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고 며칠 전부터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다. 낮에는 뜨거운 햇빛에 밖에 나가기 두려울 정도인데 이런 뙤약볕에서도 끄떡없이 잘 버티는 꽃, 한 여름의 최강자 해바라기를 이열치열의 마음으로 큰맘 먹고 그려봤다.
해바라기. 2021.7.10. 동네에서 촬영.
해바라기가 그리기 어려운 꽃인 이유는 가운데 작은 꽃들이 모여서 피는 관상화(통상화) 부분 때문이다. 해바라기 꽃은 가운데 피는 관상화 부분과 그 둘레에 큰 꽃잎으로 피는 혀꽃이라 불리는 설상화로 구성되어있다. 기름을 짜고 간식으로도 먹는 해바라기 씨앗은 관상화 부분의 작은 꽃들이 하나하나 열매를 맺어 만들어 내는 결과물인 것이다.
위의 사진을 확대해서 보면 아주 작은 꽃이 가운데 한가득 피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작고 많은 꽃들이 문제다. 이것들을 세밀화로 어떻게 그린담? 꽃이 피기 전 상태라면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 그래서 고르게 된 이 사진! 물론 단아하고 정갈한 꽃과 마치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의 잎도 선택의 중요한 이유였다.
그림의 모델이 된 해바라기. 가운데 관상화 부분이 피기 전 상태. 2021.9.11. 충북 보은에서 촬영
예전에 파인애플 그림을 그리며 언급한 적이 있는 "피보나치수열"이라고 들어봤을 것이다. 가운데 한가득 모여 있는 작은 꽃봉오리들은 사람이 가장 아름답게 느낀다는 황금비율인 피보나치수열로 나선형을 그리며 피어있는데 이번 작업의 큰 미션 중 하나가 이 규칙적이고 아름다운 형태를 일그러짐 없이 그려내는 것이었다. 오 마이 갓!
해바라기 관상화 부분을 그리는 모습. 2022.7.25
피어있는 꽃을 그리는 편이 수월했으려나.. 수열 신경 안 쓰고 진한 갈색으로 점을 찍으며 수술을 표현하면 되었을 수도.. 피보나치수열을 머릿속에 되뇌며 중간에 잠깐의 후회를 하기도 했지만 옥수수알 같은 작은 꽃봉오리들을 다 그리고 나니 이제 더 이상 해바라기를 안 그려도 된다는, 하기 힘든 숙제를 해치운(?) 기분이 들어 짜릿했다. 하하하
해바라기 관상화 부분을 다 그리고 나서 가뿐한 마음으로 꽃받침을 그리고 있는 모습. 2022.7.27
그림으로 그리고 싶은 꽃들을 하나씩 숙제하듯 그려가는 '동네 꽃' 시리즈, 아직도 그려야 할 꽃들이 너무 많다는 게 함정이다. 이열치열 엉덩이에 땀나게 열심히 그린 해바라기, 이 여름날과 함께 기억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