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대한 본능적인 그리움
“좋아하는 식물이 있나요?”
가드닝 소품이나 전시회를 볼 수 있는 곳, 편집숍이 자주 눈에 띈다. 지난 8월에는 정영선 조경가의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전시회를 다녀왔다. 서울 시립미술관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입장부터 줄지어 작품을 감상했다. 식물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는 것 같다.
식물도감과 꽃을 좋아했지만 자연에 대해선 코로나 시기에 본격적으로 빠져들었다. 뚝섬역 근처로 출근을 하고 있었는데 3분 거리에 서울숲이 있었다. 아침에 지하 사무실에 도착하면 테이블 야자에 물을 주고 바람과 햇빛을 받게 해 줬다. 그러고선 서울숲에 다녀왔다. 점심 식사 후 2~3시쯤, 쏟아지는 졸음과 싸워야 할 때도 산책만 한 게 없었다. 그때마다 서울숲은 자연의 설렘을 보여줬다. 가지 사이로 비치는 햇살,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 바람이 불면 들려오는 나무 부딪치는 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줬다. 놓치고 싶지 않은 장면들이었다. 매일 사진과 영상으로 숲을 기록했다.
이렇게 좋은 장면을 혼자 누리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숲을 배달한다는 마음으로 매일 하나씩 서울숲의 얼굴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했다. 3월의 한적한 산책로, 금빛 마른 산수국 잎, 곧 피어난 노란 수선화와 여름의 마로니에 꽃 등 이곳의 1년을 배송했다. 사진과 영상을 찍을 때면 오로지 그 순간만을 생각하게 된다. 눈앞에 있는 식물을 마음으로 교감하는 경험은 당시의 복잡했던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기도 했다. 자연이 주는 충만한 감정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숲에 푹 빠져있을 동안, 우연히 ‘원예치료’라는 분야를 알게 됐다. 꽃을 심고 물을 주는 일, 식물을 만지거나 향을 맡고 관찰하는 것,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감각을 자극해 마음을 진정시키고 건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복지원예사는 이런 일을 한다고 한다. 직접 겪었던 자연의 치유 능력을 공부하고 싶어졌다.
인스타그램 숲배달원 @s_o_o_f_
원예치료란?
식물을 이용한 원예활동을 통해 사회적, 교육적, 심리적, 신체적 적응력을 기르고 육체적 재활과 정신적 회복을 추구하는 전반적인 활동을 말한다.
(정민영, 2022, 원예치료와 복지원예, 부민 문화사)
복지원예사 과정을 등록하고 수업을 들으면서 다양한 원예치료 사례를 배웠다. 아동, 청소년, 노인, 장애인, 비장애인, 대상자의 특성에 맞게 원예 수업을 계획한다. 식물과 관련된 영화, 책 등 재밌는 정보들도 쏟아졌다. 이 시기에 알게 된 책 중 ‘정원의 쓸모’가 있었는데 여기에 원예치료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저자의 할아버지는 1차 세계대전 참전 군인이셨고 전쟁 트라우마로 정신적 고통을 겪으셨다고 한다. 그는 정원을 가꾸는 원예 활동을 통해 식물과 교감하며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전쟁으로 입은 신체적, 정신적 부상을 원예 활동을 통해 회복하는 군인들이 많아지면서 원예치료는 더 주목받게 된다. 원예 치료를 실시하는 병원은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며 인간적인 치료 과정을 제공했다.
원예치료는 1789년 미국에서 벤저민 러시 교수에 의해 가장 먼저 시작됐다. 흙을 만지며 식물을 기르는 활동이 정신병 환자들에게 치료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걸 발견하고부터이다. 이후 1878년 미시간 주립병원에서 치료 목적의 농경 작업을 실시했고 181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병원에서는 산책로와 공원을 산책하는 치료법이 적용됐다. 1800년대 스코틀랜드와 스페인 정신병원에서도 농장 작업을 치료가 시작됐다. 이후 많은 정신병원에서 원예치료가 널리 도입되기 시작했다.
(조원근, 2021, 복지원예과정 기본교재, 건국대학교 미래지식교육원)
복지원예사 과정을 배우며 자연의 치유력을 전하려고 한다.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60시간의 실습 경험이 필요하다. 현재 활동하고 계시는 복지원예사 선생님의 수업을 보조하는 일이다. 실습은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지난 원예 수업을 통해 어르신, 발달장애인, 학부모, 어린이, 학생분들을 만났다. 이분들과 함께했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