었다. 하루는 열심히 모니터링하고 있던 내 머리 위로 신문들이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쓸모'만'있고 인성이 부족했던 그녀가 인턴인 주제에 출근해서 신문 정리는 하지 않고 왜 놀고 있냐고, 팀이 달라서 쌓인 신문을 보고도 정리하지 않았냐고 내 머리 위로 소리쳤다. 


사실 언론홍보팀 AE들이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신문을 정리하는 것은 그쪽 팀 인턴의 역할이었다. 그냥 그 일을 해야 했던 인턴이 지각하는 바람에 제 시간 안에 신문이 정리되지 않아 모니터링이 늦어졌고, 본인의 화풀이 대상으로 나를 골랐던 것뿐이었다. 


이후 그녀가 직장 내에서 저지른 각종 짓거리들로 인해 해고당했다는 말을 듣고,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도 인성을 갖추지 못했다면 결국 외면받을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출처: https://unsplash.com/ (함께 일하고 함께 성취한다는 것.)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에 대하여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한마디로 정의 내리자면, 쓸모'까지'있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어떤 일을 하든 인성은 기본이다. 가끔 성격이 어떻든 일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글쎄, 만약 그런 사람이 언제까지나 내 아랫사람으로만 존재한다면, 혹은 1~2개월 정도 보고 말 사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직장은 짧으면 1년, 길면 몇 년 동안 24시간 중 가족들보다도 더 오랜 시간 봐야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직장인으로서 미덕은 완벽주의도 겸손도 아닌 바로 인성이다.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 인적성 시험을 보는 것도 같은 이치일 것이다. 인성은 갖추었으나 쓸모가 없다면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은 아닐지 몰라도 같이 일하기 싫을 정도로 밉거나 그 사람으로 인해 퇴사 고민을 하루에 열두 번도 더 할리는 없다. 오히려 쓸모'만' 있는 사람이 그런 대상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 


회식자리에서든, 회사 내에서든 항상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으로 거론되는 분들이 운 좋게도 내 주위에 포진해있다. 그중에서 몇 분과는 거의 3년간 같은 공간에서 직, 간접적으로 교류하며 일하고 있다. 매년 인사철만 되면 이분들과 다른 팀이나 본부로 발령받을까 봐 노심초사 걱정하곤 한다. 그만큼 이분들과 일하는 게 참 좋다. 


이분들은 공통점이 있다. 일을 잘할 뿐 아니라 선후배를 막론하고 모든 직장 동료들에게 한결같다는 것이다. 본인이 잘못한 일이 있으면 후배에게도 사과할 줄 알며, 본인이 맡은 일을 떠넘기지 않고, 누구나 어려워하는 임원 원 앞이라도 비위를 맞추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성과를 통해 실력으로서 이쁨을 받는다. 그만큼 이 분들은 주위 동료들에게 늘 한결같은 긍정적은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다.


같이 일하기 싫은 사람에 대하여


반면에 앞서 말한 쓸모'만'있는 사람은 정말이지 같이 일하기 싫은 종류의 타입이다. 본인 잘난 맛에 취해 남들이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든 말든 신경은 1도 쓰지 않는 못된 사람들. 브런치가 아니고 내 일기장이었다면 내가 겪은 그 많은 사람들에 대해 욕으로 한 페이지를 써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같이 일하기 싫은 사람의 공통점 또한 한결같다. 그들은 늘 남들에게 피해를 입히지만, 본인이 주는 피해의 정도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본인이 실수한 일임에도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후배라고 일을 떠넘기고 실력보다는 정치질로 임원진들 눈에 잘 들려고 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직접적으로 얽혀서 일하지 않아 참 다행이다 싶다. 


이만 마치며


동료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일까. 같이 일하기 좋은 사람일까 싫은 사람일까. 같이 일하기 싫은 사람만 아니라면, 같이 일하기 좋은 사람이 아니어도 될 것 같다. 같이 일하기 '적당한' 사람. 그 정도만 돼도 참 행복할 텐데. 


내가 늘 존경해 마지않는 사수가 가끔 요청한 일을 내가 빠르게 해서 전달드리면 "내가 무슨 복이 있어 남수돌 님을 후배로 맞았나" 하신다. 그런 말을 들어서 행복하기보다는 그런 말을 할 줄 아는 선배를 만나 그리고 그 선배에게 일을 배울 수 있어 참 행복했다. 나도 그런 선배, 동료가 될 수 있길. 그래서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꼽으라면 회사 내 누구에게나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사람이 될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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