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시골로 이사 온 지 사계절을 지나고 두 계절을 다시 맞이하고 있습니다.
겨울 봄 여름 가을 겨울 또 봄
지리산 자락 경호강을 앞에 두고 지내는데 직장과 집을 오가며
출퇴근길이 여행길이라 많이 돌아다니지 않았습니다.
작년에는
면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을 등록해서
인생 처음으로 꽃꽂이 수업을 수강했습니다.
올해는 산청읍에서 스케치와 색연필 그림 수업을 배우러 다닙니다.
면에서 읍으로 진출이다 보니
쇼핑할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읍사무소에서 수업을 듣고 동네 한 바퀴 걸어 구경해 봅니다.
최근 이사를 해서 비상용 열쇠를 하나 더 만들어야 하거든요. 점심 먹을 곳도 찾아볼 생각입니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걸어봅니다.
열쇠집을 찾아 오천 원을 주고 복사를 했습니다.
이렇게 읍으로 진출은 또 새롭습니다.
영역의 확장입니다.
지금 사는 곳은 '면'입니다. '읍'까지 20분도 되지 않은 거리로 영역을 확정하는데
1년 4개월. 6번째의 계절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성격이 급한 편이었는데 시골에 오니 느긋해지고
활동 영역의 확장 속도가 느려졌습니다.
남들보다 더 빨리 새로운 것을 배우고 습득을 해야만 살아남는다고 생각하고
치열하게 살았는데요.
내 영역을 남들보다 더 확장시키고 싶었고
남들보다 빨리 고지를 점령하고 싶어 달리고 달리던 삶이
참 여유로워졌습니다.
남과 비교하지 않으니 참 좋습니다.
내 속도로 가게 됩니다.
나에게 맞는 속도가 어떤 것인지 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경주마처럼 달리기만 했거든요.
태생이 경주마가 아니었다는 것을
이제 알았습니다.
사람인 걸요.
이 세상 많은 것들을 사랑하고 경험하고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내 속도로 가니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