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 쓰는 마음이 담긴 이야기 #2
※우리가 모두 아는 고인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키보드를 두드렸습니다.
최대한 자극적인 단어는 쓰지 않고자 했습니다. 이 글만큼은 많은 분들에게 빠르게 읽히는 것보다는, 그녀를 기리는 마음으로 천천히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밤'이라는 매거진을 시작하면서, 어떤 소재를 다룰까 많은 고민을 했었다.
그러다가 내가 쓴 이야기를 읽게 될, 독자님들이 떠올랐다.
분명 하루 종일 업무에 치이고, 사람과의 관계에 생채기가 난,
어느 가을밤에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사람이지 않을까.
그렇기에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전편 '서로의 위로가 될 수 있기를'은 그런 고민 끝에, 내가 직접 겪었던 에피소드를 끄집어냈다.
글을 쓰면서, '나도 위로가 필요한 순간들이 때때로 있었는데, 그걸 어떻게 흘려보냈지' 하고 애잔함과 짠함이 몰려왔었다.
그런데 미소가 너무나 반짝였던 그녀의 영면 앞에서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날은 어김없이 퇴근 준비로 분주하던 날이었다. 바로 이어 회식에 가야 했기에 일을 마무리 짓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느 순간 주위에서 '어떡해'라는 소리가 조용한 사무실을 뚫고 새어 나왔다.
그 뒤로 갑자기 소란스러워진 건, 예상치 못했던 한 공인의 죽음 때문이었다.
신념이 있어도 없는 듯 참는 법부터 배워야 했던 연예계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 보여준 그녀를 늘 동경했다.
하지만, 엉뚱한 성격, 이해하지 못할 행동들로 가끔 온라인 뉴스를 장식하던 그녀를 보며, 왜 그럴까 하며 나만의 잣대로 평가한 적도 있다.
악플에 시달렸던 그녀가 그로 인해 마음의 병을 얻고 세상에 잠시 머물렀다 가려는 준비를 하는 동안 우리는 몰랐다. 아니. 사실은 알았다. 이런 방법일지는 몰랐겠지만, 그녀가 언젠가 없어질 것이라고.
그녀는 계속해서 신호를 보내오고 있었는데 악플을 달던 그도, SNS 계정에서 허락 없이 캡처한 이미지로 자극적인 기사를 쓰던 그 기자도, 팬인척 다가왔던 그들도, 모두 그녀를 외면했다.
그녀의 죽음을 거짓으로 슬퍼하던 사람들은, 쉴 틈 없이 그녀가 한때 사랑했던 사람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가장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이들은 바로 그들일 텐데.
앞으로는 그녀의 영면을 슬퍼하면서, 뒤로는 그녀를 추모하는 여러 연예인들 중 자극적인 소재의 주인공이 될법한 사람들만 골라 평범한 기사 인척 글을 올린다. 그런 그들의 움직임에 토악질이 난다.
그러나, 양면의 칼날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녀가 떠남으로써, 악플에 대한 시선이 더욱 사나워졌으며, 연예인의 행복을 빌어주는 데 동참하기 시작했다.
나도 변해버렸다. 갑자기.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 천장을 멀뚱멀뚱 쳐다보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
나는 어제 누군가의 위로가, 격려가 되었을까
나는 어제 한 순간이라도 나 자신의 행복을 바라본 적이 있을까
다른 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싶어 글을 쓴다고 했는데 부끄럽게도 현실 속에서 나는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심지어 현재의 행복을 위해,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도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한숨만 나왔다.
그래서 오늘부터 나는 나만의 작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프로젝트는 뜻밖의 순간에 주위 사람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며 동시에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었다.
민원으로 힘든 날들을 보냈을 쇼핑몰 사장님에겐, 질 좋은 옷을 합리적인 가격에 파는 안목과 감사의 인사를 담아 '문의하기' 게시판을 통해 응원글을 남겼다.
사무실 안 내 자리 근처에 앉아계신 상사분들께는, 오늘 하루만이라도 한참 어린 후배지만 먼저 나서서 따스한 말 한마디를 건네기 위해 부단히 도 노력했다.
파트너사 분들께서 퇴근하지 못한 채 우리 일을 봐주실 때, 내가 없어도 되었지만, 자리를 지키며 끝난 후 그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작은 변화가 생겼다. 따스한 말들이 난로가 되어 내 마음을 따뜻하게 데어주는 것이었다.
상대방의 칭찬과 감사가 담긴 대답은 덤.
오늘 하루는 그 어느 때보다 내가 더 행복한 날이었다. 야근에 지쳤지만, '오늘 너는 진짜 잘했어!'라고 잊지 않고 셀프 응원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곁을 떠나간 한 유명인이 있었다는 게 무색해질 만큼 조용해질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내 마음속에서는 잊지 않을 것이다.
나를 사랑하고, 상대방을 위할 줄 아는 마음을 가르쳐 준 당신에게,
이곳에서의 나쁜 기억은 모두 잊고 그곳에서 영원히 사랑받길, 사랑하길, 행복하길, 마음을 담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