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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수돌 Sep 15. 2020

90년대생도 퇴사는 어렵습니다.

퇴사에 대한 생각

90년대생에 대한 일반화의 오류


한때 퇴사가 열풍이었던 적이 있었다. ‘퇴사하고 세계여행’, ‘퇴사하고 스타트업 창업’, ‘퇴사하고 1인 미디어 시작하기’ 등 각종 미디어에서는 퇴사 후 사람들의 삶을 담아내기 바빴고, SNS에서는 퇴사 챌린지가 시작된 마냥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올라왔다. 그런 와중에 극히 어떤 일부의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이 퇴사를 너무 가볍게 여긴다고 비판하기 시작했다. 비판은 점점 뾰족해져 ‘요즘’ 90년대생은 직장이 편해 조금이라도 힘들면 떠나는 것 같다는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늘어놓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다.

 

출처 : https://bit.ly/35Fe8bs 


정말 90년대생이 퇴사를 가볍게 생각하는 걸까


전혀 아니다. 퇴사를 누가 가볍게 여기겠는가. 90년대생도 마찬가지다. 퇴사를 하기 전 마음에 참을 인을 한 백만번은 그리고 나서 통장 잔고도 몇 번 들여다보고 나서도 쉽사리 결정하지 못한다. 정말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고 생각이 들어야만 퇴사를 결심하게 된다. 내 주변에는 이미 퇴사를 했거나 퇴사를 준비 중인 친구들이 많다. 물론 다른 세대보다 퇴사를 결정하는 데 있어 자유로운 것은 사실이다. 적어도 우리에게는 책임져야 할 가정이 없기 때문에 내 한 몸만 챙길 수 있다면 언제든 ‘도비는 자유예요’를 컴퓨터 화면에 띄우고 집에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물론 내 한 몸 챙기기에도 어려운 게 현실이겠지. 

출처 : https://cinereplicas.co.uk/blogs/news/dobby-is-a-free-elf 


대기업일수록 퇴사는 어렵고도 쉽다.


연수원 동기들만 보더라도 이직을 준비하거나, 퇴사하여 더 좋은 직장으로 갔거나 학교로 돌아간 케이스가 상당히 많다. 제 아무리 좋은 직장이라도 90년대생에겐,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나와 맞지 않은 직장에 꾸역꾸역 다닐 사람은 없다. 우리들의 부모님 세대만 하더라도 한번 직장은 영원한 직장이었다. 그러나 우리에게 이와 같은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제 아무리 취업뽕, 대기업뽕으로 양 어깨가 한껏 쏟아 올라온 사람이었어도 본인이 회사의 부속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기왕 노비라면 대감집 노비가 되고 싶어 떠나거나, 사회물이 더 이상 들기 전 학교로 돌아간다. 취업을 응원했던 가족, 친구, 연인들의 응원을 뒤로한 채 결국 내 살길을 찾아 떠나게 되는 것이다. 

출처 : https://stocksnap.io/photo/tunnel-road-PX775ABMUS


이런 말은 들은 적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을 봤는데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딱 이대로 죽었으면 한다거나 달리는 기차 위에 뛰어들고 싶다면 그때야 말로 바로 퇴사할 때라고. 90년대생이라고 다를 건 없다.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고 느껴졌을 때 비로소 퇴사를 선택한다. 전혀 가벼운 선택이 아니다. 간혹 어떤 부모님들은 퇴사를 ‘쉽사리’ 선택한 자식들에게 이렇게 쓴소리를 날리곤 한다. “조금만 더 참지 그랬어, 어디든 다 똑같은 것을”. 

신입사원이던 시절 우리 부모님도 똑같은 말씀을 하셨다. "조금만 더 참아라, 어디든 다 똑같다. 정 힘들면 그만두는데, 그만두려면 대안이 있어야 한다." 그때 부모님 말씀을 듣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 or 내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할 삶을 살고 있었을까. 


90년대생에겐 그 어느 때보다 경험이 중요해졌다.


중요한 건 똥인지 된장인지는 찍어먹어 봐야만, 즉 경험해봐야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젊은 날에 가장 나만을 위해 할 수 있는 행동 중 하나가 퇴사라 생각한다. 퇴사를 경험했기 때문에 더 넓은 세상에 가서 직장의 소중함을 알고 다시금 직장으로 돌아올 수도 있고, 나만의 필살기를 가지고 비빌 언덕을 스스로 찾는 프리랜서가 될 수도 있다. 결국 90년대생에게 퇴사란 쉽게 하는 결정 따위가 아닌, 더욱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몸부림인 것이다. 

출처 : 내 사진첩(제목 : 회사 점심시간에 마신 낮술, 살기 위한 나만의 몸부림)

이번 생에 퇴사가 처음인 90년대생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전하자면


여러분을 알지 못한 사람들이 '이렇게 힘든 시국에 퇴사를 하다니' 하고 뒤에서 손가락질한다면, 앞에서 이야기하지 못할 정도로 용기 없는 사람들의 의미 없는 한마디라 치부했으면 좋겠다. 부디 상처 받지 않기를 바란다.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속 대사 중 이런 말이 있다. 이번 생은 망했다고 생각하는 것 대신 이번 생은 처음이기 때문에 경험하는 과정일 뿐이라고. 그런 과정 속에서 90년대생도 다른 세대 못지않게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그리고 저마다 자리를 견뎌내고 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출처 : http://program.tving.com/tvn/tvnfirstlife/11/Board/View?b_seq=5&page=1&p_size=10 


끝 마무리로


본인이 습관적으로 퇴사를 선택하는 사람이라면, 어딘가를 들어가는 것도 능력이니 그런 과정 속에서 본인을 위한 최고의 직장을 만날 수 있길. 나는 그냥 직장 다니기 귀찮아서 퇴사했다면 부디 일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시길.


그렇지 않은 우리 90년대생 모두들! 인생이 어려워도 우리 모두 존버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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