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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수돌 Jan 12. 2020

사회초년생을 지나는 과정

그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 법

"남수돌씨 일한 지 몇 년 차지?"


가끔 듣는 질문에 "2년 차예요"라고 답할 때마다 '이제 신입이 아니에요'라는 말이 무심코 나올 듯해 서둘러 내 입을 막곤 한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던 신입시절은 지났기에 사회초년생은 아닌데, 그렇다고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내공을 쌓았다고 이야기하기엔 애매한 연차, 나이, 경험치가 자존감을 갉아먹을 때가 있다.

고등학생 시절,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가 될 때쯤이면 세상 사는 게 야자(야간 자율학습) 보다 덜 지루하고 공부보다 더 쉬울 줄 알았다. 대학생 때, 취업 간담회에 오는 2~3년 차 선배들의 모습이 프로처럼 보여 닮고 싶은 마음에 선배들께 눈도장을 찍으려 했었다. 그런데 딱 내가 그 나이가, 연차가 되어보니 내가 동경했던 그 순간들이 사실은 여전히 불안정한 삶의 일부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선배가 취업 간담회 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저도 아직 부족하고 서투르지만, 그래도 물어봐주시면 최선을 다해 대답해드릴게요."

간담회에 모인 사람들이 손을 번쩍 들어 취업준비부터 업무 이야기까지 다양한 질문을 이어갔다. 그때마다 선배는 고민하다가 힘 있는 목소리로 본인의 생각을 간결하게 말하곤 했는데, 그 모습이 참 멋져 보였다.


나도 노력하면 저렇게 자신만의 내공이 있는,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겠지.


시간이 지나 그때의 선배와 같은 위치가 되어보니 그 꿈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했던 것인가 깨닫게 되었다. 신입시절부터 맡았던 일들은 분명 쉬워지기는 했다. 하지만 회사는 참으로 똑똑하여 내가 '쉬워진'일만 하게끔 놔두질 않았다. 마치 이 일이 끝났으면 이 일을 해야 해라고 묵언의 압박을 가하는 것처럼 어느덧 내공이 필요한 일들이 손에 떨어졌다. 신입이어서, 익숙하지 않아서라는 변명은 처음부터 사용할 생각도 없었지만, 하지 않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은 다르다고 이제는 할 수 없게 된 그 말들이 그리워졌다.


지금 나는 사회초년생을 지나 사회인이 되어가는 일련의 과정을 겪고 있다


과정 속에서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정말 나에게 맞는 것인지 고민할 겨를도 없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결국 성과를 달성했는지로만 판단되는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앞만 볼 수밖에 없다. 지금은 괜찮아졌지만 처음 이런 생각이 들 때만 해도 평생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러면서도 나는 언제쯤 프로가 될 수 있을지 고민들로 어지러웠었다. 가끔 이대로 길을 잃고 결국 사회인이 되지 못한 채 이곳에서, 이 자리에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닐까 걱정도 되었다. 그때 스트레스를 덜고자 시작한 것이 [글쓰기]와 [공부]였다.


글을 쓰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사실 글 쓰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글감을 찾고, 글을 다듬는 일이 귀찮아 지난 10월을 끝으로 몇 달간 쉬고 오기도 했다. 쉬는 동안에 글을 더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겨레 문화센터에 다니며 글 쓰는 방법을 배우고 공부했다. 공부하는 게 제일 쉬웠어요 하고 말할 수 있었으면 애당초 이 길에 들어서지 않았겠지만, 사실 공부하는 것 또한 너무 어렵다. 이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는 말이 살아갈수록 더 와 닿는다. 무엇을 공부하는지는 글을 쓰면서 차차 이야기해보기로 하고.


사회초년생에서 사회인으로 나아갈 것인지 아니면 그 자리에서 머물러 있을지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연하게도 전자를 선택하려 한다. 그런데 선택만 한다고 해서 저절로 이뤄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올해 나도 삶과 일을 분리해 각각의 영역에서 내공을 쌓기 위해 고군분투해야지.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오지만 뭐 어쩔까 내 인생 나 아니면 누가 돌봐주고 사랑해주고 성장시켜주나 하는 마음으로 이 과정을 무사히 헤쳐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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