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을 떠올리며
접시꽃은 도종환 시인의 시 '접시꽃 당신'으로 잘 알려진 꽃이지만 아직 실제로 보지 못한 사람들도 많을 것 같은, 그리 흔한 꽃은 아닌 듯 하다. 나도 우리 동네에서는 이번에 처음 접시꽃을 보았는데 무척 반가웠다.
접시꽃은 무궁화와도 비슷하게 생겼지만 한 줄기로 곧게 올라오면서 꽃이 피는 모양이 무궁화와는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무궁화는 나무로, 여러 줄기가 나고 여기 저기 꽃이 피는 모양새다. (요즘 무궁화가 정말 예쁘게 많이 피어 있다. 무궁화가 접시꽃 보다는 확실히 흔하다.)
접시꽃의 색은 붉은색, 분홍색, 흰색, 노란색 등 여러 종류라고 한다. 우리 동네에서도 진분홍색, 흰색 접시꽃이 6월에 다른 쪽에 확 피었다가 시들었는데 이 분홍색 접시꽃은 정말 오래간다. 6월에 피어서 8월인 아직까지.. 내 그림의 모델로써의 사명을 다하는 것 같아 고맙다.^^
지금은 그 많던 꽃봉오리들이 대부분 꽃을 다 피우고 시들해져서 다음 생애를 위한 씨앗을 품고 있다. 꽃받침들이 갈색으로 오므라져서 작은 씨앗들을 여러 개 품고 있는데 그 씨앗의 동그랗고 얇고 납작하게 생긴 모양이 접시와 비슷하다고 하여 '접시꽃'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다른 식물들의 씨앗 모습과는 좀 다르게 접시꽃의 씨앗은 동전처럼 납작한 게 차곡차곡 겹쳐져 있는 모습이 신기하다.
접시꽃을 그리면서 재미있었던 것은 꽃 하나에 잎이 꼭 한 장씩 쌍으로 붙어 있는 모습이었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자연의 신비로움이랄까.. 그래서 하루에 꼭 한 쌍, 아니면 두 쌍씩 완성을 해 나갔다. 한 쌍 그리는 데에는 대략 두 시간씩 걸린 것 같다.
보태니컬 아트(botanical art, 보타니컬 아트) 작품으로는 아직 미흡하지만 작품스럽게 구상하려고 나름 고심하였고, 독자들에게 빨리 선보이고 싶어서 구상부터 스케치, 채색까지 모두 일주일만에 완성하느라 약간의 압박은 있었지만 꽃과 잎을 한 쌍씩 완성해가며 즐거움도 여러 번 맛볼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