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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하지 마세요. 내가 만든 리스가 제일 예뻐요.

싱그러운 꽃리스는 모두를 웃음 짓게 했다.

by 숲배달원


발달장애 학생들의 부모님을 위한 원예수업이 있었다. 플로리스트이기도 한 복지원예사 선생님께서는 이날도 다양한 꽃을 준비해 주셨다. 두 개의 플라스틱 양동이에 형형색색 꽃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기분 좋은 무게를 느끼며 학교 2층으로 올라갔다. 방문 기록을 쓰려고 꽃을 내려놓는데 순간에 밀려오는 꽃향기가 코끝을 자극했다. 경비실에 계셨던 선생님께서 “ 꽃향기 너무 좋다~”며 미소를 보이셨다.


연말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작은 리스를 만드는 수업이었다. 리스는 왜 동그라미 모양일까? 시작과 끝이 없는 이 형태는 ‘영원함’, ‘자연의 힘과 회복’, ‘보호와 평화’를 의미한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선 월계수 잎으로 리스를 만들었다. 정치 지도자들은 권력과 영광을 상징하는 리스를 머리 위에 얹었다. 기독교에서 리스는 호랑가시나무, 솔잎, 월계수, 아이비 등 초록 식물로 만들었다. ‘희망과 생명’을 의미하는 초록색은 다시 오실 예수 그리스도의 영원한 사랑과 구원을 소망하는 의미를 더해주었다. 중세 유럽에선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영원한 생명과 부활을 상징하는 리스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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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테이블 위에 올려두는 작은 리스를 만들었다. 정성이 담긴 음식과 함께 식탁 위에 올려질 것이다. 복지원예사 선생님께선 양동이를 채운 꽃들을 하나씩 설명해 주셨다. 장미, 미니장미, 천일홍, 국화, 폼폰국화, 유칼립투스, 스토크. 편백나무 이외에도 소개를 기다리는 꽃들이 많았다. 선생님의 손에 살구색 장미와 주황색 미니 장미가 들렸을 때 탄성이 쏟아졌다. 어여쁜 색의 장미가 어머님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것 같았다. 호주는 유칼립투스를 아프리카에서 수입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셨다. 산불 이후 코알라의 먹이가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선생님의 생생한 꽃 설명에 학부모실은 빈짝이는 눈빛으로 빛나며 꽃향기가 진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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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리스 만들기가 시작됐다. 기틀이 되는 편백나무와 유칼립투스를 꽂을 때쯤, 한 어머님의 작품이 주목을 받았다. 주인공인 어머님은 한국 꽃꽂이를 배우는 중이라고 하셨다. 이렇게 만드는 게 맞는지 긴가민가 하며 리스 만들기에 주저하는 다른 어머님들이 눈에 띄었다. 나도 남은 재료로 리스를 만들고 있었는데 마구잡이로 만든 결과물이 조형적인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어 거슬림이 있었다. 그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옆 사람과 비교하지 마세요. 집에 가져가서 식탁 위에 올려두고 보면 내가 만든 리스가 제일 예뻐요.” 어머님들은 안도하며 웃으셨다.


IMG_5185.JPG 한 어머님의 리스 작품


어머님들과 다르게 내가 만든 리스는 꽃을 동그라미로 뭉쳐놓은 듯, 투박했지만 어찌 됐든 집으로 가져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식탁 위의 리스는 아기자기한 꽃 밭처럼 보였다. 꽃향기는 어찌나 진하던지 얼마 전에 구매한 섬유 향수만 큼이었다. 어머님들의 리스는 어땠을까? 어디에 올려두고 제일 예쁜 꽃밭을 감상하실까? 향기로운 작은 리스가 식탁 위 사람들의 매일을 싱그럽고 행복하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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