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하는 마음은 같아도
열한 살이 되던 해였다. 부모님이 큰 맘먹고 맥도널드 생일파티를 예약해주신 덕분에 누구를 초대할까 고민하느라 밤을 거의 새웠던 적이 있었다. 한정된 인원에 맞게 초대장을 줄 친구들을 고르느라 머리가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고 결국 생일파티에 초대받았던 친구들을 우선순위로 선택했다. 12월생이라는 이점을 활용해 정한 방법이었지만, 가정형편이 좋지 못하거나 형제가 많아서 생일파티를 하지 못한 친구들도 있었을 텐데. 지금 생각해보면 옳지 못한 방법이었던 것 같다.
어찌 되었든 그렇게 해서 생일날 우리 동네 맥도널드 2층에는 내가 나눠준 초대장을 손에 들고 있는 친구들과 그들의 보호자로 보이는 몇몇 아주머니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뤘다. 맥도널드에서 준비한 어린이 생일파티용 키트를 다들 손에 들고 즐거워하던 그때 한 친구가 2층으로 올라왔다. 그는 내 초대장을 받지 못했던 친구였다. 초대하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었고, 그 친구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은 적도 없거니와 같은 반이 된 이후로 몇 마디 나눠보지 않았던 전전 짝꿍일 뿐이었다.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나는 건, 그때 그 친구가 분홍색 캐릭터가 그려진 문구용품을 선물로 줬다는 것과 초대받지 못했지만 축하해주고 싶어서 잠시 들렸다는 이야기였다. 초대장을 못 줘 미안한 마음에 햄버거 먹으면서 같이 놀자고 말을 건넸지만 동생을 돌봐야 한다고 말하며 인사하고 가던 그 친구의 모습을 보며, 나만의 기준을 정해놓고 친구들을 골라서 초대한 나 자신이 창피했다.
성인이 되고 나서 한동안 생일파티는 뭐랄까. 자기 과시의 집약체 같은 모습이었다. SNS에 생일을 등록하면 때가 될 때마다 '000님의 생일을 축하해주세요'라는 알림이 왔다. 그러면 생일을 맞은 친구가 '적당히' 친한 관계라면 전화나 문자로 생일 축하 인사를 하는 대신, 그 친구의 SNS 담벼락으로 달려가 생일 축하한다는 이야기를 정성스럽게 작성하곤 했다. 그때는 이런 생일 축하 글의 개수가 결국 얼마나 인맥이 넓고 많은 친구들을 가지고 있냐를 증명하는 척도였던 것 같다.
그렇게 담벼락 메시지를 남기고 난 후 좀 더 친한 친구라면 카카오톡으로 생일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날렸고, 정말 친한 친구라면 얼굴 한번 보자고 한 뒤 선물을 전했다. 이왕이면 마음에 드는 선물을 주고 싶어 친구가 필요로 하는 거나 갖고 싶어 했던 것을 떠올리느라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고민 끝에 사준 선물을 보고 친구의 얼굴에 나타나는 반응이 시원하지 않으면 내심 아쉬웠했던 것 같다.
카카오톡이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필수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여러 서비스가 생겨났는데, 그중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서비스는 '카카오톡 선물하기'이다. 현재는 카카오 계열사 중 한 곳인 '카카오 커머스'에서 운영하는 사업으로, 카카오톡 화면에서 바로 접속이 가능한데, 이 서비스 덕분에 요즘 사람들의 생일날 풍경이 바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서비스가 생일의 풍경을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었을까. 그 중심엔 이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인 '효율성'이 자리 잡고 있다. 예전에는 만나야지만 생일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었지만,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배송지 입력' 기능 덕분에 요즘엔 만나지 않아도 마음을 담아 선물을 줄 수 있게 되었다. 수령인이 본인의 상황에 맞춰 직장이나 혹은 집으로 선물을 받아볼 수 있게끔 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게다가 카카오톡 선물하기 서비스는 구매자가 선택한 옵션도 수령인이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잘 바르지 않은 색상의 립스틱을 선물 받아도 더 이상 속상해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서비스는 효율성에서 더 나아가 확장성을 추구하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주고받았던 선물 대다수가 스타벅스나 파리바게뜨 같은 외식 브랜드의 모바일 교환권이었다면, 지금은 선택할 수 있는 종류가 훨씬 다양해졌다. 특히 카카오 AI가 추천 기능과 함께 #스몰럭셔리 #명품선물 #가벼운선물 등 테마별 선물 리스트가 생기고, 연령별 금액대별 선물 랭킹을 확인할 수 있어 선물을 고르는 데 쓰이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선물하기 서비스를 통해 멀리 떨어져 있는 지인들에게도 어려움 없이 선물을 통해 마음을 전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로 인해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선물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점점 '정성'이 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받았던 선물과 비슷한 가격대, 호불호 없이 누구나 좋아할법한 물건들로 채워진 생일날의 선물함을 보며, 이 선물이 나를 위한 선물인지 아니면 지난날 내가 줬던 선물에 대한 값인지 분간할 수 없게 되었다. 예전 같았으면 친구나 지인을 위해 정성 어린 선물을 준비했을 텐데 요즘엔 너무나도 쉬운 세상이라 정성 대신 그 자리를 속도가 자리 잡고 있는 느낌이랄까. 카카오톡 서비스에 정성이 깃들게 된다면, 또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물론 이래나 저래나 선물은 좋다. 축하 인사 만이라도 해주는 친구들이 참 고마우면서도 내가 이 친구한테 생일 선물을 보내지 않았었나 생각하면서 선물하기의 '주문내역'에 들어간다. 참 나란 사람은 지질하게도, 선물을 주지 않았었다면 담에 꼭 줘야겠다 생각하면서도 만약 선물을 줬는데도 못 받은 거라면 내가 올 한 해 이 친구에게 뭔가 잘 못해준 게 있나 괜히 마음이 꽁해진다. 카톡의 선물하기 서비스는 날이 갈수록 더 좋아질 텐데. 나는 참 날이 갈수록 찌질해질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