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수돌 Jan 25. 2021

이것만 잘하면 비즈니스 매너 만점

비즈니스 매너가 별건가

신입사원 연수


드디어 신입사원들을 후배로 맞이하게 되었다. 후배가 들어오면 자동적으로 이렇게 되는지 동네 아주머니처럼 신입사원 교육은 어땠는지 온라인 연수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묻곤 했다. 곤란한 질문은 하지 말아야지 조심하면서도 내가 신입사원이었던 때가 생각나기도 하고 혹시 모르는 게 있으면 가르쳐줘야지 하는 마음에 후배들의 답변도 더욱 신경 써서 들었다. 


출처: Photo by Clark Tibbs on Unsplash

비즈니스 매너를 배웠어요


비즈니스 매너를 배웠다는 신입사원의 대답에 설마 하는 생각으로 물어보니 '전화를 받는 법을 배웠고, 명함을 주고받는 법을 배웠다'라고 했다. 그래 알아두면 쓸모 있긴 하겠지만, 3년 전이나 지금이나 신입사원 연수에서 배우는 비즈니스 매너는 바뀐 게 없다는 게 실감이 났다.


신입사원 연수에서 배운 비즈니스 매너는 적어도 내겐 생각보다 실생활에서 그리 유용하지 않았다. '비즈니스 캐주얼'에 대해서 배웠지만 실제론 미팅 등 공식적인 자리를 제외하곤, 평소엔 우리같이 보수적인 회사도 대부분의 직원들이 청바지를 입는다. 불과 재작년까지만 해도 내가 속한 회사에 '청바지를 입는 날'이 따로 있었다는 게 실감이 안 날정도로 사회가 너무 빠르게 변한 탓이다. 회사에서 빠른 의사결정과 업무력을 요하는 만큼 옷 입는 스타일마저 효율성과 자율성을 추구하는 사회로 바뀐 데 그 이유가 있겠지만, 변화의 속도는 상상보다 더 빨랐다. 


그때 그 교육


연수원에서 전화 예절을 배우는 동안 '이렇게 전화를 받거나 걸면 안 됩니다.'를 몸소 보여주는 영상들을 보는 것이 제일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요즘 같은 세상에 저렇게 전화를 받는 사람이 대체 어디 있냐'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비즈니스 매너를 떠나서 기억력도 좋지 않은 사람이 메모지 없이 중요한 업무상의 전화를 받는 그 장면은 정말이지.. 현실과 동떨어져 보이기까지 했었다. 


신입사원이니깐 긴장을 하다 보면 저런 실수도 할 수 있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사람이 긴장을 하면 실수를 하지 않고자 애를 쓰기 때문에, 오히려 긴장을 풀었을 때 실수로 인한 문제 상황에 직면할 수 있음을 실무에 배치되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진짜 비즈니스 매너


비즈니스 매너 교육 때 명함 주고받는 연습을 아무리 했어도 실전에선 인사 주고받기에 바빠 이론을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오히려 신입사원 연수나 사내 HR 교육 때 배우지 않았지만, 실제 현업에서 '이것' 하나만으로 그 사람의 비즈니스 매너를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그건 바로 다음의 세 문장이 필요한 순간이 왔을 때 주저하거나 모른 체하지 않고 제 때에 말할 수 있는 '자세'이다. 


만점짜리 비즈니스 매너를 이끄는 세 문장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확인했습니다. 

1. 감사합니다의 힘


회사생활은 생태계 같은 곳이다. 하나의 업무를 위해선 대부분 '협업'이라는 방식을 통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때로는 내가 저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또 언젠가는 저 사람이 내게 도움이 되는 곳, 그곳이 회사이고 직장이다. 그렇기에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아끼지 않고 할 줄 아는 자세를 지닌 사람은 가만히 있어도 모두들 함께 일하고 싶어 한다. 


습관처럼 내뱉는 말이어도 좋다. 업무량이 많아 누군가에게, 특히 후배에게 요청을 했더라도 선배니깐 당연하게 내 업무를 후배에게 시키는 건 지양해야 한다. 나로 인해 후배도 본인의 업무 시간을 조정해가며 나를 도와준 것이니 '감사합니다'를 반드시 해야 한다. 


이렇게 감사합니다를 한 선배라면, 또는 동료라면 한 번이라도 더 도와주고 싶어 눈길이 가고, 마음이 간다. 진정한 비즈니스 매너란 결국 동료들에게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런고로 '감사합니다'는 그러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 

출처: Photo by Pete Pedroza on Unsplash


2. '죄송합니다'를 쓰는 가장 적당한 방법


평소 업무 지시를 받았을 때, 제시간에 다 하지 못할 듯해서 미리 양해를 구하거나 모르는 부분을 사수에게 물어볼 때 '죄송하지만'을 추임새처럼 넣곤 했다. 어느 날 옆팀 과장님께 '죄송하지만, 이건 ~ 이런 지 확인해주시고~'하는 말을 메일에 쓴 적이 있다. 그때 그 과장님이 개인적으로 연락 와서, 이건 죄송한 일이 아니고 당연한 업무 요청이니깐 앞으로 같이 일하는 사이에선 '죄송합니다'라는 말은 쓰지 않도록 노력하라는 소리를 들었다. 진짜 죄송한 일을 안 만드는 게 직장생활이며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그때 '죄송합니다'를 의미 있게 쓰려면 습관처럼 남발하는 행동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셨다. 


그 어떤 곳에서 받은 비즈니스 매너 교육보다도 과장님의 가르침이 더 갚지 다고 느껴졌다. 그 뒤로 과장님의 조언대로 '죄송합니다'를 써야 하는 상황에서 '양해 부탁드립니다'로 문장을 대체했다. 대신에, 정말 '죄송한 일'이 어쩔 수 없이 일어났을 때, '죄송합니다'라는 말에 진심을 담아 사과를 할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나처럼 습관처럼 쓰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진짜 죄송한 일에 대해 그 말을 쓰는 건지 스스로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만약 정말로 죄송한 일이 아닌, 약간의 수고로운 정도의 일이라면 거기까지는 '양해 부탁드립니다' 혹은 '바쁘신 와중에'라는 말로 대체하는 것이 좋다. 


그런 다음 정말로 자신 때문에 누군가가 적어도 피해를 보는 일이 생긴다면, 진심을 담아 '죄송하다'는 사과를 해보는 건 어떨까. 자신의 실수를 책임지려는 모습, 사과할 기회를 날려버리지 않는 당신의 자세로 인해 상황이 역전되어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면, 그것이 '죄송합니다'라는 문장이 가진 진정한 힘이자 역할이 아닐까. 

출처: Photo by Brett Jordan on Unsplash


3. 확인했습니다의 중요성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동시에 가장 놓치지 쉬운 말 중이 바로 '확인했습니다'라고 생각한다. 마케팅 업무에서는 특히 여러 담당자가 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면 메일 수신인에는 일에 대해 '가장' 밀접한 관련 있는 사람을, 참조인에는 '조금'이라도 관계있는 사람을 넣는 것은 이젠 일반적인 비즈니스 상식이 되었다. 


그런데 간혹 어떤 사람들은 메일에 아무리 수신인으로 읽어도 읽어보지조차 않는다. 처음엔 일이 많아서, 메일이 많이 쌓여서 제대로 확인을 못한다는 그들의 말이 그저 핑계라 생각했다. 그런데 연차가 쌓이면서 또 정 혹은 부 담당자로서 여러 프로젝트를 한 번에 돌리다 보니 하루 동안 받은 메일을 그날 다 읽어볼 수 없을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역지사지라더니, 상대방의 입장이 되고 나서야 메일을 제대로 읽지 않는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메일을 확인하고, 본인이 맡은 업무에 대해 책임감을 다해서 일하는 것이 당연한 일은 맞지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럴 때일수록 '확인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더욱 제 역할을 발휘한다. 내 경우엔 내가 적어도 '수신인'에 있는 경우엔 무조건 메일을 받은 날 러프하게라도 읽어보고 '확인했습니다'라는 회신을 꼭 드린다. 이렇게 메일을 보내게 되면, 상대방이 메일을 읽었는지, 내용을 아는지 구태여 확인할 필요가 없어지며 '확인했습니다'를 메일에 기재할 경우 만약 처음 시작하는 일이라면 그때가 '시작점'이 된다. 


'확인했습니다.'는 말은 그 어느 상황보다도 책임감을 더 크게 부여하는 동시에, '감사합니다' 혹은 '죄송합니다.'보다 더 놓치기 쉬운 말임에 틀림없다. 그러니 그 어떤 말보다도 의식적으로 '확인했습니다.'라고 할 수 있도록 연습하는 노력이 필요한 건 당연지사. 

출처: Photo by Brett Jordan on Unsplash

비즈니스 매너가 별건가


연차가 쌓일수록 신입사원일 때 왜 겁냈을까 할 정도로 비즈니스 매너는 그리 특별한 것도, 어려운 것도 아니었음을 깨닫는 중이다.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게 정말 산더미지만, 자칫하면 '라테는 말이야~'를 시전 하는 꼰대로 비칠까 봐 한껏 참는 중이다. 실무에서의 비즈니스 매너를 잘 알지 못해 인터넷 서칭을 하느라 시간을 버렸던 분들이라면 이 글을 꼭 읽어주시길 바라며, 여기서 마치려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90년대생이 회사에 현타를 느낄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