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수돌 Aug 28. 2021

데이트 폭력이 아니고 살인입니다

차라리 잘잘못을 따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믿을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났다


대학교 졸업 후 회사에 취직해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어느 25살의 여성이 데이트 폭력으로 그녀의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지인들 곁을 떠나게 되었다. 나 역시도 25살에 취업에 성공해 부푼 꿈을 가득 안고, 첫 월급으로 부모님께 선물을 드리며 앞으로 가족들에게 더욱 잘하겠다며 다짐한 적이 있었다. 외동딸이자 25살, 사회초년생이었던 그녀는 데이트 폭력이라는 이름 아래,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


브런치를 쓸 때 나만의 원칙이 있었다. 브런치 작가로서 개인의 의견을 쓰되 한쪽 입장만 지지하는 글을 쓰지 않는 것이 그 원칙 중 하나였다. 그래서 나는 지금껏 남녀 대립되는 이슈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항도, 찬성과 반대가 첨예하게 갈리는 글도 쓴 적이 없었다. 분명 이런 주제를 다루다 보면 중립적인 의견을 쓰지 못할뿐더러 독자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중립적인 방향으로 아무리 양측의 의견을 다 쓰더라도, 어떤 식이든 개인의 의견이 담길 수밖에 없으므로 중립에 서서 글을 쓸 자신이 없었다. 


그랬던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있다. 뉴스에서 최근 일어난 '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25세 여성의 살인사건'에 대해 여성이 먼저 남성의 머리를 강하게 잡아챈 후 남성이 여성을 향해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는 CCTV 속 모습이 보도되었다. 그 후 블라인드를 비롯해 뉴스 댓글에 여자도 잘못한 거 아니냐는 등, 누구라도 머리를 저렇게 잡아채면 화가 나서 폭력을 휘두르게 마련이라는 등 이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는 듯 잘못된 여론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들에게 이 말을 묻고 싶어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당신의 가족이었다면, 혹은 친구였더라면 또는 직장동료였더라면 "피해자도 잘못이 있네"라고 댓글을 달 수 있는지 말이다. 게다가 본 사건에선 피해자가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싸움의 원인이 진정 누구에게 있었는지 잘잘못을 가릴 수 없을뿐더러 뉴스에서도 이야기하듯 이 전에 어떤 다툼이 있었는지는 CCTV에서 보이지 않는 데, 단순히 CCTV에 처음 잡힌 게 여성이 먼저 남성의 머리채를 잡으려 했다는 이유만으로 여자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우리는 과연 논할 수 있을까. 


가사 원본: https://news.v.daum.net/v/20210826204807371?f=m


출처: 블라인드(본 게시글을  비난할 의도는 없으며, 이를 위해 출신 회사를 모자이크 하였습니다. 또한 블라인드 글을 캡처하여 올리는 것이 문제가 된다면 바로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피해자가 남자, 피의자가 여자였어도


CCTV는 이들의 다툼 중 일부분만 촬영할 수 있었기에 이들이 왜 싸웠는지 또 누가 먼저 폭력을 휘둘렀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이를 증언할 수 있는 목격자도 없었을뿐더러, 남자 친구라 믿었던 사람의 폭력으로 인해 여자 친구가 사망했기 때문이다. 


CCTV에서 여성이 남성의 머리를 잡아채자마자, 남성은 뿌리쳤으며 여성을 강하게 벽에 밀쳤다. 이후 모자이크가 가려져있음에도 여성의 머리를 여러 번 벽에 강하게 내리쳐 누가 봐도 여성의 폭력에 대한 맞대응 수준을 넘어선 강한 폭력이 여성에게 행해졌음을 알 수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의식이 있던 여성은 마지막으로 찍힌 CCTV 영상 속에서는 의식이 없었으며 하혈하고 피범벅이 되어 시체처럼 보일 정도로 무자비한 폭력에 노출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남성은 불구속 수사 중이다. 


이번 피해자와 피의자가 만약 성별이 바뀌었어도, 죽은 피해자가 남성이고 피의자가 여성이었어도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모자이크로 가려져있음에도 저렇게 피를 많이 흘리는 상태에서 시체처럼 바닥에 질질 끌고 갈 정도라면 그것은 명백한 살인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만약 누가 "신체적으로 약한 여자이기 때문에 정당방위로 남성을 죽인 거라면요?" 하는 댓글이 달렸다면 이번 사례와 같이 나는 똑같이 비판했을 것이다. 정당방위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상대방을 해하는 건데, 누가 이렇게 폭력으로서 사람이 혼수상태에 빠질 정도로 때릴 수 있는지 말이다.


데이트 폭력이 아닌 살인이다


본 사건을 데이트 폭력에 의한 살인이라고 하는데, 나는 이 사건에는 데이트 폭력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고인을 욕보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떠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 사건의 원인이 누구에 있기보다는 그 사건의 결과에 따라 심판한다. 게다가 이 사건은 CCTV에서 보이는 부분에서만 여성의 타격이 먼저 있었다고 보일 뿐 CCTV 밖, 여성의 집 안에서는 어떤 사건이 먼저 발생했는지 또 어떤 사건이 나중에 발생했는지 우리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게다가 남들에게 사귄다는 것을 알렸기에 죽였다고 했다.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일까. 여성이 머리를 잡아채도 남자가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차라리 이 사건에서 여자가 먼저 남성을 때렸기에 남성이 우발적으로 폭력을 휘둘러 여성에게 상해를 입힌 것이라고 잘잘못을 따질 수 있게 여성이 살아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 사건의 결과는 결국 살인이고 이는 명백히 데이트 폭력이 아니다. 연인관계에 있었다고 하나 폭력으로 인해 신체적 약자였던 여성이 죽은 하나의 살인 사건이다. 


과연 여성에게 잘못이 있다고 하는 이들이 자신의 누나, 언니, 여동생 혹은 어머니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 해도 똑같이 그들에게 잘못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또한 자신의 오빠, 형, 남동생, 아버지가 여성으로 인해 이런 허망한 죽음을 맞이해도 똑같이 자신의 가족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만 마치며


아무리 개인의 의견이라 해도 사건을 본질적으로 접근하길 바라는 바에서, 또 사건을 접한 뒤 고인을 위해 한 인간으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다는 생각에 비통해하며 몇 자 적어봤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는 초밥이 싫다고 하셨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