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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수돌 Jul 15. 2021

자취생분들, 이런 집은피해 주세요!

부동산 사장님의 말에 현혹되지 않는 법

독립을 준비할 때 가장 어려웠던 것


28년 만에 부모님 곁을 떠나 홀로 서울에 자리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시절, 누군가 나에게 가장 어려운 게 뭐냐고 물었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이렇게 답했을 것이다. "집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집 구하는 건 정말이지 너무나 어려웠다. 너무 어려워서 가끔 이러다 내가 쓰러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장작  두 달 동안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아 이곳저곳을 쑤시고 다녔다. 


회사가 위치한 공덕역을 중심으로 이대가 위치한 염리동과 서강대 앞인 대흥역까지 집을 찾으러 다녔다. 염리동은 재개발이 한참 진행 중이라 어수선했고, 대흥역 부근은 학교 앞이라 집의 조건보다 시세가 조금은 비싸다고 느껴졌다. 그렇게 두 달 동안 직방 등 각종 부동산 어플을 손에 든 채 약 40군데 정도 보러 다녔고 결국 지금 살고 있는 집을 계약할 수 있었다. 


아가씨, 월세 맞지?


집을 구할 때 가장 많이 듣던 소리였다. 월세로 1년 계약하는 주제에 뭐 이리 꼼꼼하게 따지냐는 부동산 사장님의 마음속 외침이 들리는 듯했지만, 무시한 채로 한 달을 살아도 정말 좋은 곳에 살고 싶다는 일념 하에 더 좋은 집을 보여달라고 사정했다. 


오피스텔 기준 보증금은 대부분 1천~2천만 원 사이로 책정되고, 나머지는 월마다 임대인에게 드리는 월세로 충당된다. 보증금은 사라지는 돈이 아니니 최대한 보증금을 높이고, 사라지는 돈인 월세를 조금이나마 깎을 수 있는 조건까지 붙여 집을 보러 다녔다. 그러니 집을 구하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게다가 휴대폰에 나침반 어플을 깔아 사장님이 설명하기도 전에 이 집은 북서향이구나, 남동향이구나 하는 정보들을 알아맞혔다. 


지금 생각해보니 부동산 사장님에게 나는 '이런 손님은 피해 주세요'의 한 유형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럼에도 다행히 좋은 부동산을 만나 잘 계약했고, 부동산 실장님이 언니같이 잘해주셔서 지금까지 종종 안부를 주고받으며 지내고 있다. 

출처: 내 사진첩(어렵사리 찾았던 나의 스위트홈)

이렇게 두 달 동안 집을 구하면서, 자취생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100% 만족할만한 집은 없지만, 반드시 피해야 하는 집이 있다는 것! 인터넷 검색과 발품을 팔아가며 터득한 집 구하기 노하우를 지금부터 독자분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한다. 


01. 번화가에 위치할 경우, 반드시 저녁에 가봐야 한다. 


만약 밤늦게까지 노는 것을 좋아하는 분이시라면, 오히려 번화가에 위치한 집을 선호하시겠지만 내 경우엔 그렇지 않았다. 자고로 직장에서 시달린 다음 편히 누울 수 있는 곳이 집이어야 했으므로, 집 근처는 조용한 주택가였으면 했다. 


부동산 사장님께서 추천해주신 집 중 하나였던 이곳도 낮에 보면 평범한 여느 주택가와 다름이 없었다. 이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이 두 개가 있었는데,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주택가라 조용했으나 왼쪽이 문제였다. 아직 낮이라 식당이 문을 열지 않아 밤에는 어떨지 종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부동산 사장님께는 내일까지 고민해보겠다고 한 채 평일 저녁에 퇴근 후 집 주변을 탐색하러 들렸다. 


아뿔싸. 저녁에 들리니 갈매기 골목 한가운데 집이 위치해있는지라, 평일 저녁인데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게다가 집 주변에 한잔 거나하게 드시고  비틀거리며 담배를 피우는 분들은 또 왜 이렇게 많은가. 생각보다 낮에 본 집에 다가갈수록 소음은 크지 않았지만, 퇴근 후 술기운이 몰린 사람들 사이로 걸어서 집에 들어가는 것을 상상해보니 여자 혼자라 살짝 위험하진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다음날 부동산 사장님께 이 집은 패스하겠다며 정중하게 거절 문자를 보냈다. 

출처: 부동산 사장님 사진첩(왼쪽으로는 맛집 골목, 오른쪽으로는 주택가가 펼쳐졌던 빌라. 내부는 정말 좋았다)

Tip) 마음에 드는 집이 있다면, 그리고 그 집이 번화가에 있다면 반드시 저녁에도 꼭 방문하길 추천한다. 번화가에 위치한 집은 낮과 밤의 모습이 매우 다른데, 직장인이라면 주로 아침에 출근해 밤에 들어오므로 집 주변의 저녁 모습을 잘 살펴보고 계약하길 바란다. 


02. 부동산 사장님한테서 왠지 모를 싸함을 느끼면, 직감을 믿어야 한다.


두 달 동안 약 40군데 집을 보러 다니면서 다양한 부동산 사장님을 만날 수 있었다. 부동산도 여러 명의 직원을 두고 하는 경우가 있어, 내가 만나 뵌 분들은 대부분 실장님이나 팀장님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었다. 이 분들은 직원이라 그런지 싸함을 느낄 새도 없이 일처리를 잘하신다는 인상을 받았다. 가장 싸함을 느낄 수 있었던 건 주로 젊은 여자라고 처음부터 말을 놓으시는, 1인 사업장으로 운영하시는 부동산 사장님들이었다. 


어떤 여자 사장님이 혼자서 운영하시는 부동산을 통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나온 오피스텔을 예약할 기회가 있었다. 방도 마음에 들었고 또 무엇보다 월세가 저렴해서 바로 당일에 계약하려 했었다. 그런데 만나자마자 처음부터 반말을 해서 그런가 알 수 없는 싸함이 느껴졌다. 그러던 중 계약일 당일에 갑자기 임대인에게 전화를 거니 술을 많이 마셔서 아내가 대신 계약하러 온다는 통보를 해왔다. 대리인과는 찝찝해서 계약할 수 없고 다음날 하겠다 하니, 그냥 계약해도 상관없다느니, 집이 좋은 조건이라 내일은 계약할 수 없다느니, 당장 안 하면 계약 못할 거라는 으름장을 놓았다.


나한테만 그랬으면, 그냥 웃으면서 잘 달랬겠지만 부모님께도 싫은 소리를 하는 모습에 짜증이 나서 결국 계약하지 않기로 하고, 그 부동산 사장님께는 더 이상 집을 보여달라고 하지 않기로 했다. 나중에 후기를 살펴보니 내가 만났던 사장님이 은근 혼자 사는 여성들을 무시해서 종종 싫은 소리가 오고 가거나 부당한 조건으로 계약을 강제로 밀어붙이는 못된 사장님이었다. 


Tip) 첫 만남에 부동산 사장님이나 실장님에게서 알 수 없는 싸함이 몰려온다면, 본인의 직감을 믿고 그곳과 절대로 계약하지 말 것! 요즘 카카오 맵으로 부동산을 검색하면 웬만한 곳은 후기가 올라와 있어 믿고 거를 수 있다. 반드시 싸한 곳은 피하고 돌다리도 100번은 두들겨서 계약하길 바란다. 

출처: Photo by Tech Nick on Unsplash


03. 집 근처에 공사를 시작하거나, 공사할 낌새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 중요한 사실을 놓쳐서 지난 1년간 월세로 살면서 고생을 참 많이 했다. 처음에 지금 살고 있는 집을 구할 당시만 해도 집 뒤편이라 공사를 시작하려는 지는 꿈에도 몰랐다. 집을 보러 갈 때 한쪽 출구만 사용했는데, 그 와중에 반대편에선 오래된 한옥집을 철거하고 빌라를 지으려고 막 기초공사를 하려던 참이었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나는 계약을 했고 한 달 만에 입주하고 난 뒤, 그 뒤 1년 동안 각종 공사 소음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공사장 인부들이 이른 아침부터 작업 준비를 하느라 각종 소음이 평화로운 새벽시간대를 뒤덮는 바람에 나는 자연스레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게 되었으며 더운 여름에도 새벽 6시에 일어나 문을 닫고 다시 자야 했다. 16층에 사는 나도 이렇게 소음에 시달리는 데 저층은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에 새벽부터 공사하는 것을 막고자 마포구청에 몇 번 민원신고를 했다. 


분명 8시 이후에 공사할 것을 제안했다 했지만, 그건 신고했을 때 잠시만 그럴 뿐. 이후로도 종종 8시 이전에 공사를 시작하는 바람에 여유로운 아침은 꿈도 꾸지 못했다. 게다가 점점 마감 기한이 다가오는지 주말에도 쉬지 않고 공사를 하시는 바람에 주말 아침도 포기해야 했다. 1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반드시 한쪽 출구만 보지 않고 집 주변을 두루 살펴보며 공사 조짐이 있는지, 공사는 얼마만큼 진행되는지 꼭 확인했을 것이다. 

출처: 내 사진첩(민원을 제시하고 받은 문자. 그러나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Tip) 오피스텔 밀집 지역이나 연립 혹은 낡은 주택이 많은 동네일수록 공사는 빈번하게 일어난다. 공사는 대부분 아침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반드시 출근 전 잠시 들려 소음의 크기가 본인이 감내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공사를 한다면, 구청에 연락해 현재 어떤 공사인지, 어느 정도 단계가 진행되었는지, 기간이 얼마만큼 남았는지 꼭 확인해볼 것. 나는 이 중요한 것을 놓쳐 지난 1년간 고통 속에 살아야 했다. 


04. 집 계약 전에 꼭 실제 거주할 집을 한 번이라도 봐 두자. 


40여 군데 집을 돌아보면서 일부 부동산 사장님들은 "세입자가 지금 살고 있어서, 그 집은 못 보고 그 옆집은 혹은 그 윗집을 보여줄 수 있어요"라고 말씀하셨다. 이는 세입자가 계약기간 동안 다음 세입자를 위해 집을 공개할 의무가 없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이런 집은 일단은 조심해야 한다. 실제로 입주하고 나서는 본인이 집을 고르러 돌아다니는 동안 봤던 집과 조건이나 상태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전 세입자가 사는 동안 더럽게 산 나머지 벌레가 출몰하는 집이 되었다거나, 옵션으로 있는 전자제품이나 가구들에 이상이 있음에도 이사한 후 한참 뒤에 알아서 임대인에게 고쳐달라고 제대로 요구하지 못했다거나 하는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나는 계약하기 전에 분명 집을 꼼꼼하게 봤음에도, 실제 세입자가 살고 있던 집이라 옷장을 열어보거나 화장실에서 물을 오래 틀어보는 등의 행동은 하지 못했다. 그 결과 옷장의 높이가 맞지 않아 잘 안 닫힌다는 것과 세면대가 막혀있다는 것을 이사 당일에서야 알게 되었다. 


이만 마치며(feat. 나침반 어플과 체크리스트를 챙기자)


100% 만족할만한 집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대신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입주해선 안 되는 집을 피해 그럭저럭 마음에 드는 집을 그리 어렵지 않게 계약할 수 있다. 집을 보러 다니고 있을 혹은 다니게 될 초보 자취생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이것만큼은 꼭 들고 가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첫 번째는 나침반 어플이고, 두 번째는 원하는 집을 찾기 위한 체크리스트이다. 나침반 어플은 구글 플레이스토어든 앱스토어든 어디서든 다운로드할 수 있다. 여러 개의 나침반 어플 중 나는 가장 심플한 이 '나침반'어플을 썼다. 부동산 아주머니가 물론 이 집은 남동향이네, 북서향이네 옆에서 잘 설명해주시겠지만, 집을 보러 다니다가 북서향을 남동향으로 속이는 사장님을 본 뒤로 나 자신만을 믿기로 다짐했다. 

출처: 구글 플레이스토어 나침반 어플 화면 캡처

나침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체크리스트이다. 나는 인터넷 서칭을 통해 일반적인 집 구하기 체크리스트 목록을 찾은 다음 거기에 내가 특별히 원하는 조건을 얹어서 나만의 집 구하기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집을 보러 다닐 때마다 아이패드 굿 노트를 꺼내 체크리스트에 쓰인 조건이나 기준을 확인해가며 나에게 맞는 집을 찾아다녔다. 독자분들이 좋은 집을 찾을 수 있도록 당시 만들어두었던 나만의 집 구하기 체크리스트를 공유하며 이만 여기서 글을 마친다.

1. 1층 현관에 보안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지 확인한다.
2. 빌트인 가구나 전자제품을 확인한다. (집이 마음에 들었다면, 포함 품목을 상세히 기재한다.)
3. 곰팡이가 있거나 벌레가 있는지 매의 눈으로 살펴본다. 특히 곰팡이 냄새가 날 수 있다. 
4. 중앙난방인지 개별난방인지 확인해본다. (중앙난방은 불편하다.)
5. 변기, 세면대, 싱크대, 샤워기 등 각종 물이 나오는 곳의 수압을 확인한다. 
6. 방범창과 방충망, CCTV가 잘 갖춰져 있는지 확인한다.
7. 관리비에 포함된 항목을 확인하고, 수도세나 전시세를 합산해서 세입자 수로 분배하는지 확인한다.
8. 주차비용이 별도로 발생하는지 확인한다. 
9. 박수를 쳐서 소리가 울리는지 확인해본다.(대부분의 오피스텔에서 방음이 좋지 않을 때 소리가 울린다.)
10. 집안의 빌트인 가구나 전자제품, 문과 창문에 이상이 있는지 체크한다. 
11. 반드시 채광이 좋은 곳을 선택할 것. 채광이 좋지 않으면 기분마저 우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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