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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은 아저씨

독서원예수업, '나무를 심은 사람'

by 숲배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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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친구들과 나무를 심는 날이다.

복지원예사님은 장 씨 아저씨를 소개해 주셨다.

책 ‘나무를 심은 사람’의 저자 프랑스 작가 장지오노이다.



장 씨 아저씨의 나무를 심은 사람


“프랑스에 장 씨 아저씨가 있었어요~”

“큰 전쟁이 지나고 장 씨 아저씨는 어느 마을에 가게 됐어요”

“그 마을에는 부피에 할아버지가 있었어요”


쏙쏙 들어오는 선생님의 이야기에 아이들도 나도 귀가 쫑긋해졌다. 프랑스 남부 고원지대의 한 마을 이야기이다. 모두가 떠난 후 황폐하고 척박해진 이 마을에 엘제아르 부피에가 살고 있다. 그는 매일 도토리를 심는다. 장 지오노는 이 단편 소설에서 나무를 심는 아저씨, 부피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중학생 때 이 소설을 그린 영상을 처음 보고 깊은 울림을 받았었다. 실화 바탕의 이야기라 그랬을까? 좋아하는 책의 수업을 보고 있으니 종일 설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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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런한 보석 화분


소설 속 도토리나무 대신 빛나는 잎을 가진 벤자민 스타라이트를 심었다. 하얀 화분도 나무처럼 반짝이도록 보석을 붙였다. 발달장애인의 특징 중 하나는 정렬, 규칙, 반복적인 것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정해진 방식대로 물건을 두려는 성향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화분에 두 줄로 양면테이프를 붙이고 하트 보석을 붙였다. 이날도 햇살이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줬다.


“선생님 이거 보세요~! 선생님~”

“잘했어 햇살아~!”


선생님의 칭찬에 햇살이는 기쁨의 안도감 띄며 다시 하트 붙이기에 열중했다. 친구들은 꼼꼼하게 반짝이 하트를 붙였다. 하얀 화분이 왕관처럼 빛이 났다. 다 붙인 아이들은 공룡 인형을 고를 수 있었다. 작은 공룡 인형에도 아이들은 기뻐한다. 햇살이는 그중에서 제일 큰 공룡 인형을 골랐다. 벤자민 스타라이트를 뜯어먹을 것처럼 실감 나는 공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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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처럼 반짝이는 하트와 귀여운 공룡 인형
IMG_5409.JPG 아이들의 선택을 기다리는 공룡 인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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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가 잘되는 코코피트 흙, 햇살이의 거대한 공룡과 벤자민 스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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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스타라이트


벤자민 스타라이트는 배수가 잘되어야 한다. 그래서 붉은 코코피트 분갈이흙을 사용했다. 포슬포슬 코코피트 흙은 생각보다 듬뿍 담아야 한다. 물을 부으면 쑥쑥 줄어든다. 마사토도 평소보다 많이 깔아줘야 한다. 배수층을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만든다. 그리고 벤자민 스타라이트의 포트를 양손으로 조물조물 눌러준다.


“한 손으로 포트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나무를 잡아요.”

“하나, 둘, 셋, 쑥~! 화분으로 이사 가요~”


나무를 화분의 가운데에 두고 흙을 채운다. 숟가락을 뒤집어 화분 가장자리 쪽으로 콕콕 흙을 누른다. 그러면 공간이 생긴다. 그곳에 흙을 한 번 더 채운다. 어디까지 채우면 될까? 화분 맨 위에서 손가락 한 마디 정도 아래까지 흙이 닿도록 채우면 된다. 그리고 마사토를 덮어준다.


벤자민 스타라이트는 까다로운 식물이다. 뿌리가 무르지 않아야 하는데 또 너무 건조하면 잎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통풍이 중요하다. 직사광선을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 춥거나 더워도 좋지 않다. 잎이 5개 떨어지면 보내줄 준비를 해야 한다. 몇 년 전 하얀색 잎 모양에 반해 꽃집에서 벤자민을 데려왔었다. 생각보다 오래 살았다. 그러나 조금 신경 쓰지 않자 금방 작별을 고했다. 만만치 않은 친구이지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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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의 벤자민이 눈부시다. 회색빛 황무지에 도토리를 심고 나무를 키워 숲을 만든 부피에 아저씨를 기억해 줄까? 사람들이 찾아오는 정겨운 마을을 만든 아저씨를 잊지 않아 줬으면 좋겠다. 부피에 아저씨처럼, 벤자민 스타라이트처럼, 친구들이 있는 교실도 해처럼 밝다.


깜짝 선물

수업 후 교촌치킨만큼 기분 좋은 벤자민 스타라이트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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