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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 Oct 14. 2024

시체도 일어나 감을 땁니다.

경남 산청에 아주 유명한 것들이 있습니다.

딸기, 고로쇠 물, 꿀, 곶감.....

가장 인상적인 건 감나무입니다.

산청에는 감나무가 정말 많습니다. 산에도 밭에도 도로 가에도 감나무 천지입니다.

밤나무도 많지만 나뭇가지마다 풍성한 감나무가 더 눈에 들어옵니다.

밝고 환한 오렌지색이 참 예뻐서 그렇습니다.


평생교육을 수강하고 있는데 감 따는 시기에는 수업이 조정됩니다.

곶감을 만들 준비를 해야 하기에 그전에 종강합니다. 10월 말 이후에 12월까지 수업이 없습니다.

다른 과목은 모르겠고 제가 듣는 수업은 그렇습니다.

어마어마한 수량이라 이  시기에는 온 가족이 출동한다고 합니다. 서울, 지방 가리지 않고  감나무 농사를 짓는 집의 자녀분, 친척분 다 모여서 감을 수확하고 일을 한다는데요.


감나무 수확시기에 맞춰 강의가 조율된다는 것을 듣고 좀 새로웠습니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분들에게 중요한 수입이 되는 일이라 그렇구나 이해가 됩니다.


지역 주민과 외지에서 이사 온 분이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재미있는 말을 듣습니다.

"곶감 만드는 시기가 오잖아. 길거리에 사람이 안 다녀."

"그 기간에는 시체도 일어나 일을 한다고 하잖아."

"네~에? 하하하하하"


기계가 하는 부분이 있겠지만 사람이 하는 일은 사람이 해야 하니까요.

가을이라 밤도 감도 잘 익어갑니다. 산청에 많고 많은 밤나무와 감나무 중에 내 것은 없지만 감과 밤을 주시는 분이 계셔서 맛보고 있습니다.


지난주 밤과 감을 수확하는 기쁨의 기회를 얻었습니다. 감나무와 밤나무 주인에게 따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는데 같이 따러 갈 생각이 있냐고 물어보는 분이 계셔서 얼른 따라나섰습니다.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보겠습니까?

밤송이 가시에 찔리면 안 되니까요 집게도 챙기 장갑도 챙깁니다.

산에도 올라가야 하니 워커를 신고 갑니다. 물론 적당한 크기의 가방도 두 개 챙깁니다.

검은색 워커는 밀리터리 패션의 완성을 위한 구두였는데 정말 식량을 구하기 위한 전투용이 되었습니다.

밤송이가 땅에 많이 떨어져 있는데 빈껍데기와 알이 찬 밤송이가 골고루 섞여 있습니다.

등산화와 워커 중 살짝 고민하다 워커를 신었는데 워커를 신고 오길 잘했습니다. 가시 가득한 밤송이를 두 발로 벌려주면 예쁜 밤이 뽀드득 얼굴을 내밉니다. 그럼 집게로 살짝 집어 가방에 쏙 넣습니다.

감도 홍시가 되어 잘 익었습니다. 금방 따서 먹으니 정말 맛있습니다.

by 빛날 ( 가시 밖으로 반짝반짝 윤이 나게 밤이 얼굴을 내밉니다.)


몰랐던 것을 경험하는 일은 즐겁습니다. 이 일이 본업이 된다면 다른 느낌이겠지요?

온 에너지를 쏟아붓고 날씨에 영향을 받고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다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참 속상할 것 같습니다.


벼도 황금색으로 잘 익어갑니다. 잘 익어가는 논 사이에 쓰러져있는 벼들이 보입니다.

수확이 눈앞인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가 봅니다.

시체도 일어나 일을 해야 할 만큼 중요하고 바쁜 수확의 계절입니다.

저는....... 바쁘기만 하고 수확의 시간이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바쁜데 본업으로 바쁜 게 아닙니다. 오지랖입니다. 누구를 탓할 수 없습니다. 정체된 시간, 다시 정신 붙잡고 내가 묵묵히 해서 수확의 때를 알고 결실을 맺어봅니다. 노력과 시간의 결실이 헛되지는 않을 거라 믿습니다.

by 빛날 ( 수확의 계절, 다시 새로움으로 시작하는 시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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