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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실 Aug 10. 2021

동네꽃#35 도라지.. 뿌리보다 꽃!

보태니컬아트-도라지 꽃 / 풍선을 닮은 꽃봉오리

나물로 먹으면 맛있고 약으로 먹으면 몸에도 좋은 도라지.. 뿌리가 유명한 '도라지'이지만 오늘은 뿌리보다 꽃! 이야기다.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실인데, 도라지는 동아시아(우리나라, 중국, 일본, 러시아)에서만 자생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인스타그램에서 도라지 꽃을 그리는 우리나라 아티스트는 봤지만 외국인은 못 본 것 같다. 꽃봉오리가 풍선 같다고 하여 balloon-flower라는 영문명이 있지만 아마도 서양인들에게는 낯선 꽃일 듯하다.

도라지. 2012.7.9. 동네에서
도라지. 2018.7.15. 동네에서

위의 꽃들은 예전 살던 동네에서 찍은 사진들인데, 산이 가까이 있어서인지 오래된 아파트 단지여서인지 도시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는 도라지 꽃을 볼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가는 길에 교통사고가 났던 작년(2020년) 여름 휴가지 속초, 그곳에서 만난 도라지 꽃밭을 잊을 수가 없다. 서울 촌놈이 그렇게 많은 도라지 꽃을 본 적이 없어 흥분해서는, 사고 난 직후인데도 아드레날린 덕인지 귀한 도라지 꽃 사진을 많이 얻어올 수 있었다.

도라지 꽃밭. 2020.7.9. 강원도 속초에서.


올해 이렇게 도라지 꽃을 그리려고 그랬는지 지난 7월에 간 식물원 입구에서도 우연히 도라지 꽃밭을 만나 반가웠다. 속초에서 본 도라지 꽃은 억센 느낌이었는데 이곳의 도라지는 줄기도, 잎도, 꽃도 어찌나 여리여리한지..

도라지 꽃. 2021.7.7. 신구대식물원(경기도 성남시)에서


이번 그림은 속초와 식물원에서 찍은 15장 정도 되는 사진들에서 다양한 모습과 예쁜 꽃들을 취해서 하나의 그림으로 구성했다.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먼저 구성(composition) 작업을 하고,

포토샵을 이용한 구성(composition) 작업. 2021.7.20.


모조지(80g) 스케치북에 연필로 스케치를 한 후에,

도라지 스케치. 2021.7.22. by 까실


라이트박스를 이용 수채화 전용지(아르쉬, 300g 세목)에 전사를 한다.

스케치를 수채화 전용지에 전사하는 모습. 2021.7.23

채색은 위에서 아래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해나간다. 가장 위에 있는 시든 꽃과 연두 꽃봉오리를 그린 후에 줄기와 잎사귀들을 한꺼번에 모두 그려놓고 보랏빛 꽃잎들을 차례차례 그려나갔다. 식물 그림의 최고 난이도인 그물맥 잎사귀들이 사이즈가 크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보랏빛 꽃잎의 그라데이션과 핏줄 같은 꽃 잎맥이 그만큼의 노고를 대신하게 했다.

도라지 채색 작업 중. 2021.7.26 ~ 8.3

활짝 핀 도라지 꽃은 가운데 (1)아이보리색의 암술이 수술과 함께 뭉쳐있다가 (2)차차 분리되어 다섯 개의 가느다란 수술이 아래로 펼쳐지고 (3)다시 암술 머리가 또 하나의 작은 꽃처럼 다섯 갈래로 갈라진다. 내가 촬영한 사진 중에서 그 모습들을 골라서 만들어봤다. 사실은 이 모습들을 그림에 모두 넣고 싶었지만 욕심이 과한 것 같아서 생략하고 이렇게 따로 만들어서 공유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보면 교육상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고 그림에 넣지 못한 아쉬움을 이렇게 메우기로 했다.

도라지 꽃의 암술과 수술의 변화 (1) >> (2) >> (3) (클릭한 후 확대해 보세요.)


암술과 수술의 변화 과정은 일부 넣지 못했지만 도라지 꽃의 일생을 그림에 최대한 담으려고 애썼다. 연둣빛 아기 봉오리가 풍선 같은 보랏빛 청년 봉오리가 되고 또 그 봉오리가 벌어지기 시작해서 종처럼 고개를 숙이다가 활짝 피어나는 모습을 담았고, 예쁘지는 않지만 꽃잎이 갈색으로 시들고 씨방이 커져 통통해진 모습까지 이번에는 제대로 보태니컬 아트로서의 작품 욕심을 내 보았다.

도라지 꽃 마지막 붓터치를 하면서. 2021.8.9


도라지 꽃의 꽃말이 '영원한 사랑'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도 있고 남편이 좋아하는 꽃이기도 해서 며칠 전 남편 생일중간쯤 그린 내 도라지 꽃 그림을 남편에게 선물로 보내주기도 했었다.

남편 생일에 선물로 보낸 도라지 꽃 그림 중간 버전. 2021.8.4.

도라지는 우리에게 음식도 되고 약도 되고, 예쁜 꽃으로 사랑의 메신저도 되어주니 참 고맙다.

도라지. 2021.8.9. by 까실 (종이에 수채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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