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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 Jan 14. 2023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합니다.

1년, 2번의 퇴사 3번의 취업.

이력서를 받아주는 곳 없는 40대 후반의 경단녀가 이력서를 쓰고 면접의 기회가 열리더니 취업에도 성공했다. 간호조무사 학원을 졸업하고 5곳의 면접을 보고 3번의 합격 기회가 있었고 3곳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1년 동안, 정확하게 말하면 9개월 동안의 일이니 참 짧게도 했다.

  20대 사회초년생으로 발을 내딛던 그해처럼 나에게 맞는 직장을 찾는데 시간이 필요했나 보다.

20년 전에도 학교 졸업 후 처음으로 입사한 곳에서 2~4개월 만에 입사와 퇴사를 번갈아 했다.  서너 번의 같은 코스를 거쳐 나에게 맞는 직장을 찾았고 10년을 근무했었다.     

 

2022년 한 해 동안 근무한 곳은 요양병원, 요양원, 재활전문병원이다.

현재는 재활전문병원에서 근무 중이다.     


 2022년 3월 간호조무사 시험을 치고 4월 합격 발표와 함께 학원에서 추천해 주는 곳에 이력서를 냈다. 학원 추천이니 합격이라며 채용신체검사를 하고 바로 출근하란다. 이렇게 간호조무사로의 첫 직장이 요양병원이 됐다.     


간호조무사로 첫 근무지 요양병원.

5~10년 이상의 장기근속 근무자들이 많았다. 이직률이 높은 직종에다 이 지역에서 힘들다고 소문난 병원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급여, 복지가 훌륭해서? 직장 내 분위기가 정말 아름다워서?

  40대 중후반에 이곳에서 첫 근무를 시작하셨던 간호조무사분들이다. 출퇴근길이 도보로 가능한 거리에다 경력도 쌓을 겸 있으셨단다. 시간이 흐르고 보니 50대가 넘었고 병원 규모가 커지면서 업무가 과중해졌지만 익숙한 환경과 업무에 낯선 곳으로의 이직이 쉽지 않으셨다고. 물론 그분들은 동료애가 있다.

 갓입사한 나와 2개월이 된 신입이 있었다. 텃세를 하는 센캐리터의 선임과 부딪힘이 있거나 과도한 업무를 버티지 못한 신입만 계속 바뀌고 있는 중이었다.


 힘든 병원인지 모르고 입사한 건 아니다. 어느 병원이나 장단점이 있다. 물론 학원 추천으로 일단 면접을 봐서 오라고 해서 들어왔지만 힘든 만큼 일도 빨리 배우고 실력도 늘 거라는 마음이 있었다. 요양병원에서 1년이면 일반 병원 2년 근무와 비슷하지 않을까? 모든 병원이 그렇지는 않고 병동마다 다르다.

그걸 몰랐다. 내가 속한 병동은 막내가 해야 하는 업무가 있다. 신입이 들어오기 전까지 계속 같은 업무만 반복한다. 다른 병동에 같이 근무를 한 친구는 한 번에 많은 업무를 배우고 액팅을 했다.

줄을 잘 서야 한다. 대신 근무 시간은 좋았다. 폭발적인 업무였지만 열심히 했다. 내 역할에 충실하고 싶었고 최소 1년의 경력은 쌓고 싶었다. 체력이 좋다고 생각했지만 체력도 바닥을 드러냈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정체 모를 피부염에 걸렸다. 피부과를 3개월이 넘게 다녔지만 치료가 안 됐다. 인생 통틀어 가려움으로 이렇게 고생한 적은 처음이다.

환자 중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AP가운을 입고 근무하면서 피부 상태는 심각해졌다.  결국 5개월을 근무하고 퇴사를 했다. 한 달만 더 있으면 6개월인데 그 한 달을 채울 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


 일단 쉬었다. 쉬면서 부모님과 여행을 다녔다.

입사하고 한 달 후(5월) 아빠가 폐암 4기의 진단을 받으셨다. 본인 스스로 암환자라고 말하지 않으면 전혀 알 수 없는 건강한 모습이다. 아빠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인지 모른다. 함께 여행 가고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녔다. 내 몸의 불편함과 경제적 부족함은 문제도 아니었다. 우선순위는 아빠와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2개월을 쉬다 보니 슬슬 직장을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대학병원에 원서를 냈다. 대부분 계약직이지만 계약기간이 끝나면 고용보험을 받거나 다른 대학병원을 돌며 직장생활을 한다는 지인분의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대학병원이면 근무환경이나 복지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업무의 영역이 좁겠지만, 말 그대로 간호사의 보조의 단순 업무겠지만 월급만 받자로 마음을 바꿨다.

 

 대학병원 2곳에 지원을 했고 서류를 통과하고 면접을 갔고 떨어졌다.

놀라웠다. 내가 떨어지다니. 사실, 떨어지는 게 놀랍다고 생각한 게 더 놀라운 일이다.

나를 표현하겠다고 간호조무사 자격증 외에 10개가 넘는 자격증에 나름 추려서 몇 개만 쓰고 경력도 장기근속만 썼는데, 면접에서 여유 있게 말도 많이 했는데.....

그래서 떨어진 거다. 딱 봐도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간호조무사를 뽑는 면접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오는데 무슨 임원을 뽑는 것도 아니고 창의력 있는 업종도 아니고 간호조무사에게 필요한 요건이 무엇일까?

간호 경력도 아니고 어렵게 딴 자격증이 있으면 뭘 하겠는가? 그 어려운 자격증에 맞는 직업을 찾아가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겠지. 학력도 고졸이면 충분하다.


떨어지고 나니 걱정이 된다.

하~~~, 혼자 구인앱을 스캔하다가 학원에 연락을 했다.

학원 추천 찬스를 쓰고 싶었다. 지역에서 역사가 있는 학원이다 보니 주변 병원에서 취업 의뢰가 온다.

(혹 간조를 준비하시는 분이라면 1년 실습과 수업을 성실하게 받으시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사무장님, 직원 모집하는 병원 있을까요?"

"지금은 없어요. 주간보호센터는 어때요? 근무하는 건 병원보다 나을 수 있어요."

그렇다. 힘든 병원보다는 근무 시간도 좋고 사무적 업무가 더 있는 주간보호센터가 있다.

운전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컴퓨터 작업이 가능해야 하고 간호조무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 취업할 수 있는 곳이다.


 요양병원에서 대하는 환자 대부분이 어르신들이었는데 다양한 환경, 환자, 진료과목을 접하고 싶었다.

일단은 고민해 보겠다고 전화를 끊었다. 2주가 지나면서 이력서 하나 쓸 곳이 없어 결국 다시 전화를 걸었다.

"지난번 말씀하신 주간보호센터 아직 자리 있어요?"

"그 자리는 없고 주간보호센터와 같이 하는 요양원이 있는데 송영을 안 해도 되는 곳이니 괜찮을 거예요. 면접 가봐요."

송영은 어르신을 운전해서 등하원을 시키는 것을 말한다. 등하원 운전은 부담스러운 일인데 송영을 안 해도 된다고 해서 면접을 갔다. 치열한 경쟁 없이 붙었다.(2:1)


두 번째 직장 요양원.

 두 명의 간호조무사가 있다. 각각의 어르신을 맡아 바이탈 체크하고 약 드리고 처방된 연고 발라드린다. 어르신들 잘 관찰해서 일지를 쓴다. 병원에서는 하루종일 걷거나 몸을 계속 쓰는데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 좋았다. 요양보호사를 도와주기도 한다. 업무의 영역이 명확하지 않아 요양보호사 일을 하는 애매한 단점이 있다. 어르신들이 숙식하는 요양원이라 요양병원만큼 병환이 있는 분들이 아니다. 원장님의 성품이 좋으셨는데 근무하시는 모든 직원분들도 다 좋으셨다. 식당 여사님의 손맛은 정말 일품이라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근무시간도 좋다. 매주말마다 쉬지는 못하지만 대부분 쉰다. 8시 30분 출근에 5시 30분 퇴근이었던 것 같다. 몇 개월 전인데 가물가물하다. 병원보다 확실히 여유가 있다. 서류 업무가 많아서 집에 가져가서 일한다는 분들도 계신다는데 내가 근무한 곳은 칼퇴였다. 3주간의 인수인계가 끝날 무렵 문자를 받았다.


 합격문자.

요양원에 입사하기 전에 학원 추천으로 재활전문병원 원서를 받아 지원했다. 면접을 갔는데 예정된 합격 발표가 한 달이 넘게 지연되었다. 합격된 상태에서 대기하면 기간이 얼마든 기다리지만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다리는 건 어려웠다. 떨어졌겠구나 생각하고 취업을 했는데.... 살짝 고민이 됐다.

아빠의 병환이 깊어져 갑자기 입원을 하는 상황이기도 했다. 입사하기까지 한 달의 시간이 있었다.

퇴사를 했고 아빠가 입원한 병원에서 동생과 교대로 간병을 했다.


지금은 재활전문병원.

 재활병원은 간호 학원을 지나는 길에 있는데 취업을 꿈꾸던 병원이었다. 물론 집과 거리도 괜찮다. 목디스크가 있었고 허리도 좋지 않아 물리치료와 도수치료를 받아 치료한 적이 있다. 평소 재활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의 관심 종목인 병원이다. 규모나 시설면에서도 희망하는 직장이었다. 면접은 대학병원과 전혀 다른 태도로 임했다. 필요한 말만 했다. 이력서도 간호조무사와 요양보호사 자격증만 적었다.

면접을 보고 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내 모습을 떠올리며 이미지트레이닝을 했는데 합격했다.

입사동기들과 병동에 배치받아 새롭게 배우고 있다.

12월 중순에 입사해서 근무한 지 한 달이 되었다. 상상하던 모습과 비슷하다.

최소 10년은 버틸 예정이다.


2021년 봄,

이력서를 받아주지 않는 나이에 절망을 하며 새로운 직업을 찾아 간호조무사 학원에 등록을 했다.

2022년 봄,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따고 병원에 첫 출근을 한다.

2023년 1월,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며 희망했던  병원 이직해서 간호조무사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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