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원예수업, 자전거 여행 1 - 김훈
자전거 여행, 소나무 숲 마을
책 ‘자전거 여행 1’에는 안면도 소나무 숲길이 나온다.
대상자분들께 이곳을 소개하며
산책하는 듯한 원예수업을 드리고 싶었다.
안면도 소나무 숲이 친근하게 느껴진 건
사람들이 사는 마을 가까이에 있다는
구절 때문이었다.
이곳은 대문 밖, 밭 끝, 울타리 너머가 소나무 숲이다.
이 마을에는 두 종류의 소나무가 자란다.
해안가에서 자라는 해송,
조금 떨어진 땅에 있는 육송이다.
안면도의 소나무를 세상에 처음 알린 나라는
우리가 아닌 일본이다.
‘적송 Japanese red pine’
이라는 이름을 붙여 소개했다.
한라산의 구상나무에 이어 안면도의 소나무도
외국인에 의해 세상에 알려진 건 아쉬운 점이다.
•해송•
바다 바람과 염분을 잘 견디지만
추위에 약해 내륙에서는 잘 살지 못한다.
비스듬히 자라며 줄기와 가지 색이 진하고
잎이 부드럽다.
•육송•
조선시대에 이 나무는 특급 소나무로 여겨졌다.
밀도가 조밀하고 단단해 한옥이나
궁궐, 사찰의 대들보나 기둥으로 만들어졌다.
불에 탄 숭례문을 다시 지을 때도 이 육송이 쓰였다.
소리와 진동을 잘 흡수해서 악기를 만들기도 한다.
자전거 소나무 숲 배달 꽃꽂이
마침 선생님께로부터
1/4 가격으로 저렴하게 얻은
자전거 모양 화분이 있었다.
여기에 소나무와 꽃 담아 숲을 싣고 가는
배달원의 이미지를 표현하기로 했다.
A4용지에 자전거 타는 배달원을 그렸다.
가위로 오려 자전거 화분에 걸쳤다.
실루엣 느낌만 주려 했는데
만들다 보니 욕심이 났다.
‘인형 양손이 손잡이를 잡고 있으면 좋겠다!’
알맞은 팔 길이와 각도를 정한 후
아이패드로 그리고 색을 입혀 출력했다.
종이 인형으로 만든 배달원을 막대에 연결해
오아시스에 꽂는 토퍼 장식을 완성했다.
‘화분이 하나의 편지, 소포가 되는 거야! :)’
상상하고 보니 우표 자리가 보였다.
이름을 쓰면 만든 이 가 숲배달원이 되는 우표이다.
막대에 붙이고 오른쪽에 꽂았다.
배송 준비다 다 되어 보였다.
나린님의 이름표 소동
나린님은 이름을 쓸 때 완벽주의자로 변신하신다.
초성을 쓰고 받침을 쓸 자리가 없어지자
나린님 마음의 주전자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우와~ 나린님 어떻게 이렇게 잘 썼어요? :)”
나린님은 칭찬이 들리지 않으셨는지
비대칭 글자에만 몰두하셨다.
받침을 마저 써드려도 소용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새로 써드리자 이내 안정을 찾으셨다.
그러고 보니 은초님 이름표가 없었다.
재료를 인원에 딱 맞게 준비해서 부족했던 것이다.
’ 앞으로는 여분의 재료를 준비하자!’
발달장애-자폐증 강박적 습관
배달원 인형을 자전거 화분에 고정할 때
나린님의 주전자는 다시 끓기 시작했다.
”이게 손이 안 붙어요! 한쪽 손만 붙어요! 안돼!!”
양면테이프 접착력이 낮아서
정말로 손이 잘 붙지 않았다.
떨어진 한쪽만 3M 폼 테이프로
단단히 고정시키고 돌아서자
반대쪽 손도 떨어지고 있었다.
옆에 계셨던 간사님이
당황하는 나린님에게 재밌는 생각을 들려주셨다.
”나린님 남은 한 손은 인사를 하려고 하나 봐요!”
인사하는 숲배달원이 상상됐다.
”맞네요~ :)”
모두가 웃으며 공감해 주셨다.
즐거운 상상이 나린님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발달장애 안의 자폐증은
강박적 습관을 가지기도 한다.
같은 길로만 가야 하거나
가구의 배치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작년 수업에서 만났던 우림님이 그러셨다.
맞은편 의자가 조금 비틀어지면
곧장 일어나셔서 원래의 각도로 맞추고는 하셨다.
활동실 문이나 수납장의 문이 열려 있어도
문을 꼭 닫으셨다.
오늘도 은초님과 하람님은
반복적인 소리로 자신을 알리셨다.
에릭 쇼플러의 ‘부모의 서바이벌 매뉴얼-
자폐증과 관련 발달장애의 위기 해결 가이드’
책을 요약한 글에선 이분들이
반복 행동을 하지 않으면
심리적인 중압감과 불안을 느낀다고 나온다.
담당 선생님들은 두 분 옆에서 틈틈이,
부리나케 꽃바구니를 대신 만들어주셨다.
해온님의 칭찬은 비타민
해온님은 오늘도 특유의 따뜻한 마음을
달콤한 언어로 전해주셨다.
”선생님이 도와주시니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해요.”
“소나무를 이렇게 꽂으니 너~무 멋있어요.”
”선생님 고마워요.”
해온님의 칭찬은 동기부여 비타민을 수액 같다.
”감사해요 해온님.”
숲배달원 되기
“숲배달원 나린!”
“정말 숲을 배달하는 것 같아요~”
나린님과 해온님이 말씀하셨다.
이날 함께하는 분들이
숲 배달원이 되는 상상을 이루었다.
시원한 소나무 향과 달콤한 색감의 꽃을 보시며
힐링되는 일상을 누리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