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웹툰을 드라마로 만드는 이유
웹툰 [나빌레라]를 Daum Webtoon에서 처음 발견했을 때, "와 이건 진짜 드라마로 만들어야 해"라고 생각하며 브런치에 감상평을 쓴 적이 있었다. 당시엔 브런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라, 조회수가 낮았지만 개의치 않았었다. 웹툰의 홍수 속에서 내가 발견해낸 보석, 그 하나 만으로도 나빌레라를 보느라 쓴 돈도, 시간도, 그리고 감상평에 투자한 시간도 전혀 아깝지 않았었다.
※ 당시 썼던 웹툰 [나빌레라]의 감상평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 가능하십니다:D
https://brunch.co.kr/@soodolnam/3
"꼭 행복하게 살거라, 해보고 싶은 건 해보고, 가보고 싶은 곳엔 꼭 가보거라. 망설이다 보면 작은 후회들이 모여 큰 미련으로 남게 되니까…”
지금 봐도 명작 중의 명작, 웹툰 '나빌레라'의 주인공은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심덕출] 할아버지와 어머니의 죽음으로 상처 받은 청년 [이채록]이다. 일흔이 되던 해, 할아버지는 어린 시절 망설이다 도전하지 못했던 '발레'를 죽기 전 시작하겠다 마음먹었다. 그렇게 발레리노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 속에서 어머니의 죽음으로 방황하는 청년 '이채록'과 발레를 통해 교감하고, 지나온 인생을 공유하며 세대를 초월한 우정을 쌓는다.
발레리노라는 할아버지의 꿈을 이해하지 못하고 창피하게 여기는 가족들과, 그런 가족들과의 갈등 때문에 마음 놓고 발레를 하지 못하는 할아버지. 그리고 재능은 있지만 어머니의 죽음 이후 아버지와의 소통이 단절되어 힘겨워하는 청년. 그런 청년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아버지. 이들이 모여 가볍지 않은 휴먼 다큐 느낌의 가족극 같은 웹툰 '나빌레라'가 탄생했다. 결국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아버지의 꿈을 자식들이 응원해주고, 오해를 풀고 아버지와 청년은 화해하며 두 발레리노의 공연을 끝으로 웹툰도 결말을 맺는다.
우선 소재의 참신함이다. 웹툰 '나빌레라'는 일흔 살의 노인이 진짜로 하고 싶었던 일인 '발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흔한 로맨스물도 아니고, 다른 웹툰처럼 엄청난 화제작도 아니었지만, 일흔 살 노인의 도전이라는 소재가 신선했다. 게다가 웹툰에서 그동안 다루던 소재가 아닌 발레라니, 그것도 남자 발레리노라니! 성공할 수밖에 없는 요소는 결국 지금까지 없었던 것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1020 세대가 주 타겟층인 네이버 웹툰에 비해, 다음 웹툰은 타깃 연령층이 다소 높아 보이는 작품성 있는 웹툰들을 만나볼 수 있는 플랫폼이다. 그래서인지 네이버보다는 다음에서 연재되었던 웹툰이 드라마가 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나빌레라'는 더욱 특별한 웹툰이다. 한국인의 정서상 전 세대를 타겟층으로 포용할 수 있는 '가족 간의 갈등과 화해'가 담겨있고, 심덕출 할아버지와 이채록 군의 발레리노 성장기가 괴리감 없이 적절하게 녹아있어 흥행으로서 큰 잠재성을 지녔다고 생각했다. 그런 잠재성을 발굴하다니, 역시 드라마는 tvN이다. 사랑합니다. tvN! (tvN님, 스트리트 푸드파이터 3도 얼른 찍어주세요. 해외에 못 가니 국내 버전으로!!)
이렇게 잘 만들어진 웰메이드(Well Made) 웹툰으로 드라마를 하면 보통 반은 성공한 셈이다. 드라마 제작을 위해선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투자자들의 경우엔 제로 베이스 상태에서 모험을 하는 것보단 이미 원작을 통해서 흥행을 어느 정도 예감할 수 있는 드라마에 투자하는 것을 더 선호할 것이다. 요즘 들어 로맨스뿐만 아니라 스릴러, 공포, 판타지 등 점점 더 다양한 장르의 웹툰이 드라마化 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아마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장르물의 경우 특히 스릴러나 공포, 판타지 드라마의 경우 다른 장르보다는 PPL이 적을 수밖에 없고 흥행에 성공할지 여부를 짐작하기 어려운데, 원작의 힘이 강할수록 드라마가 성공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투자를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위 사진 속 드라마는 전부 웹툰이 원작인 드라마인데, 거의 대부분 높은 시청률과 함께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작품들이다.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회만 본 사람은 없다는 [미생]부터 '손민수'라는 유행어가 생긴 [치즈 인 더 트랩], 최근에 드라마 제작사의 주가에 까지 영향을 준 [경이로운 소문], [스위트홈]까지. 원작인 웹툰의 탄탄한 스토리에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정말 많은 이들의 애정 어린 시선 속에서 마지막 회까지 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들이다.
드라마 '나빌레라'는 어제(3월 22일) 첫 방송이 나간 상태이다. 지상파 방송사가 아닌 것치고는 첫방인데 시청률 2.8%는 괜찮은 편 아닌가 싶다. 동시간대 SBS와 MBC는 예능을 선보이기 때문에 드라마 중에선 KBS2의 '달이 뜨는 강'과 JTBC의 '아이를 찾습니다'가 라이벌인데, 분명 '나빌레라'가 3회까지 방송되고 나면 시청률은 늘어날 것이라고 장담한다. 지금 넷플릭스에서도 매주 월요일마다 새 에피소드가 공개되고 있는데, 아무래도 본방송만큼 넷플릭스로도 볼 듯하여 사실 시청률보다는 얼마나 온라인에서 '화제작'이 되는지가 관건일 듯싶다. (나비같이 날아오르라, 흥해라, 나빌레라!)
2017년 에필로그, 후기를 마지막으로 웹툰 '나빌레라'는 추억 속에서 잊히는 듯했는데, 최근 확인해보니 작가님이 4~5년 만에 외전(4부) 연재를 시작하셨다. 작가님... 물 들어올 때 제발 노 저어주세요! 매주 월요일 저녁 10시에 외전(4부)이 연재되다니.. 브런치에 글을 쓰기 위해 우연히 다음 웹툰에 접속했다가 아주 금 같은 소식을 알게 된 것 같아 뿌듯하다.
2018년 9월 직장인 1년 차로 인생에 현타를 느낄 무렵 웹툰 '나빌레라'를 처음 접했고, 직장인 4년 차가 된 2021년 어느 봄날에 '나빌레라'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바라던 취업에 성공했지만, 꿈꿨던 업무와 현실 간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으로 방황하던 시기였던 2018년. 나의 멘탈을 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던 그 웹툰이 다시 이직을 고민하는 2021년 나에게 발견된 것은 우연이 아닐 듯싶다. 나에게도 죽기 전 꼭 한번 이루고 싶었던 꿈이 있었는지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며 이번 봄에는 웹툰 '나빌레라'를 정주행 하면서 혼자만의 아주 해피한 라이프를 즐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