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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수돌 May 17. 2020

이태원발 코로나19가 주니어에게 미치는 영향

Feat. 한 달 만에 다시 재택근무라고요?

5 연휴에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이 발생했다.

코로나19 확진자 0명을 향해 가던 중,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감염자가 속출한 것이다. 게다가 확진자가 다녀간 클럽 중 몇 개가 게이 클럽으로 유명한 곳이었다는 게 이슈를 더욱 가중시켰다.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5월 연휴를 포함해 코로나19가 터진 이후로 이태원에 방문한 적도 없었고, 평소 클럽 가는 것을 즐기거나 호기심에라도 게이 클럽을 가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이태원발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뉴스에서 그 심각성을 논할 때도 ‘마스크만 잘 끼고 사람 많은 곳을 피하면 되겠지’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인생에 다시 영향을 끼칠 줄이야.

재택근무가 종료된 지 한 달 만에 다시 재택근무에 돌입한다는 전사 공지가 회사게시판에 올라온 것이다. 내심 안전을 위해서 재택근무를 하는 게 답일 거라 생각은 했지만 회사의 과감한 결정 앞에 ‘역시 우리 회사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사 공지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크게 하이라이트 되어있었다.

주니어 직급은 절대 회사 출근 금지!
업무에 필요시 팀장의 사전 승인하에 사무실 출근 가능!


전사 공지를 메일로 받자마자 모두들 수군거렸다.

주니어 직급은 절대 회사로 출근하지 말라는 말. 전사 재택근무라 해도 한 달 전에는 필요시엔 자유롭게 사무실로 출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태원발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회사에서 주니어는 [잠정적 감염자]가 된 느낌이었다. 상대적으로 이태원 혹은 홍대에서 놀법한 사람은 주니어밖에 없으니 당연한 결정이었다.

주니어의 정의가 뭐야?

전사 공지를 발견한 어떤 차장님이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 아무래도 회사 특성상 중장년층이 많다 보니 우리 회사에선 30대 후반~40대 초반도 가끔 주니어에 끼게 된다. 그러니 이런 질문을 하신게지.

누가 봐도 이태원 클럽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 주니어 아닐까요?

그 물음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이태원 클럽에 들어갈 수 있는, 입장 시 주민등록증을 자신 있게 가드에게 내밀 수 있는 나이. 주니어가 바로 그런 사람이니 회사에 아예 출입금지를 시키는 거겠지.


부끄러웠다.

주말에 집에만 있는 것이 괴로워 가끔 친구들을 만나러 집 밖을 나선 적이 있다.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종종 일 끝나고 볼일을 보러 서울 이곳저곳을 다녔다. 실내에선 마스크를 꼭 쓰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마스크 안이 습기가 차 한두 번씩 실외에선 마스크를 벗은 적이 있다. 이 모든 행동을 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젊은 사람들의 아픔의 정도가 더 컸더라면 어땠을까

인터넷에선 나이 든 사람들보다 젊은 사람들이 무증상일 가능성이 더 크다 보니 본인은 그리 아프지 않을 거란 생각으로 평소와 똑같이 친구를 만나고, 데이트를 하고 클럽과 술집을 드나드는 것이라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약 코로나19가 젊은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였다면, 아마도 부모들은 장성한 자녀라도 집 밖으로 절대 내보내지 않았을 것이고, 젊은 사람들도 좀 더 돌아다니는 것을 컨트롤하지 않았을까.


주니어로서 이번 재택근무는 이전과는 많이 다를  같다.

집중이 안된다고 해서, 커피를 마시며 일하고 싶다 해서 카페에서 재택근무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가 만약 내가 다녀간 카페에서 확진자가 1명이라도 나온다면, 아마도 나는 자가격리 대상자가 될 것이고, 재택근무를 시켰더니 밖으로 돌아다녔다는 이야기를 듣겠지.


대신 이번 재택근무 때는 집에서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야겠다.

6시 땡 치자 마자 노트북에서 손을 떼고 퇴근하자. 절대 야근은 하지 말아야지.

가급적 인스턴트 음식보다는 건강한 집밥을 먹고 저녁마다 열심히 운동해야지.

퇴근하고 나서 바로 침대에 눕기보다는 인생에 대해서 고민해보고 공부하고 미래를 생각해봐야지.


몸이 편하다고 해서 재택근무가 마냥 좋지만은 않은 현실.

재택근무하지 않아도 좋으니, 모든 사람들이 안심하고 회사를 다닐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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