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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수돌 Feb 11. 2020

90년생도 먹고살기 힘들다.

세상 사는 건 다 똑같다.

"여기 90년대생 있어?"

[90년생이 온다] 책이 대히트 친 이후로, 가장 많이 들어본 Best 3위 안에 드는 말이다.


회사에 입사하고 나니, 우리 팀도 그렇고 옆 팀도 그렇고 90년생 품귀현상이 발생했다. 여대를 졸업해서인지 학교에선 아무리 나이 많은 선배라도, 3년 이상 차이 나지 않았었다. 그런데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 거의 부모님 세대까지 아우르는 연령 분포도를 보며, 이곳에 과연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었다.


그러나 확실히 학교랑 회사는 다른지라 학교에선 선배들과 말하는 데 늘 긴장하고 의견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했는데, 그래도 잘 적응하며 살게 되더라.(나만의 착각일 수도.) 어찌 되었든 이렇게 세상에 적응하면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90년생이 온다]의 출현으로, 뭔가가 회사 내 구성원들의 머릿속을 쾅! 강타해버렸다. 그리고 그 영향을 받게 되었다.


나는 [90년생이 온다] 책을 읽지 않았다.

일부러 읽지 않은 것은 아니었고 책을 읽고 나서 90년생에 속하는 내가 그들의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지 않으면, 그래서 소위 말하는 '젊꼰(젊은 꼰대)' 이거나 '애늙은이'면 어떡하지 하는 괜한 걱정이 앞서서였다. 그런데 책을 읽은 후 대화를 이끄는 회사 선배들로 인해 어떤 내용을 책에서 다루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러고 나니 마치 영화 개봉 전, 스포를 당한 사람처럼 보기 싫어졌다. (물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선배들은 내게 이런 말들을 하곤 했다.

요즘 90년생들은 ~라고 생각 안 한다며? 진짜 신기해 어떻게 그렇게 다를 수 있지?

90년생을 이해하기 어렵네.. 혹시 내가 하는 행동이 꼰대면 어떡하지?

90년생한테는 다른 화법 or행동으로 다가가야 한다는데, 어떻게 생각해?


그런 선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

"90년생을 겁내지 마세요, 우리도 어른이에요."

우선 90년생을 겁내지 말라한 것은, [90년생이 온다]는 책을 읽은 선배들이 종종 90년생은 본인들과 다른 세상에서 온 사람이라고 여기는 데에 이유가 있다. 90년생도 그냥 똑같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다만, 조금은 나중에 태어났기 때문에 사고하는 방식이 다를 수는 있다.


90년생은 회사에 속하는 이들 중에선 가장 '젊은 세대'는 맞지만, 그러나 학생도 아니고 세상을 살아가며 제 역할을 해내고 있는 '사회 구성원'이기 때문에 나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해서 상대방을 무턱대고 비난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 특히나 그 상대방이 상사일 경우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으려나. 속마음으로는 욕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매일 아침부터 자기 전까지 한번 이상은 해볼 수 있는 행동이지 않은가. 그러니 90년생이라 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긴다 해서, 놓인 일이 많은데 퇴근한다거나 팀장님께 일이 많다고 조율해달라고 외치는 90년생(이하 사회초년생)은 없다는 점을 알아두었으면 좋겠다.

"모두가 먹고살기 힘든 세상에, 90년생도 함께 살고 있어요."

먹고살기 위해 어릴 때 꿈꿨던 대통령, 우주비행사 등의 원대한 포부는 그림일기 속에 묻어두고 성년이 된 이후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기로에 선다. 운 좋게 대학을 다녀 고민의 시기가 조금 늦춰졌을 뿐, 26살 이후로 열심히 나도 돈이란 것을 벌고 있다. 우리 모두 사회에서 쌩고생하면서 살고 있다. 90년생도 예외는 아니다. 90년생이라 해서 선배들이 걱정하는 등의 행동도 웬만해서는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 먹고살기만 해도 힘드니깐.


덧붙여, 포장이 아무리 좋다한들 알맹이가 부실하면 누가 좋아하겠나. 90년생을 타깃으로 마케팅을 아무리 잘한다 하더라도 일단 상품 자체에 장점이 있어야 롱런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제발 90년생을 위한 마케팅에 생각이 함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90년생이 보기에 분명히 이해할 수 없는 선배들이 있다. 그런데 90년생들도 서로 이해가지 않는 행동을 할 때가 종종 있다. 나만 보더라도 일평생 무언가를 '덕질'해본 적이 없고 '특별한 취향'을 갖고 잊지 않아 무언가에 집중해보거나 관련해서 소비를 해본 적도 없다. 나이가 어찌 되었든 일관성 있게 자기 생각만 밀어붙인다거나 남의 감정은 생각지도 않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세상을 잘못 배운 사람이고 꼰대이지 않을까. 그러니 90년생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꼰대가 아닐 확률이 99% 일 것이다.(1%는 본인이 꼰대이면서, 90년생을 이해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 사람들이다. 제발 소수였으면 좋겠다.)


책을 읽은 선배들은 참 다양한 관점에서 90년생을 바라보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은 90년생을 '유리구슬'로 여겨 특급 관리 대상으로 생각하고, (주로 임원진급들이 아닐까, 그런데 말로만 이렇게 하고 실제로는 적정한 관리나 대우를 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또 어떤 사람은 90년생을 '나와는 다른 존재'로 생각해 같이 일하거나 커뮤니케이션할 때 부담을 느낄 수 있고(이들에게 90년생은 익숙해지지 않는 세대이므로, 피하고 싶은 집단 일려나)


일부에겐 90년생은 본인의 삶을 뒤돌아보게 만든다거나 미래를 걱정하게 될 요소일 수도.(흔히 지금도 이런데 나중에는 볼만하겠어라는 말을 하는 정도)


여하튼 90년생이라 해서 색안경 끼지 맙시다.(같은 90년생끼리도.)

다시 한번 말하겠지만, 90년생이라 해서 특별한 건 없고 단지 젊다는 것과 다른 세대와 사고방식이 조금 다르다는 것 정도라 생각한다. 모두 모두 힘든 이 세상에 세대를 나누어 이해하려 하지 말고 가족부터, 넓게는 이해관계로 얽힌 사람들까지 주위를 먼저 이해하고 포용하려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 너무 거창하지 않게. 그러면 '90년생이 온다' 같은 책이 나오는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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