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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 Aug 16. 2023

 재활병원 병동이야기

간호간병통합

 사람, 가정, 가게마다 각각의 색이 있다.

병원도 마찬가지다. 진료하는 과목에 따라 다르고 이사장과 원장, 병동 수간호사의 마인드에 따라 분위기가 다르다. 건물 구조와 형태는 비슷한 부분이 있겠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분명 차이가 있다.  같은 병동에서 동일한 업무를 하지만 일하는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고 생각에 차이가 있다. 재활병원 병동이야기라고 해서 모든 재활병원이 같지는 않다는 이야기다.


재활병원의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며 느끼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들을 나열해 본다.


 재활병원에는 어떤 환자들이 있을까?

재활의학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장애자를 신체적ㆍ정신적으로 가능한 최대한도까지 정상적으로 회복시키기 위한 학문. 의학의 한 분야'라고 한다.


 신체적 장애를 입어 휠체어를 타거나 의료 보조기를 착용하며 재활치료를 하시는 환자분들도 계시고 뇌기능에 문제가 발생해 수술, 치료를 하시고 재활을 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주로 생활하시는 병동의 병실에서 의식주를 해결하시고 본인의 스케줄에 맞게 재활치료센터와 언어치료실에 가셔서 일과를 보낸다.


 병동은 개인 간병(개인요양보호사나 가족이 돌봄)을 하는 일반병동과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가 24시간 전담하는 간호간병통합병동이 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환자의 간병비 부담을 줄이고 질 높은 의료서비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간호간병통합병동의 간호조무사는 무슨 일을 할까? 

병동마다 하는 업무에 조금 차이가 있는데 우리 병동은 바이탈을 재고 혈당체크 정도를 한다. 병실마다 돌며 병실 상태(위생, 환경)를 체크하고 도움이 필요한 환자를 케어한다. 물론 병실에 요양보호사가 있어 필요한 돌봄을 하고 계시지만 간호업무적인 내용(환자 일정)이 있으면 간호사에게 전달하거나 대답할 수 있는 내용은 답해 드린다. 

 약국에 필요한 약을 가져오고 의료도구의 소독이나 의료에 필요한 약품, 도구를 준비해 놓는다. 

환자의 검사가 있으면 검체를 임상병리실에 가져가기도 하고 검사, 검진에 동행하기도 한다.

대학병원은 분업이 더 잘 되어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는 조무사의 역할이 더 많은 편이긴 하다. 


간호사와 요양보호사, 그 사이에 간호조무사가 있다. 서로의 영역에 맞물려 일을 하는데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게 관계의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요양보호사와 모호한 관계가 좀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쉽다. 각자의 영역이 있지만 경계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병원이니 당연히 환자가 먼저이고 중심이다. 요양보호사분들 중 환자를 돌보는 일에 당연히 도움을 바라는 분이 있다. 자신의 일이지만 도와주면 고맙게 생각하는 분도 있다. 사람마다 역량이 다르고  책임감이 달라서일까? 가치관의 차이일까? 근무하면서 감정적인 소모가 일어나기도 한다. 꼭 병원이라서가 아니라 직장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가 관계적인 부분이 아닐까.


그렇다. 관계. 

사람 사는 세상에서 아주 중요하고 잘 풀어야 할 숙제.

의사와 부딪히는 일은 거의 없다. 업무적으로 조무사에게 직접적으로 무엇을 이야기하겠는가?  인사를 잘하면 된다. 서로서로. 간혹 직원이나 직원 가족이 진료를 받아 고객이 되는 상황도 생긴다. 모두가 인사 잘해서 손해 볼 것은 없는 것 같다.


 건물의 두 층 전체가 재활치료센터인데 간호인력만큼 많은 물리치료사가 있다. 약국에 약사, 임상병리실과 건강검진센터의 직원, 원무과 총무과 외래 진료실에도 간간히 간다. 타 부서 사람들과 만나면 인사를 잘하는 편이다. 에너지가 필요할 때 먹으려고 가끔 주머니에 사탕이나 초콜릿 하나 챙겨 넣고 다니는데  이 분들을 만나면 건넨다. 그럼 사탕이 '정'이 되어 더 활짝 웃으니 준비해서 가면 좋다. 잠시 업무에 경직된 피로가 풀리기도 한다. 서로를 위로하고 공감하는 순간이다.


 몸이 아픈 분들은 마음도 힘든 분들이 많다. 여유가 없다. 우리를 힘들게 만들기도 하지만 환자분들에게 내가 위로받을 때도 있다. 휠체어를 타고 입원하셔서 재활을 하시고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서 퇴원하는 분들을 본다. 재활의 중요성을 느끼고 감사함을 느낀다. 조금이라도 내가 보탬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면 보람도 있다. 

마비가 오셔서 말씀을 잘 못하시는 분들이 말씀을 듣지 못하는 건 아니다. 다 들으신다. 아주 잘. 그래서 말을 아주 조심해야 한다. 말을 못 한다고 감정이 없지는 않다. 어느 날 마비가 풀려 말씀을 하시는 날이 온다. 


 예전에 잠시 근무한 요양병원과 지금 근무하는 병원에서 동일하게 느끼는 점이 있다. 지금 건강하다고 죽을 때까지 병원 신세 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나이가 들어서, 사고로,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병으로 입원하신 분들이 많다. 환자와 밀접하게 돌보는 직업을 가진 분들이 환자를 대할 때 자신에게 그럴 날이 올 수도 있으니 막무가내로 대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 글을 쓰는 본인도 다시 돌아보고 다짐을 한다.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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