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수돌 Oct 28. 2020

어떻게 살든 잘 살면 된다

열심히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은 아니다

주변 친구들에게 들었던 말


"너는 왜 이렇게 열심히 살아? 안 힘들어?"

그런 물음에 무조건 "아니, 전혀 안 힘들어."라고 대답했었다. 사실 거짓말이다. 가끔은 힘들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상당한 용기가 따르는 말이었다. 삶을 즐기며 살고 있지 않고 마치 숙제하듯 살고 있음을 고백하는 것이라 그리 쿨하지 못한 말이라 생각했다. 인정한다. 나는 젊고 행복한 이 순간을 즐기기 위해 열심히 산 것이 아니라,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안달 난 나 자신에게 취한 것이었음을.

출처: Unsplash(https://unsplash.com/, 적당히가 최고 라고 외치고 싶다)

서른 남짓 살아보니 어렴풋이 알겠다


누군가에겐 서른은 젊은 나이일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겐 서른은 까마득한 나이일 수 있다. 20살의 나에겐 서른은 오지 않을 것 같은 까마득한 나이였고, 25살의 나에겐 어떤 삶이 펼쳐질까 궁금한 나이였으며, 28살 지금의 나에겐 곧 맞이할 찬란한 숫자이다. 서른 남짓, 서른이 되어가는 길목에 다다르게 되어서야 비로소 어렴풋이 한 가지 진리를 깨달았다. 그건 바로 '어떻게든 잘 살면 된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잘 살면 된다


그러기 위해선 주변 사람들에게 최대한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본인에게 관대해져야 한다. 지인, 가족을 포함하여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제 몫을 하고 사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십 대 초반에는 그저 열심히 하면 다라고 생각했는데 취업을 준비하면서, 그리고 사회에 첫 발을 디디면서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백만 배는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물론 열심히 사는 것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열심히 사는 것보다 '잘 사는 것'이 더 우위에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열심히 사는 것=잘 살고 있는 것으로 혼동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 Unsplash(https://unsplash.com/, 잘 살면 삶도 아름다워보인다.)

우리는 가끔 잊는다


시간을 쪼개 열심히 돈을 벌고, 회사에서 주말근무와 야근을 번갈아 하며 업무 능력을 쌓고, 그러면서 틈틈이 자기 계발하고, 주위 사람들 만나서 인맥을 만들고 하다 보면 스스로 행복한지, 잘 살고 있는지 물어보는 것조차 까먹게 된다. '나 이 정도로 열심히 살고 있어 그러니깐 행복해/잘 살고 있는 거야' 하고 생각하는 것은 무서운 착각이다. 사람은 365일 달리는 기차가 아니라서 가끔 쉬어야 하는데,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 휴식이 필요한 때를 놓치거나, 쉬면서도 자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러니 본인이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스스로에게 한 번쯤 물어봤으면 좋겠다.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하여 잘 살고 있다고 착각한 것은 아닌지 말이다. 내 주변만 봐도 나를 비롯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런 착각 속에 빠져 살고 있다.


휴가 중이어도 휴대폰을 손에 부여잡고 회사 이메일을 체크하거나 업무상 전화를 놓치지 않고 받았던 선배도, 매일 주말 근무와 야근을 번갈아가며 일하는 탓에 아이들 보기 힘든 팀장님도, 일하면서 자기 계발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는 친구들도, 그리고 나 역시도.


내가 잘 살고 있는지 물어보는 것조차 까먹어서 열심히 살고 있기 때문에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물어보면 행복하지 않다고 대답하거나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열심히는 살았는데, 잘 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대목이었다.


끝 마치며: 이제부터 해야 하는 것


이제 해야 하는 것은 정해져 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아실 것이라 생각한다. 본인이 잘 살고 있는지, 행복한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답을 말하는 것, 그것이 지금 필요한 때이다. "나는 열심히 일도 하면서 공부도 틈틈이 하고, 또 내 사람들도 시간을 쪼개면서 만나고 있으니까 충분히 잘 살고 있어. 행복해"라고 말하는 것은 잠시 접어 두자. '나는 지금을 즐기고 있는가, 충분히 일상 속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는가' 고민해 봐야 한다.


나는 오늘 회사 동기들과 점심을 함께 했다. 평소라면 점심시간엔 샐러드를 먹고 운동을 하거나, 팀원들과 점심을 먹고 빨리 돌아와 책을 보거나 업무 마무리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았고, 날씨를 충분히 즐기고 싶었다. 동기들과 점심을 먹고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 지금 행복하구나, 이렇게 여유롭다니. 잘 살고 있구나'


이 글을 읽고 그 짧은 시간을 가지고 잘 살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단순히 날씨가 좋아 기분이 좋았던 것은 아닌가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당시의 순간'을 즐겼고, 즐기는 과정에서 '행복'을 얻었기에 이 정도면 잘 살고 있다고 말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 왜냐면 이것은 내 인생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살기도 쉽지 않지만, 그런 삶을 즐기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러기에 앞으로 본인에게 조금 더 관대해지자. 열심히 살고 있지 않은 본인이 싫다면 미운 마음을 내려놓고 여유롭게 사는 본인을 칭찬해보자. 열심히 살고 있지 않은데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잘 살고 있는 것이 맞으니 그렇게 살아가면 되고. 열심히 살고 있는데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들면, 잠시 쉬면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자. 열심히 살고 있는데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정말 잘 살고 있는 그 마음 잊지 말고 계속 행복하게 살면 된다.


그렇게 우리가 우리의 인생을 잘 살아가는 것.

지금까지 그러지 않았다면 이제부터라도 해야 하는 것이다.

출처: Unsplash(https://unsplash.com/,  우리는 우리가 있는 우리의 삶을 잘 살아가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공황장애 극복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