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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수돌 Oct 26. 2021

젊은 꼰대들의 모임

우리는 과연 꼰대일까

요즘 젊은 애들은 말이야


몇 달 전 지인들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근황 토크를 했었다. 거리두기가 잠시 완화되었을 때 갑작스레 브런치 모임을 갖게 되어 오후 반차를 쓰고 자리에 나갔다. 오랜만에 행복하게 여유를 즐기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직장 동료로부터 급히 업무 때문에 자료 요청을 받았다. 휴일에 회사로부터 오는 연락은 그리 달갑지 않은 지라 지인들이 하는 대화에 귀는 열어둔 채 업무용 노트북의 전원을 켰다. 때마침 한 지인이 이제 막 '요즘 젊은 애들은 말이야' 하고 운을 떼며 대화를 시작했고 급히 자료를 보내면서도 관심은 온통 그녀가 하는 이야기에 쏠렸다.

출처: 내 사진첩(그날의 먹부림)

우리도 충분히 젊은데


"있잖아, 우리도 충분히 젊은데?"라고 말을 건네자마자 풋 하고 모두 실소가 터져 나왔다. 대학생 때 대외활동에서 만나 알게 된 지 햇수로만 7년 째인 우리가 그새 사회에서 각자의 역할을 해내는 30대가 되었다. 한 명은 대표님이 되었고, 또 한 명은 5급 비서관이 되었으며, 또 한 명은 찌끄래기 1(그것이 나다)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더 이상 막내의 포지션에 머무르지 않은 채 우리보다 더 젊은 이들의 선배 혹은 그들을 이끄는 사람으로서 역할을 해야 했다.


우리도 충분히 젊기는 하지만, 어느새 98~99년생 마저 회사에 입사하는 시기가 되었고, '요즘 젊은 애들은 말이야'라는 말을 써도 될 위치가 되었음을 직감했다. 그렇게 요즘 젊은 애들이 어떻게 사회생활을 하는지, 그리고 우리도 그들과 잘 지내기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닌데 우리의 선배들은 과연 어떤 어려움을 겪었고 또 겪고 있을까 싶었다.


라떼는 말이야


"요즘 젊은 애들은 왜 그런데? 나 때는 안 그랬는데"

"아니, 라떼는 말이야 라니 완전 꼰대가 쓰는 말 아니야?"

"무슨 말만 하면 꼰대라고 하는데, 진짜 기본적인 것도 갖추지 못한 애들이 있다니깐? 이건 나이의 문제가 아니야"


우리들의 대화가 무르익을수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환경에 따라 변한다는 말이 정말인지 사업하는 지인은 사업가처럼, 5급 비서관인 지인은 공무원처럼, 쩌리 1 대리인 나는 월급쟁이처럼 사고하고 말하고 있었다. 분명 대학생이던 시절에 우리는 모두 비슷한 성격과 관점, 태도를 갖고 있었는데 사회생활 N연차 만에 사고방식마저 다른 어른이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은 건, '기본적인 태도'를 중시한다는 점과 '열정적/진취적'이라는 단어에 열광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일까 후배들이 기본적인 태도를 갖추고 있지 않는 게 보인다면 직업과 업무 환경을 막론하고 모두들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고 그들이 태도를 고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다.


진짜 왜 그럴까


꼰대의 관점이 아니라 진짜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기본적인 태도를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이건 나이의 문제도 아니고 자라온 환경의 탓도 아니다. 이는 본성이고 고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지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사회생활하며 만난 모 막내 후배는 회의실에 의자가 부족해 선배들이 하나둘씩 갖고 들어오는 데도 자리에 앉아 쳐다보기만 했다던가, 일을 시켰는데 변명만 늘어놓고선 하지 않아 애꿎은 일감만 늘었다던가 하는 이야기들.


젊은 꼰대 (가 되고 싶지 않은 이) 들의 모임


사실은 젊은 꼰대가 되고 싶지 않다. 후배들에게 "저 선배 너무 꼰대 같아"라는 말이 듣고 싶지 않다. 그건 지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끼인각은 서럽다고 하던가. 자칫 잘못했다간 젊은 꼰대라는 이미지가 생길 듯해서 사적인 질문은 금지하고 있고 선후배라는 질서 대신에 직장 동료로서 협업해야 한다고 생각하고는 있으나 가끔씩 '아 저러면 안 되는데' 생각이 드는 포인트가 있다.


지인들도 그렇지만 나도 역시 그런 포인트에선 입 밖으로 소리를 내는 건 주어 담을 수 없기에 고민부터 먼저 한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상대방에겐 자신의 성장을 위해 선배가 조언해준다고 받아들일지,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고 꼰대 짓 한다고 생각할지.


요즘엔 아무래도 전자보다는 후자로 알아듣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나 역시도 회사생활 좀 해봤다고 후자로 받아들일 확률이 더 높으니깐 말이다. 그래서 젊은 꼰대가 되지 않고자 늘 경계하고 있다. 그러는 탓에 직장 동료로부터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10cm, 그들과의 딱 이만큼의 간격이 알맞은 것 같다. 이 지인들의 모임에서도 젊은 꼰대가 탄생하지 않기를 부디 바라는 바이다.

출처: 내 사진첩(꼰대고 뭐고 평일 낮맥 삶을 살고 싶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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