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수돌 Nov 25. 2020

직장생활 속 워너비 상사에 대하여

주니어가 닮고 싶은 이상적인 선배의 모습은 이런 겁니다.

직장생활에서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


직장에서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 중 하나는 '선배같이 되고 싶다'는 말이라 생각한다. 정규직 전환형 인턴으로 근무하던 시절 내게는 멘토가 두 분 있었다. 인턴 기간 중 배정받았던 두 개의 팀에서 에이스라 불리는 과장님들을 인사팀에서 멘토로 붙여줬기 때문이었다. 그분들은 실력뿐만이 아니라 인성도 최고였다. 정규직으로 전환이 된 이후 다른 회사의 채용전형은 쳐다도 보지 않은 데에는 이 두 분의 공이 가장 컸다.


권위의식이 없는 선배의 모습


두 멘토님들에게서 가장 닮고 싶었던 것은 후배들을 대할 때 권위의식이 없는 자세였다. 인턴들을 데리고 하는 회식 자리에서도 선배로서 술 한잔 권하지 않았고, 아무리 작은 보조 업무라도 꼭 내 의견을 먼저 물어봤다. 이런 식으로 하면 된다고 요청하시면서도 혹시 다른 좋은 대안이 있는지 물어봤고 본인의 방식이 틀렸을 경우 "미안해요" 하면서 내 의견을 적극 수용해주셨다. 인턴으로서 낸 아이디어도 귀담아들으며 마케팅 Activity를 실현하는 데 활용해주셨다. 그러고는 고맙다며 감사 표시를 잊지 않으셨다.


3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연차가 쌓일수록 선배들이 '고맙다', '미안하다'와 같은 기본적인 말을 내뱉는 것을 점점 어렵게 여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인턴에게조차 권위의식을 내려놓은 채 미안함과 감사함을 자유자재로 표현했던 멘토님을 떠올려보면, 평생 가도 나란 존재가 그의 발 뒤꿈치라도 따라갈 수 있을까 싶다.


날 울리게 했던 선배의 모습


1년 차일 때, 팀의 업무가 신입이었던 내게 몰린 터라 밤늦게까지 야근한 적이 있었다. 그때 인턴 시절 멘토셨던 한 과장님의 자리가 바로 내 옆자리였다. 비록 다른 팀이었지만 야근하는 내 모습을 보며 "저녁은 먹었냐"며 "막내가 제일 고생하네, 빨리 들어가라"며 내 빠른 귀가를 종용하셨다.


"일이 너무 많이 쌓여서 못 가는데요"하는 내 말에 "그럼 남은 거 마저 다 하고 조심히 들어가"라며 짐을 챙기던 과장님이 갑자기 이 한마디를 들려주셨다.

내가 회사 들어와서 제일 잘한 일 세 가지 중 하나가 너를 뽑은 일이야


사연인즉슨 인턴 시절 내 모습이 다소 유약하고 여려 보여 일을 시키면 잘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팀원들의 선입견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 대신 다른 인턴에게 정규직 자리를 주는 것에 대해 모두 찬성했지만, 이 과장님만 유일하게 나에게 정규직 자리를 줘야 한다고 주장하셨다고 한다. 그 결과 그때 그 다른 인턴과 내가 둘 다 정규직 채용될 수 있었고 지금은 누구보다 사이좋은 동기로 일하고 있다.


저 말을 듣자마자 "감사합니다" 담담하며 감사함을 표현했지만, 과장님이 눈 앞에서 사라지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 엉엉 울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의 따스한 한마디가 큰 위로와 응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과장님이 해주신 한마디가 마치 내가 야근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것 같이 느껴졌고, 대단한 인정을 받은 것만 같았다. 당시 화장실을 나오며 과장님의 말이 시간이 지나도 헛되지 않도록 뭐든 일이든 잘 해내야겠다며 다짐했었다.


주니어가 닮고 싶은 가장 이상적인 선배 그리고 상사


상사라는 말보다 선배라는 말이 더 정감 있게 느껴지는 것처럼, 주니어로서 후배들에게 따스하고 포용할 줄 아는 선배이고 싶다. 무작정 실수한 후배를 혼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수로 발생되는 문제들에 대해 같이 해결책을 찾아주고 다음에는 더 잘 해낼 수 있다며 응원해줄 수 있는 그런 선배가 되고 싶다.


인생의 정답이 없듯 아무리 나보다 오래 일한 선배라도 늘 그가 옳은 것은 아니다. 잘못을 알 때는 이를 시인하고, 감사함을 전할 때는 온갖 미사여구보다는 '감사하다'는 한마디 할 줄 아는 선배. 그런 모습이 내가 따르고 싶어 하는 선배의 모습이자, 내가 그리는 미래의 내 모습이다.


후배를 맞이하며


올해 3년 만에 처음으로 신입사원 공채가 오픈되었다. 후배들에게 바라는 것 하나 없는 나로서는 오히려 나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 많다. 후배를 맞이하는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칠 수 있는 선배가 되길, 젊은 꼰대를 양산하지 않길, 인턴 시절 내가 모셨던 두 멘토님까지는 무리여도 발끝까지는 따라갈 수 있길. 가장 이상적인 선배의 모습으로 후배들을 맞이할 수 있길 바라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