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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수돌 Feb 16. 2021

프랑스 직장인의 점심 먹을 자유

이메일 뉴스레터를 통해 엿본 그들만의 점심 문화

아침을 책임져주는 이메일 뉴스레터 


이름하야 [뉴닉]이다. 직장인이 되자마자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사내 메일 주소로 이메일 뉴스레터를 구독하는 일이었다. 여러 매체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2030 세대들의 눈높이에서 친구처럼 대화하듯 국내 뉴스뿐 아니라 전 세계 소식을 전달해주는 [뉴닉]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 뒤로 열렬한 구독자가 되어 매주 월, 수, 금은 [뉴닉]을 정독하며 하루를 시작하곤 한다. 가끔 [뉴닉]에서 "와 정말 뉴닉 없었으면 몰랐을 텐데"하는 전 세계 이슈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는데, 오늘 이야기할 건 2월 10일 자 수요일에 발행된 뉴스레터 중 [가성비 좋은 1분 뉴스] 중 ["오늘 점심 어디에서 드세요?"]에 등장한 프랑스인의 직장 내에서의 점심 문화이다. 


※ 2월 10일 자 뉴닉의 뉴스레터는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 가능하십니다. 

https://stibee.com/api/v1.0/emails/share/pWdNDzGcrB5Ug7z7adqKbyBmUmXRUw==

※발췌한 기사 원본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 가능하십니다. 

https://www.foodandwine.com/news/france-desk-lunch-allowed-union-laws-coronavirus


직장인들에게 점심시간이란


말해 무엇하리오. 직장인이 되어보니 점심시간보다 소중하건 없음을 절로 실감할 수 있었다. 시드니에서 인턴십을 수료할 당시 피부색이 달라도 점심시간 앞에서는 모두 한마음이 되는 것을 경험했다. 약속이라도 한 듯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같이 어울리는 대신, 아침에 챙겨 온 도시락을 손에 들고 홀로 자신만의 점심시간을 즐기러 대부분의 동료들이 떠나곤 했다. 점심시간을 즐기는 자세는 저마다 달랐지만, 이 꿀맛 같은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만국 직장인의 공통점을 엿볼 수 있었다. 

출처: 사진첩(시드니 인턴십 당시 매일 공원에서 홀로 도너츠 타임을 즐겼던 그 시절의 나)

프랑스인의 점심문화의 변화


미드를 보다 보면 종종 업무에 시달려 대충 자신의 자리에서 간단히 한 끼를 때우는 미국 직장인들의 평범한 일상 속 모습이 나온다. 이메일 뉴스레터를 통해 접하게 된 기사 원본에도 이러한 사회적 모습을 대변하는 단어가 나오는데, 바로 [Sad Desk Salad]이다. 미국의 한 작가의 소설 제목으로 처음 등장한 이 단어는 직장에서 본인 자리에서 대충 한 끼를 때우는 직장인의 모습을 비유하였는데, 기사를 읽어보니 프랑스인들의 직장생활 속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던 듯했다. 


프랑스에서 살아본 적도, 프랑스인들과 일해본 적도 없었지만 프랑스인들이 여유롭게 식사시간을 즐기며 대화로 그 순간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는 것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점심시간이라고 이런 그들의 모습이 달라질까? 정답은 'No'이다. 


업무에 쫓기는 평일 점심시간이라도 일 때문에 직원들이 점심을 건너뛰거나 대충 때우는 것을 프랑스 사회는 막아왔다. 그러나 코로나 19로 인해 이 모든 것은 한순간에 변했다.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고자 외부에서 먹는 것보다 그나마 가장 안전하다 말할 수 있는 회사 내 본인의 자리에서 점심 먹을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들의 점심 먹을 '자유'


기사에서 여기까지 읽었을 땐 그저 '아 그런가 보다'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그다음 내용들이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바로 직장 내 본인의 자리에서 점심 먹을 수 있도록 '허용'한 프랑스 사회의 결정이 일부 시각에서는 점심 먹을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한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였으면 어땠을까.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자 회사에 출근할 경우 본인의 자리에서 가급적이면 도시락을 시켜 먹으라는 정부의 지침이 있었다면 다들 뭐라고 했을까. 상황이 상황인 만큼 따라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방침이 실효성 있지 못하다고 정부의 결정을 비난하는 사람은 있겠지만, 우리의 점심 먹을 자유가 침해당했다고 외치는 사람이 있었을까?

출처: Photo by Christian Lue on Unsplash

역시 다른 것은 다른 것


기사를 번역해서 읽어가면서 역시 프랑스인만큼 마치 DNA에 자유와 권리를 새긴 것 같은 이들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모두 궁지에 몰린 것만 같은 와중에도 자유를 외치는 프랑스인들의 모습을 보며 상황 분간 못하고 있다고 비난해야 할지, 이와 중에도 본인이 생각하는 가치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들의 당당한 모습이 부럽다고 해야 할지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역시 다른 것은 다른 것'이라고 이 기사의 감상평을 한 문장으로 끝맺었다. 세계를 막론하고 점심시간은 소중한 존재지만, 이를 어떻게 즐길 것인가에 대해선 나라마다 인종마다 또 개인마다 완전히 다른 것이기에 프랑스인들이 직장인의 점심 먹을 자유를 침해하면 안 된다고, 이러한 자유 또한 인간의 소중한 권리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저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이라 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코로나19라는 다이나믹한 상황이 콧대 높아 보이던 프랑스의 문화마저도 한순간에 바꿔놓다니. 무엇이 되었든 세상이 더 큰 변화를 맞이하기 전에, 그것이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코로나19가 멈추길 바란다. 


※ 만약 프랑스 현지에서 현재 일하고 계시면서 이러한 문화의 변화를 직정 경험하고 있으신 분이 있다면 댓글로 생생한 후기 들려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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