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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수돌 May 10. 2020

오! 나의 팟캐스트 도전기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잖아, 브런치 작가로 이어지는 나의 도전

고등학생 때 3년간 방송부원으로 활동했었다.

입학식 날 들었던 아나운서의 차분한 목소리에 빠져들어 나도 모르게 전교에서 힘들기로 소문난 방송부에 지원서를 내밀고 말았다. 방송부 오디션에서 떨지 않았다면 아나운서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지만 뭐 꿩 대신 닭이라고 PD로 합격해 3년간 카메라와 음향기기를 만질 수 있었다. 


마이크 대신 각종 장비를 만졌음에도 마음속 한편에 늘 아쉬움이 남았었다.

단순히 아나운서가 되지 못한 것 때문에 아쉬운 건 아니었다. 카메라 뒤에만 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조차도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였을까. 성인이 된 이후로 나는 남들 앞에 나서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 방송부 활동으로 너무 고생하다 보니 대학생이 되어서까지 같은 경험을 하고 싶지 않았다. 대신에 학생회부터 홍보대사, 리포터, 기자 등 여러 대외활동을 하면서 내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낼 수 있는 기회를 찾아다녔고 도전했다.


기회는 내 인생에 또 다른 기회를 선물했고, 도전을 통해 얻은 성취감은 인생의 원동력이었다.

한 가지 내가 간과한 것은 이 모든 도전이 회사를 들어감과 동시에 끝난다는 것이었다.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손에 든 것이 무거울수록 내려놓는 건 더 어려워진다.

예전에는 와 닿지 않았던 이 말이, 직장인이 되어보니 알겠더라.

안정적인 생활을 할수록 도전은 옛말이 된다는 것. 시간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28년 내내 내게 주어진 하루의 시간은 24시간이었다. 24시간 내에 지금의 나는 일에 치여 야근해야 하며, 건강을 위해 운동하며, 사람들과 만나는 술자리에도 이따금씩 얼굴을 비춰야 했다.


한마디로 도전은 개뿔. 나를 위한 시간조차 없었다. 

평범한 일상에 안주하며 살다가 어느덧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사람들 앞에서 내 목소리를, 내 생각을 들려줄 수 있는 기회가 없을까. 


매번 머릿속에만 그리던 생각들을 끄집어 '글'이란 걸 써보면 어떨까.

하던 차에 우연히 '브런치'를 알게 되었다. 주로 이직, 퇴사 키워드로 홍수를 이루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내가 보고 싶은 글, 쓰고 싶은 글이 모두 다 검색되는 플랫폼은 처음이었다. 


2018년 10월 어느 날,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그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사실 내 글이 재미없고 남루하다고 생각해, 작가로 선정된 후 1년 동안 집필 활동을 멈췄었다. 그때 글을 다시 쓰게 된 것은 '팟캐스트'에 도전했던 일 덕분이었다.


중국어 과외선생님으로부터 어느 날 팟캐스트의 한 중국어 회화 방송 게스트로 초청받았다.

나 같은 게 무슨 중국어 회화 라디오를 녹음하냐며 걱정을 늘어놓는 내게 선생님은 연신 할 수 있다는 말만 하셨다. 프로 걱정러로서, 중국어도 잘 못하는데 그렇다고 웃기지도 않은 내 목소리를 누가 드러나 줄까 속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너는 말을 잘하니깐 틀림없이 잘할 수 있을 거야.

그때 내게 해주신 선생님의 한마디가 결심을 굳히게 만들었다.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선생님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몇 번 맞춰보지도 못했는데, 라디오 녹음을 하는 내내 너무 재밌어서 즐기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중국어 신조어를 놓고 즉흥적으로 대사를 쳐야 했던 상황에서 NG도 내지 않고 무사히 방송을 끝마칠 수 있었다. 

당시 게스트로 참여했던 팟캐스트 방송

나는 중국어를 잘하지도, 재밌지도 않은 사람이다. 

할 수 있음보다 할 수 없음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틀린 답이었다. 나도 할 수 있음을 도전을 통해 깨달았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건 시작임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녹음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집에 가자마자 브런치를 다시 시작했다.

내 글이 좀 재미없으면 어때, 나만 재밌으면 되는 거 아냐?라는 생각으로 그러나 '철저하게' 독자분들을 위한 글을 쓰고자 노력했다. 재미는 없어도 적어도 독자분들이 공감 가는 글을 쓰고 싶었다. 방송이 끝난 후 청취자들의 댓글을 보며 성취감을 느꼈으니, 이제 내 글로도 만족감을 느끼고 싶었다.


브런치를 1년 만에 재개하였고 지금까지 계속 글을 쓰고 있다.

와중에 팟캐스트 방송도 한번 더 게스트로 참여했다. 팟캐스트 이후에도 일상 속에서 작고 소소한 것이라도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나의 도전이 영원히 끝나지 않기 바라며, 여기서 이만 글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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