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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달래

by 빛날

혼자 가도 언제나 따뜻한 밥상을 받을 수 있는 식당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갔더니 못 보던 강아지 한 마리가 있네요.

사장님께서 주인 없는 강아지를 데려다 키우셨는데 그 강아지가 훌쩍 커서 올 3월에 출산을 했다고 합니다.

3개월 된 강아지 이름은 달래입니다.


업둥이는 오랜만에 온 저를 알아봤는지 식탁 아래 배를 깔고 엎드려 눈을 감고 편안히 있습니다. 그 옆에 달래는 처음 본 저를 빤히 쳐다봅니다.


'이 사람이 누군가?'

위험한 인물인가 아닌가 관찰합니다.

위험한 인물은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엄마 옆 바닥에 엎드립니다.


아이의 눈을 보면 참 맑아서 무장해제 되는데 강아지도 마찬가지입니다.

강아지가 귀여워서 사진을 찍어 집으로 왔습니다.

사진 속 달래의 눈을 보다 보니 내 눈동자가 궁금해져서 거울을 보았습니다.


아.... 눈에....

너무 많은 감정이 담겨있네요. 나의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눈세탁을 할 수 있을까요?


영화 박하사탕의 대사가 떠오릅니다

"나 돌아갈래!"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모르겠고 지금 할 수 있는 걸 찾아봅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인데요

바람 부는 대로 나뭇가지들이 힘주지 않고 버티지 않고 흔들려줍니다.

바람세탁을 해 보렵니다.

힘주지 않고 버티지 않고 바람 부는 대로 산다면

눈에 녹아 있는 삶의 흔적들이 바람에 날려 가 맑아지지 않을까요?

by 빛날 (달래야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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