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날 Jul 18. 2024

잔소리 없는 날

잔소리 없는 날이라는 동화책이 있습니다.

과일 잼을 숟가락으로 퍼서 맘껏 먹어도 되고 학교 수업하기 싫어 조퇴하기도 합니다.

낯선 이를 집안으로 초대하기도 합니다.

평소 엄마가 기함할 만한 일을 합니다. 그래도 허용되는 날입니다.


아이들이 초등 저학년일 때 그 책을 함께 읽고 잔소리 없는 날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지저분해도 되고, 씻지 않아도 되고, 평소 잘 못 먹는 음식(일명 불량식품이라 부르는)을 먹어도 됩니다.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혼자 있으면 잔소리하는 사람 없습니다.

좋습니다. 잔소리를 듣지 않지만 무겁고 복잡하게 생활합니다.

스스로를 못 살게 굽니다.


며칠 전 진주라는 도시를 다녀왔습니다.

진주에 처음 와 본다니 동행자가 놀랍니다.  

산청지역에서 가까운 도시라 많은 사람들이 가서 쇼핑도 하고 놀기도 하는 곳입니다.

이사 온 지 7개월이 되는데 그동안 뭘 했냐고 합니다.

평소 집에서 잘 안 나옵니다. 출퇴근 외에는요. 집 안에서 창을 통해 보는 경치가 좋은 것도 한 몫하지만 저도 여행 좋아하는 사람인데요. 어떻게 이렇게 지낼까요?

지리산에서 가까운 곳이라 관광지도 있고 예쁜 카페도 있습니다. 맛집도 있습니다.

뭘 하고 지냈을까요? 일주일에 4일 출근합니다. 쉬는 3일은 뭘 하고 지냈을까요?

쉬는 날 온전히 쉬지 못하고 읽고 싶은 책도 맘껏 못 읽고 운동도 안 하고 살았는데

뭘 하고 지냈을까요?

처음 이사오고는 가족들 만나러 매 주말마다 오갔네요. 일에 적응한다고 바빴습니다. 글을 씁니다.  새롭게 배우고 공부해야 할 것이 있어 집에서도 대부분 책상 앞에 앉아 있습니다. 밀린 청소와 빨래를 합니다.

이제 일도 적응을 했는데  온전히 쉬지  못했을까요?

체력이 약한 편이 아닌데 피곤합니다.

욕심 때문입니다. 스스로를 못 살게 합니다.

잔소리하는 사람 없는데 잔소릴 듣는 것만큼 피곤하게 살고 있네요.

몸살이 와서 어제 일찍 누웠습니다. 몸이 아파야 쉬는가 봅니다.

쉴 때는 쉬어야겠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나에게 잔소리 없는 날을 해 봅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집 한 바퀴 돌며 방울토마토 수확하고 꽃들과 눈인사는 했습니다. (이건 좋아하는 일입니다.)

빨래와 청소도 했네요. 잠시 누웠습니다. 조금 더 뒹굴 하다 해야 할 일이라고 나열한 것 중 하나만 해야겠습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은 다르니까요. 다음에는 진짜 온전히 쉬는 날 할 겁니다.

해야 할 일 접어두고요. 해야 할 일도 스스로 만든 거라 꼭 안 해도 되는 건데요.....

인생을 좀 여유 있게 살아보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