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 브라더스를 읽고 나서 느낀 점이다. 우리 사는 이야기를 불편하지 않게, 궁금하게, 재미있게, 유쾌하게 그려놓아 술술 읽었던 기억이 있다.
잡식성 독서를 하지만 소설을 즐겨 읽지는 않는 편이다. 정말 심심하고 지루함에 갈 곳 잃을 때 소설이 생각난다. 행복한 시간으로 충전하길 바라는 간절함으로 책을 찾을 때 망원동 브라더스의 작가가 딱 떠올랐다. 늘 한편 자리를 차지하며 서 있는 스탠드 조명에 불이 딱 켜지는 순간처럼 내 머리에 조명이 켜졌다. 그래, 그 작가가 쓴 책이라면 재미있을 거다.
그렇게 '고스트 라이터즈'를 찾아 읽었다.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군.
시간이 흘러 재미있는 소설을 읽고 싶은 갈증이 생길 때 독서 리뷰에 올라온 '불편한 편의점' 제목을 보게 되었다. 책 인기 판매 순위에 떡 하니 자리도 차지한다. 무슨 내용이길래? 궁금함에 책 소개를 클릭하는데 작가가 김호연이다! 그럼 읽어야지.
김호연 작가는 영화 이중간첩의 공동 집필하며 시나리오 작가가 되었고, 만화 기획자로 일하며 쓴 「실험 인간 지대」가 제1회 부천만화스토리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만화 스토리 작가가 되었다. 2013년 '망원동 브라더스'로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소설가가 되었다. 연적(2015), 고스트 라이터즈(2017), 파우스터(2019), 산문집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2020)를 펴냈다.
불편한 편의점을 읽고 나니 진심, 사람으로 이 작가가 궁금해진다. 편의점에 오가는 여러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등장하는 주연급 캐릭터들이 정말 인간적이다. 인간적이다는 표현을 사람마다 해석을 달리 할 수 있으니, 음...... AI, 기계와 달리 온정을 가진 사람이라고 표현하면 맞을까? 사람을 사람답게 표현했다. 너무 영웅적이지도 않으면서 동네 홍반장 같은 캐릭터가 살짝 있지만 소리 소문 없이 문제를 해결한다. 주변 보통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들. 찌질하고 우울할 것 같은데 유쾌함으로 빵 터지는 웃음을 날리는 캐릭터를 만들어 낸다. 블록버스터급 일들은 터지지 않지만 개인의 인생사에서 본다면 인생이 달라지는 사건이 되기도 하고 각자 짊어져야 하는 삶의 무게들을 요란하지 않게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풀어낸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러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를 듣게 한다. 독자가 '그래서 어떻게 되는 건데?'를 생각하게 만들어, 다 읽을 때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않게 만드는 작가. 작가를 꿈꾸는 사람으로 이렇게 글 쓰는 능력이 부럽다. 그리고 반갑다. 상식이 통하고 도덕적 양심이 살아있고 인간다움으로 세상이 돌아간다고 믿는 사람으로 그런 세상의 우리 동네 이야기를 듣게 되어서. 소설이지만 소설이라 생각하지 않게 해 줘서. 사실, 지금 현재 사회에서 일어나는 뉴스들이 더 소설 같지 않은가?
소설 '불편한 편의점'은 서울 청파동 골목에 자리 잡은 작은 편의점이다.
서울역에서 살던 덩치가 곰 같은 노숙자 사내가 편의점 사장 염여사와의 인연으로 야간 알바로 들어오게 된다. 자신의 이름을 '독고'라 말하는 곰 같은 사내는, 스스로도 스스로의 정체를 알지 못하는 인물이다. 편의점 사장과 알바, 이 편의점을 드나드는 손님들의 이야기다. 물건을 값을 지불하고 계산해주는 단순한 관계에서도 짧은 인연이 되어 편의점에 변화가 일어난다.
"아니, 죄송할 건 없고요... 좀 불편하네요."
"어쩌다 보니... 불편한 편의점이 돼버렸습니다."
진짜 불편한 편의점인지 아닌지는 독자가 판단해주길 바란다.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닌 우리나라 사람들이 등장하는 소설이라 더 편하게 읽힌다. 문화가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불편한 편의점이 조금 더 편하게 와닿는 건 실제 지역 명칭이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정말 우리 옆집 사람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지만 서로를 보듬고 치유하며 살아가는 인간적인 소설. 아름다움만으로도 채워지지 않았고 극한의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 우울하게 하지 않는다. 누구를 가르치지도 않지만 따라 하고 싶고 소소하게 삶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한다.
'불편한 편의점'에서 만나는 군상들, 강인함과 부드러움, 이타와 개인주의를 넘나 든다. 사람이니 누구나 가지는 아픔과 갈등이 있고 가족, 직장, 사회 속에 인간으로 풀어야 할 고뇌가 있다. 주인공은 문제 해결의 지혜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인생이 다 술술 해결되지 않는 게 인생이라는 생각도 하게 한다. 열쇠는 스스로가 가지고 있지만, 주변인의 한 마디가 큰 힌트가 된다. 그러니 나도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주변인으로 사람에게 조금의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고립되고 비대면의 시간이 늘어난 불편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사람 냄새를 일깨워 준 소설이다.
협박, 회유, 비굴함, 쪼잔함, 찌질한 것 같은 사람들 이야기에 위트가 섞여 불편하지 않고 편하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