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시절, 친구들은 세일러문에 빠져 요술봉을 들고 다녔지만,나는 당시 유행하던 [카이스트(1999)]라는 드라마에 빠져 꼭 저 대학을 가고야 말겠다며 의지를 불태윘다.
[왕좌의 게임(미드)]부터 [미미일소 흔경성(중드)]까지
국경을 초월하여 스토리만 재밌으면 장땡이라고, 어떤 드라마든 빠져들어 덕질을 해낼 자신이 있었다.
그러다가 위험한 드라마를 만났다. [멜로가 체질(2019)]이 바로 그것이다.
어떻게 드라마가 이리도 찰질까, 찰떡인 줄 알았네.
JTBC_포토갤러리에서 퍼옴
[멜로가 체질]은 대학시절부터 단짝인 세 친구가 한집에 살며 겪는 일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섹스 앤 더 시티]나 [프렌즈], [세 친구]처럼 주인공 각각이 겪는 에피소드로 가득한 이 드라마가
그럼에도 뻔한 관계를 보여주지 않는 것은 대사의 힘 덕분일 것이다.
극한직업에서 보여줬던 [이병헌 감독님]만의 특유의 대사 맛이 드라마 곳곳에서 드러난다.
어디서 맛볼 수 없었던 특이한 맛, 낯선데 맛있다. 이 맛이 어디서 왔을까 너무나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았다.
드라마 대사에서 "삐-"처리가 이렇게 많이 들리는 것도 처음인 것 같고, 노골적으로 심어 넣은 PPL이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배로 만드는 것도 처음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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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가 체질]은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인 [손범수 PD]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평양냉면"같다.
분명, [임진주 작가], [이은정 감독], [황은정 팀장]이 일, 사랑 이야기가 주된 소재이긴 하지만, 대사 화법이나 화면 처리 등이 낯설어 코믹한 드라마가 맞을까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
코믹과 이상함의 경계에 서있는 듯한 드라마, 그래서 맛이 존재하는 드라마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하게 만든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잠들기 전 생각난다. 이 드라마 진짜 너무 재밌는데? 한편만 보고 잘까?! 하고 말이다.
드라마 속에서 여주인공이 성차별적 발언을 종종 듣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마다 상대 남자 주인공도
한 편이 되어 발언한 자들을 응징한다. 이게 이 영화의 독특한 매력인 것 같다.
성차별, 불평등과 같은 딱딱하고도 무거운 이 단어를, 욕의 힘을 빌려 이렇게 찰지게 대사를 써놓는다니.
아주 굳이다. 굳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나는 덕업 일치를 꿈꾸던 예전의 내가 떠올랐다. [임진주 작가]처럼 가족들이 모두 공감하고 즐기는 그런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는데... [이은정 감독]처럼 나만의 시선과 생각으로 올곧은 작품을 세상에 내놓고 싶었는데.... [황은정 팀장]처럼 내 일에 열정과 순정을 다 바쳐보고 싶었는데.....
멜로드라마가 해학적일 수도, 시니컬할 수도, 그리고 시사적일 수도 있음을 보여준 [멜로가 체질].
드라마를 보면서 덕업 일치를 이룬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이 드라마에 빠지게 된 그 순간부터 이미 덕업 일치를 이루고자 스타트를 끊은 것일 수도.
[멜로가 체질]을 보며, 잠들기 전 세상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걸 하고 있다.
글로 내 마음, 내 생각을 적는 일.
앞으로 마지막화까지 2회 정도가 남은 시점에서, 내 소원은 [멜로가 체질]을 세상 모든 사람들이 보는 것이다.
서른 되면 어른이 될 줄 알았는데, 서른이 다가오는 지금에야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을까 후회한다.
드라마를 보고 듣고 쓰는 마무리
후회하지 않기 위해, 나는 오늘도 내가 사랑하는 드라마 한 편, 맥주 한잔, 글 한편과 함께 오늘 하루를 여기서 마감해보려고 한다. 오늘 하루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