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에서 얘기한 원형탈모와 퇴직이 지금처럼 그림 그리는 일에 푹 빠져 살게 된 결정적인 계기이긴 하지만 40대가 되고 나서 갑자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게 된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때에는 교내 무궁화 그리기 대회에서 상(입선)을 탄 적이 있고(이때부터 꽃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ㅎ) 중학교 때에는 순정만화를 많이 베껴 그렸었고, 언니 초상화로 교내 미술 전시에 뽑혀 나가기도 했으며, 미화부장을 하며 나름 창의력을 뽐내기도 했었다.중고등학교 학창 시절 내내 미술 점수는 좋았었고, 미술 선생님으로부터 소질 있다는 얘기도 들어보긴 했지만, 미술학원을 다녀보거나 미술을 전공해야겠다는 생각은 못 해봤고 그 정도로 잘 하는 편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었고 잘 그리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고 동경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아마 나 같은 사람들은 많을 것같다. 특히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맞죠?
그 꿈이 되살아난 건 마흔한 살(2012년) 처음으로 찾아갔던 문화센터에서였고, 배운 지6개월 후인 그 해 겨울에 서울디지털대학교(SDU) 회화과에 입학원서를 냈다. 그리고 다음 해 봄에 3학년으로편입학을 했다.(4년제를 졸업한 경우 3학년으로 편입이 가능하다.) 일과 학교 공부를 병행하느라 2년동안 매우 바쁘게 보냈지만 자의반 타의반(시험도 보고 과제도 내야 하므로) 배우고 그리는 즐거움으로 회사 스트레스도 잊고 지낼 수 있었다. (원형탈모는 졸업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아래는 회화과 재학중 그렸던 그림 중 일부다. 수능을 보지 않고도 학위 취득을 원하거나 (학위 취득 후 대학원으로 진학 가능하며 실제로 미술 계열 대학원으로 진학하시는 분들이 다수 있다.) 나처럼 일을 병행하거나 만학도인 분들에게 강추한다.
'인체 드로잉' 과목 오프수업에서 그린 누드 크로키(by 까실. 4절 크로키북에 목탄, 여러 포즈를 취하는 모델을 보며 1분, 5분, 10분 시간을 늘려가며 빠르게 그린다.)
'통로' (by 까실, 종이에 과슈, 25.5 X 36cm, '아트페이퍼' 과목의 '옵티컬아트'를 주제로 한 과제)
'카메라로 그리다-속도' (by 까실, 캔버스에 아크릴, 40.5 X 53cm, '스튜디오 아트'과목의 자유 주제로 한 과제)
역시, 작년에 회사를 그만두고 제일 하고 싶었던 것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고, 원형탈모 치료 때문에 조금 미루긴 했지만 올해(2017년) 3월부터는 E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 보태니컬아트 전문가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보태니컬아트(botanical art, 보타니컬아트)를 배우기 시작했다.
지금 배우고 있는 보태니컬아트 전문가 과정은 32주(주 1회 점심시간 포함 4시간 / 7, 8월 방학) 과정이며, 3월 졸업전시까지 거의 1년 동안 진행된다. 아직 졸업전시가 남아있긴 하지만 바로 이번 주가 종강이니 이제 거의 막바지에 와있다.
2012년 문화센터에서 만난 강사 선생님이 지금의 전문가 과정 교수님이신데 그 당시 학교 와서 배우라고 하신 말씀을 2017년이 되어서야 실행에 옮긴 것이다. 돌아왔지만 결국 이자리에 오긴 왔다.
그리고 회사를 그만두고도 계속 차도가 없던 원형탈모도 그림을 그리면서 점점 좋아져 치료를 받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름부터는 가발을 벗고 숏커트로 다닌다. 내 병에는 병원 치료보다 그림을 그리는 게 약이었던 것 같다.
이번 편도 너무 사사로운 얘기들로 채워졌네요..다음 편부터는 보태니컬아트 전문가 과정의 수업 이야기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