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가 수험생으로 살아간다는 건
비대면 수업으로 간호조무사 시험을 준비합니다.
간호조무사 실습도 무사히 마치고 이론 시험을 준비한 지 한 달 만에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학원에서는 급하게 비대면 수업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대면과 비대면 수업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결정되었다. 한 번 결정된 의사는 번복할 수는 없다고 하셨다. 직접 학원에 등원해서 듣는 학생은 전체 학생의 20%였고 대부분 집에서 줌으로 비대면 수업을 듣기를 원했다. 작년 12월부터 비대면 수업에 나도 동참했다. 2월에는 3월 19일 실시되는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등원해서 특강과 모의고사를 준비한다고 하셨다. 수도권 확진자가 늘어나는 추세였고 지방에는 수도권만큼의 확진자는 없었지만 2월에는 괜찮으리라는 기대감으로 결정되었는데 오미크론은 12월보다 더 많은 확진자를 전국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2022년 2월 등원은 무산되었고 한 달 후 상황을 보고 수업 형태를 다시 결정하게 되었다.
화면으로 듣는 수업이 낯설지 않았고 사회적 분위기상 비대면 수업의 장점이 더 많으리라 기대하고 신청했다. 모든 선택에는 장단점이 있다. 왜 다 좋은 건 없는 걸까? 하루 종일 집 안에서만 듣는 수업이 조금은 답답하다고 예상은 했지만 잠시 잊은 게 있다. 주거 공간이 원룸이다. 인강으로 들었던 수업들이 있었지만 작은 공간에서 긴 시간 수업만 들어 보 경험은 없었다. 그것도 1인 가구로.
스스로 외출 기회를 만들지 않으면 사람과 사회와 완전히 단절된다. 화면으로만, 글로만 만나는 세상에 덩그렇게 놓인다.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고 스스로 자가 격리 생활을 살게 됐다. 열흘 정도 이렇게 살다 보니 살짝 어지럼이 왔다. 산소가 부족한가? 아침 일찍 잠시 동네를 산책을 하고 저녁에 산책을 하지만 햇볕이 있는 시간에는 실시간으로 수업을 들으니 책상 앞에 꼼짝없이 앉아있다. 환기를 종종 했지만 어지럼이 나아지진 않았다.
9시 30분 수업 시작. 50분 수업에 10분 휴식 점심시간 40분. 5시까지 수업을 한다. 중간중간 학원에서 출석체크를 하라는 신호를 보내줄 때 꼭 화면에 얼굴을 비치고 체크도 해야 한다. 물론 체크하는 시간 외에도 화면에 얼굴은 계속 비춰야 한다. 아니면 결석이나 조퇴가 될 수 있으므로. 집안에서 한다고 나태할 수 없는 수업이다. 학생마다 다르겠지만 아무래도 학원에 출석해서 듣는 수업보다는 집중이 안된다. 좀 지루한 수업은 재미난 책이나 휴대폰으로 잠시 눈을 팔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햇볕이 들어오는 창가 책상에 노트북을 켜고 있지만 실내 창으로 햇볕을 느끼는 것과 실외에서 내 몸 전체를 드러내고 숨 쉬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사람을 만나지 않으니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선생님께 질문 이 있으면 채팅창으로 글을 올린다. 감염의 확산 방지를 위해 비대면 수업을 선택했으니 굳이 사람들과 약속을 잡지 않았고 식당도 가지 않았다. 집에서 내가 만든 음식이 먹기 지겨우면 배달앱을 이용해서 외부 음식을 먹는다.
지금 이 글을 쓰다 보니 죽을 것 같았던 비대면 첫 2주가 떠올라 헛웃음 난다. 지난 2년간도 그랬지만, 방역수칙을 지켜도 너무 잘 지킨다. 백신 접종도 착실하게 다 했다. 좁은 공간에서 전자파만 난무했다. 컴퓨터 전자레인지, 가끔 TV. 어지러울만하다. 가족들을 매주 만나러 가지만, 비대면 수업을 하는 첫 주에는 피곤함에 침대에 드러누웠다. 이러다 정말 큰일 나겠다 싶어서 비타민과 기타 영양제를 먹기 시작했다. 40분의 짧은 점심시간은 정말 빨리 지나가는 귀한 시간이었지만 식사보다 햇볕과 공기를 택했다. 점심은 오후 쉬는 시간 10분에 간단하게 때우고 동네 한 바퀴를 선택했다. 아침 수업하기 전, 점심시간, 수업 후. 하루 한 번 하던 산책이 하루 세 번이 되었다. 매 주말마다 가족을 만나러 갔다. 친구들은 전화나 모바일 선물로 생일을 챙기거나 안부를 대신했다. 이러다 인간관계가 끝날 것 같았지만 오래된 친구들이라 응원해 주었다. 수업 한 시간, 한 시간은 참 더디게 가는데 수업을 듣고 있으면 하루하루는 빨리 지나가고 일주일도 금세 지나간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갔다. 다행히 어지러움은 사라졌다. 비대면 시대에 혼자 지내는 사람들은 정말 외롭고 힘들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비록 만나지는 못해도 서로를 생각하고 염려해주는 좋은 친구들, 가족들이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 덕분에 이렇게 힘든 생활을 버틴다.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버티는 힘이다. 수업 외에 할 일이 있고 생각할 게 있으니까. 시간이 잘 흘러 시험이 한 달 조금 넘게 남았다.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1년을 준비했다. 당연히 합격이 목표다. 재시는 없다. 간호조무사 시험을 권해준 분이 농담 삼아 "돌대가리 아니면 다 붙는다."라고 했는데 수업을 듣고 문제풀이를 하다 보니 내 머릿속에 지우개다. 분명 수업 진도를 다 나갔고 복습 겸 푸는 문제인데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그 돌대가리네.'
수업을 듣고 나서 스스로 하는 게 공부인데 그 공부를 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지금은 위로한다.
4과목. 100문제. 평균 60점. 40점의 과락이 없으면 합격이다. 합격률이 좋다고 소문난 학원이라고, 공부하면 대부분 합격을 했다고 학원 선생님들은 위로의 말씀을 하신다. 여하튼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씀이겠지. 용어가 낯설어서 어렵다. 처음 교재를 받았을 때 낯선 낱말들. 어휘들. '이건 무슨 뜻인가?'를 생각했다. 의학용어는 처음이라 그렇다 치고 문장 안에 영어와 한자, 한글이 다 섞여있다. 우리나라의 간호사 양성소가 양적인 팽창을 한 시기가 일제 강점기라는데 그것과 관련이 있을까? 교재에 평소 잘 안 쓰는 말이라 기억에 남는 게 있다.
종종 '~사정을 한다.', 사정한다.' '사정 후'라는 동사 활용형, 명사가 있다. 사정? 여기서 어떤 뜻으로 쓰이는 건지 아리송했다. 한자라도 표시되면 이해가 쉬울 텐데 그냥 한글로만 나와있다. 나의 부족한 어휘력으로 잠시 생각해본다. 남에게 애걸하는? 빈다고? 문장 해석이 이상하네. 설마 남성의 생식기에서 나오는 정액을 쏘는 것을 말하는 것임? 문장을 읽어보고 문맥상 '관찰하다', '상태 확인'이라는 뜻임을 알았다. 영어는 영문으로 쓰면서 한자는 별다른 표기가 없다. 흔히 쓰는 한자어가 아닌데 꼭 이렇게 써야 하나 싶다. 나의 짧은 생각으로는 모를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따는 자격증이라지만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으니.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기간 열심히 준비해야겠다. 이마에 빨간 글씨로 '열공'이라고 쓴 흰 띠라도 묶고 시작해야 할까? ㅎㅎㅎ
외롭게 공부한다 생각하지 말고 내 목표에 집중하고 건강관리 잘해서 좋은 결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