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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 Mar 25. 2024

비옷에 고어텍스 등산화

오전 내내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었더니 눈도 뇌도 휴식이 필요합니다.

방 밖의 공기가 시급합니다.

문을 열었더니 비가 옵니다. 쉬는 날이라 산책 겸 달리기를 하고 싶었는데요.

비가 언제까지 오나 싶어 일기예보를 봅니다.

오후 내내 비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시골의 맑은 공기 맘껏 몸속으로 들이쉬고 싶습니다.


등산 가방에 고이 접어둔 비옷이 생각나서 꺼냈습니다.

산책 겸 달리기를 하려고요.

우산을 들고 달리기를 할 만큼 능력자는 아닙니다.

1시간 조금 넘는 코스입니다. 달리기는 10%를 넘지 않겠지만 몸 이외에 다른 부속물 없이 가볍게 다녀오고 싶습니다.

장화는 필요 없습니다. 장화가 없기도 합니다.

운동화는 젖을 테니 등산화를 꺼냈습니다.

암벽을 타는 등산 동호회에 열심히 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때 추천받은 브랜드의 등산화입니다.

바위. 암벽에 잘 미끄러지지 않아 좋습니다.

고어텍스 등산복에 등산화를 착용합니다. 그 위에 핑크와 흰색의 조화를 이룬 비옷을 입습니다.

똑딱이 단추를 하나하나 세심히 살피며 고정합니다. 일회성에 가까운 옷이라 거칠게 다루었다가 산책을 나서기도 전에 옷이 찢어질 수 있으니까요.


집 밖을 나왔습니다.

상쾌합니다.

일단 가볍게 달려봅니다. 시작과 끝은 달리기입니다. 

중간 과정은....... 그냥 걷습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습니다. 신선한 공기 더 맘껏 먹어 보겠다고 입을 아주 크게 벌렸더니 빗방울이 입 안으로 들어옵니다.

창이 없는 모자를 썼으니 당연합니다. 잠시 바보가 됐습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봄은 그냥 신나는 계절이잖아요.

비 내린다고 포기하지 않고 비옷을 입고 나올 생각을 한 걸 보면 머리가 영 나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색의 시간입니다. 정리의 시간입니다. 눈과 뇌와 몸 전체 정화의 시간입니다.

몸 전체에 상쾌한 공기가 흡수됩니다. 도로 한쪽은 강이 흘러가고  다른 한쪽은 산이 있습니다.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있는데 그 다리를 건너 다시 돌아오는 코스입니다.

전원주택 단지가 있기도 하고 국도 휴게소도 있습니다. 절도 있습니다.

돌아오면서 비옷을 한 번 털었더니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집니다. 방수가 잘 되니 좋긴 좋습니다.

봄비에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강 물살이 조금 센데 오리들이 놀이공원 온 마냥 신나게 물살의 흐름을 타고 수영합니다.


집 밖을 나오기 전과 후가 확연히 다릅니다.

몸과 마음이 봄비에 정화되어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자연은 정말 좋은 치유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연에 감사와 감탄을 합니다.

동시에 방수가 잘 되는 제품에 감탄을 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조화와 균형이 잘 되는 세상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by 빛날( 봄비... 어린아이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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