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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실 Sep 09. 2017

작가되기#4 색연필 준비하기(2)

보태니컬 아트를 위한 전문가용 색연필에 대해.. 선택에서 관리까지

이전 글 "색연필 준비하기(1)"에 이어 이번 편에서는 색연필에 대해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서 필자의 사용 경험을 위주로 얘기하고자 한다.


수성 and 유성 (각각의 주의할 점)


이전 편에서 언급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파버카스텔 전문가용 색연필"은 수성과 유성 두 가지가 있다. 색연필 명칭이 수성(수채) 색연필은 "알버트 뒤러(Albrecht Dürer)", 유성 색연필은 "폴리크로모스(Polychromos)"이다. (케이스 앞면에 명칭이 적혀있고, 케이스 그림도 각각 다르다. 수채색연필 케이스는 "색연필 준비하기(1)" 참조)


수성(수채) 색연필 가장 큰 특징은 물에 녹는 성질을 갖고 있어서 색칠을 한 후 붓으로 덧칠을 하면 수채화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보태니컬 아트에서도 그렇게 사용할 수 있지만 자주 사용하는 기법은 아니다.(이러한 기법으로 그리려면 제도패드지가 아닌 수채화 용지에 그려야 한다.) 수성의 이러한 장점은 또한 단점이 되기도 하는데 습기에 약한 성질 때문에 습기가 많은 날(특히 비오는 날)에는 색연필이 잘 물러져서 색칠이 매끄럽게 되지 않고 뭉쳐지며 잘 부러진다. 그리고 물이나 침 등이 튀면 색이 번져서 그림을 망칠 수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유성 색연필 위에서 언급한 수성이 가진 단점인 습기(물)에 약하지 않다는 것이 장점이라서 관리에 용이하다. 내가 생각하는 유성의 또 다른 사소한 장점은 전동 연필깎이로 깎인다는 점이다. 색연필 단면을 보면 수성은 육각형이고 유성은 원형인데 수성은 표준 연필보다 사이즈가 좀 더 커서 사이즈 조절이 가능한 연필깎이로만 깎을 수 있고, 유성은 전동 연필깎이를 포함한 모든 연필깎이로 깎을 수 있다. 그렇지만 유성은 둥글어서 책상에서 잘 굴러 떨어지는데 수성은 각이 져 있어서 책상에서 잘 굴러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 이것도 수성 색연필의 사소한 장점일 듯하다.

왼쪽 둥근 색연필이 유성, 오른쪽 각진 색연필이 수성

나는 계속 수성(수채) 색연필만 쓰다가 최근에 자주 쓰는 초록 계열의 색만 유성으로 장만했는데 비교해 보니, 색의 섞임, 발색, 지우개로 지워지는 정도 등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단, 유성을 강하게 올린 후 수성을 올리면 잘 안 올라가는 느낌이 있다.(연하게 올린 경우는 상관없다.) 그래서 두 가지를 섞어서 쓴다면 수성을 밑 색으로 칠하고 그 위로 유성을 위로 올리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보태니컬 아트(botanical art, 보타니컬 아트) 외국 서적들을 보면, 외국 보태니컬 아티스트들은 대부분 유성 색연필을 사용하는데, 국내 아티스트들은 수채색연필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그리고 문화센터 등 기관에서도 수채색연필을 권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은데 그 이유는 보통 문화센터 등 기관에서는 보태니컬 아트와 풍경 스케치 수업을 같은 강사가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서 수강생들도 그 두 과정을 함께 배우는 경우에 풍경 스케치에도 활용 가능한 수채색연필을 권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보태니컬 아트"만의 도구로 보자면 유성 색연필의 장점이 많으니 본인의 상황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참고로, 필자가 배우고 있는 전문가 과정 교수님은 유성을 더 많이 사용하시고 권하신다.) 여유가 된다면 자주 사용하는 색은 둘 다 갖춰 놓고 상황에 따라 바꿔가며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 (예를 들면, 장마철엔 유성을 사용한다. 밑 색은 수채색연필을 쓰고,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유성으로 마무리한다.)


색연필 꼭 세트로 사야 하나? 잘 쓰는 색과 잘 안 쓰는 색이 따로 있다?


경험을 해보니 색연필을 꼭 세트로 구입할 필요는 없는데(화방이나 인터넷에서 낱개 구입 가능), 경험이 없는 경우에는 색상 선택이 어렵고 색의 혼합 스킬도 부족하니 72색을 선택하는 것이 무난하기는 하다. 세트 안에는 사용하지 않는 색도 꽤 있고 10만 원이 넘는 고가임을 생각하면 낱개 구입을 권하고 싶지만 개인적으로 색을 추천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왜냐하면 그동안 어떤 그림을 그렸느냐에 따라 사용한 색이 다를 수 있고, 색을 어떻게 혼합해서 쓰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어서 개인적인 습관에 따라 많이 쓰는 색과 아닌 색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 서적을 보면 20~30색 만으로 자기 만의 색연필을 구성해서 사용하는 작가들도 있다. 아래 현재까지 총 1년 4개월 정도 사용한 필자의 색연필 상태를 참고하면 감이 좀 올 것이다. (나중에 얘기하겠지만 필자는 2012년부터 보태니컬 아트를 시작했지만 중간에 쉬다가 작년(2016년) 12월부터 다시 시작했다.)

사용하고 있는 파버카스텔 72색 수채색연필의 현재 상태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세트의 72색 구성 중에는 연한 노란색이 유사한 게 많고 붉은색도 유사한 색이 많은 반면 핑크, 보라(자주) 계열은 색상 수가 적다. 그리고 자연에 없는 청록색 계열의 색연필들(위 사진 하단 우측)이 많은데 거의 안 쓰게 된다. 나무  채색 시에도 갈색 계열이 좀 부족하게 느껴지는데 필자도 이렇게 부족하게 느껴지는 계열의 색들은 조금씩 추가 구입하게 되었고 회색은 음영이나 흰색 꽃을 그릴 때 사용하는데 72색에는 단계가 드문드문 있어서 고민하기 싫어서 모든 단계의 회색을 다 구입해 버렸다. 단, 이것은 어디까지나 필자의 개인적인 경우이니 참고만 하시길~! (낱개 색연필은 인터넷 화방에서 사는 것이 가장 저렴한데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해야 배송료가 무료가 되니 여러 사람들과 공동구매를 하거나 다른 용품을 구매할 때 함께 사는 것이 좋다.)

낱개로 추가 구입한 색연필들 (72색 세트에 미포함된 색연필, 이 중에는 벌써 두 자루째 사용 중인 색도 있다.)

파버카스텔 외에, 가끔 필요한 색을 프리즈마에서 찾아서 쓸 때도 있고(예를 들면, Ginger root는 뿌리 그릴 때 사용함) 잎과 줄기 등을 그릴 때에는 파버카스텔의 옅은 그린색(168, 170) 대신에 스태들러 에고소프트 157 시리즈 57번(수성)을 많이 사용한다. (인터넷에서 한 다스(12자루)씩 구매 가능하다. 가격은 파버카스텔의 절반도 안된다.)

스태들러 에고소프트 157시리즈 57번


색연필 관리 팁!


색연필은 항상 비슷한 계열의 색상끼리 일정한 규칙을 정해 배치해 놓는 것을 습관화한다. 그래야 색을 찾아 쓸 때 편하다.

수채(수성) 색연필의 경우 건조제를 색연필과 함께 넣어두면 색연필이 덜 물러진다.(조미김에 들어있는 건조제를 버리지 말고 재활용^^)

색연필을 (돌리는)연필깎이로 깎을 때 끝까지 깊이 넣지 말고 조금만 넣어 심만 뾰족하게 깎이게 한다. 아니면 칼날 연필깍이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고 사포 또는 칼을 사용하여 심만 갈아서 써도 된다.

색연필을 휴대할 때에는 원래의 틴케이스 보다는 휴대용 연필 케이스에 넣고 다니면 부러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아래 그림 참조) 틴케이스 채로 갖고 다닐 때에는 탄탄한 고무줄로 묶어서 갖고 다녀야 뚜껑이 열려 색연필이 쏟아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버리는 고무장갑을 잘라서 고무줄로 쓰면 튼튼하고 좋다)

색연필은 부러지기 쉬우니 항상 조심하고 작은 연필 케이스에 넣어 갖고 다닐 때에는 연필심 쪽을 잡지 않도록 주의한다.

색연필 케이스 (휴대용으로도 좋고 작업 시 세워 놓고 사용하면 편리하다.)




색연필이 그림을 잘 그릴 수 있게 하는 필수 조건은 아니지만 좋은 도구를 사용하면 좋은 결과를 얻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니 참고하기 바라며,  도구를 완벽히 갖추고 그림을 시작하기보다는 그림을 그리면서 스스로 필요한 것들을 갖춰가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남에게 필요한 것이 모두 나에게도 필요한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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